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카메라출동]월드컵 입장권 호텔 객실 외국업체가 독식[여홍규]

입력 | 2001-12-14   수정 | 20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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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외국 업체가 독식]

● 앵커: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여행사들이 입장권과 호텔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외국 숙박 대행사가 매점했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재주는 우리가 넘고 이익은 다른 사람이 다 챙겨가게 생겼습니다.

카메라출동 여홍규 기자입니다.

● 기자: 서울의 한 여행사 사무실.

중국에서 월드컵 단체관람을 주선해 달라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옵니다.

하지만 입장권을 확보하지 못해 상담에 응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 진흥보(여행사 대표): 한 지역에서 4500명이라는 손님이 우리한테 계약이 들어왔는데 지금 현재 저희 상황으로써는 40장도 어디서 구할 수도 없어요.

● 기자: 국제축구연맹 FIFA가 암표판매를 막는다며 한국 내에서는 단체입장권 구입을 일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FIFA로부터 입장권 해외 판매까지 지정받은 영국의 숙박대행업체 바이롬사는 단체 판매를 하고 있어서 외국 여행사들은 훨씬 유리한 입장입니다.

● 최성용(여행사 직원): 중국 측에서 갖고 있으면 우리는 끌려 다니는 입장이고 우리가 이 입장권을 확보하고 있으면 우리가 큰소리칠 수 있고 또 올바른 요금을 받을 수가 있는 거고...

● 기자: 그런데도 월드컵조직위원회는 FIFA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국내 여행사들의 이런 사정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 월드컵 조직위 관계자: 피파의 정책이죠.

정책을 저희가 거역할 수 가 뭐...

(피파로부터) 1억불 우리가 지원받죠.

● 기자: 묵을 방을 확보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전국의 관광 호텔급 객실 중 70% 이상을 숙박대행업체 바이롬이 선점한 상태입니다.

선수단과 FIFA 관계자들이 묵기 위해 필요한 객실은 전체의 30% 정도인데 두 배 이상을 매점해 놓은 것이라고 국내여행사들은 주장합니다.

● 이영기(여행사 직원): 경기가 열리지 않는 지방의 중소도시는 그나마 좀 호텔 사정이 낫겠다 싶었는데 사실 가 봤더니 한 외국 업체가 거기마저도 선점을 해놓았더라고요.

● 기자: 바이롬사는 나중에 남는 객실을 되팔며 호텔과 투숙객 양쪽으로부터 객실료의 3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깁니다.

챙긴 수수료는 FIFA와 나눕니다.

바이롬은 매점한 방을 팔다 남으면 월드컵 두 달 전에 돌려주면 되고 위약금도 없습니다.

● 바이롬 관계자 : 그때 가서는 이미 해외관광객들은 티켓도 구매한 상태고, 호텔도 배정받은 상태기 때문에 그 나머지 객실은 누구한테 팔지는 모르겠어요.

● 기자: 국내 호텔들이 이처럼 불리한 조건으로 바이롬사에 많은 방을 내주도록 유도한 건 다름 아닌 우리 정부의 책임입니다.

● 특급호텔 관계자 : 저희가 사실 그런 계약을 맺고 싶지 않아했어요.

그때는 호텔들이 그렇게 계약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게 정부에서 공문이 그렇게 내려온 거거든요.

정부시책 이라는데...

● 기자: 우리 정부와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지금처럼 FIFA의 눈치만을 보며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 2002 월드컵은 그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홍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