사회
IMF 청산에도 노숙자 줄지 않는다[김재용]
입력 | 2001-08-25 수정 | 200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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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 한숨뿐 ]
● 앵커: IMF 사태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노숙자는 IMF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은 요즘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김재용 기자가 노숙자들의 사연을 들어 봤습니다.
● 기자: 서울 신당동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55의 안 모씨.
독신인 안 씨는 화장품 대리점을 하다가 부도를 냈고 뇌졸중까지 앓고 있습니다.
● 안모씨(55): 제가 부도나고 나서 뇌졸중으로 쓰러졌지요.
● 기자: 6명이 모여 자야 하는 2평 남짓한 방보다도 안 씨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 안모씨(55): 누가 써줄라고 하겠어요.
오십이 넘었는데...
● 기자: 노숙자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역입니다.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노숙자들과 철도 직원 사이에 한바탕 승강이가 벌어집니다.
● 인터뷰: 이렇게 많이 이용하는 곳도 드러누워 있으면 돼?미관상 누가 나쁘다고 그래요?
누가 그래요?
아니 미관상 좋을 일이 뭐가 있어?
● 기자: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들은 줄잡아 200여 명.
요즘 단속이 강화되자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 지난해보다 100여 명 이상 줄었지만 끼니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노숙자: 밥같은 건 어떻게 해결하세요?
가끔가다 단체에서 와 가지고 밥도 해주고 아니면 200원짜리 밥도 사먹으러 가고...
● 기자: 지난 98년 8월 2700여 명이던 노숙자는 99년에 3000명을 넘어선 뒤 최근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숙을 하게 된 사연도 갖가지입니다.
● 매점 주인(서울역): 하나가 CIA 정보부에 있던 애가 와서 노숙자 생활하고 있거든요.
● 노숙자: 대기업 다니셨어요?쌍용에 있었습니다.
● 기자: IMF 졸업에도 갈 곳이 없는 노숙자들은 오히려 열대야가 다행으로 느껴졌습니다.
새벽녘에는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도 희망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탓인지 그들의 혹독한 겨울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MBC뉴스 김재용입니다.
(김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