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87년 수지김 사건은 안기부가 연출[박범수]
입력 | 2001-12-07 수정 | 2001-12-07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누가 연출했나]
● 앵커: 지난 87년 수지 김 사건은 당시 안기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꾸며낸 것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로 국가권력의 테러입니다.
하지만 당시 책임자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박범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지난 87년 1월 5일, 윤태식 씨가 싱가포르 주재 우리 대사관을 찾아와 홍콩에서 아내 수지 김이 북한에 납치됐고 자신도 납치될 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서울에서 급파된 안기부 장 모 부국장이 장소를 방콕과 서울로 옮겨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도록 했습니다.
● 윤태식: 어렸을 때 빨갱이, 빨갱이해서 빨갱이는 얼굴이 빨개서 빨갱이라고 하는 줄 알았었습니다.
반공은 바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반공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 기자: 아내를 살해하고도 반공청년으로 행세했던 윤태식 씨.
그 드라마의 배후 연출자로 안기부의 정 모 해외공작국장과 이학봉 2차장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 힘을 얻어가던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덮어버리는 공안카드로 수지 김 사건을 조작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 뒤 북한에 끌려갔다던 수지 김이 홍콩에서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고 윤 씨는 안기부 국내 담당부서에 자신이 수지 김을 살해했다고 실토했지만 석 달 만에 풀려났습니다.
안기부 해외부서가 수지 김 사을 조작했다면 국내부서는 이를 은폐함으로써 손발을 맞춘 셈입니다.
당시 국내 지휘 책임자는 전 모 대공수사국장과 이해구 1차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 의 총 연출자는 장세동 안기부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는 이유로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김옥님 (수지김 동생): 진실로 우리나라가 정말 범인을 잡아낼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였다면 공소시효라는 얘기가 지금 거론되어야 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 기자: 수지 김 사건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국가권력의 부도덕한 행위입니다.
당시 안기부 책임자들이 입을 열고 기록 남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