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출신의 한 국내 걸그룹 멤버가 중국과 타이완 사이, 즉 양안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룹 ′트와이스′에 속해 있는 ′쯔위′라는 멤버가 타이완 국기를 들고 있는 방송 화면이 문제가 된 건데요.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른바 ′쯔위 사건′은 어떤 내용인지, 먼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가수 박진영 씨가 운영하는 기획사인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입니다.
′트와이스′는 멤버 9명 중 3명은 일본인, 그리고 1명의 타이완인 ′쯔위′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인데요.
멤버중 가장 나이가 어린 쯔위는 본명이 ′저우 쯔위′로, 13살이 되던 지난 2012년 한국으로 건너와 가수 데뷔를 준비했고, 지난해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1999년 생.
16살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직 어린 소녀입니다.
문제가 된 건 지난해 11월, 한 예능프로그램의 인터넷 생방송 화면 때문인데요.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와 쯔위가 각자의 국기가 걸린 2층 침대에 누워 있는데, 쯔위는 손에 태극기와 타이완 국기인 ′청천 백일홍′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실제로는 방송조차 되지 않았는데요.
문제는 두 달 뒤 엉뚱한 데서 불거졌습니다.
타이완 출신으로 중국에 귀화해 ′친중국 가수′로 유명한 ′황안′이라고 하는 가수가 열흘 전, 이 인터넷 방송의 영상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쯔위가 타이완 독립 세력을 부추긴다″면서 비난을 한 겁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타이완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죠.
이 사진을 본 중국 네티즌들이 일제히 ′쯔위′를 비난하고 나섰고,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중국의 주권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존중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JYP 측과 쯔위는 쯔위 본인이 직접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영상을 인터넷 등에 올렸는데요.
이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쯔위/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안녕하세요. 저는 쯔위입니다. 중국은 오직 한 국가이며, 해협양안 (중국과 타이완)은 하나입니다. 전 늘 제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해왔고, 이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왔습니다. 저는 이후 중국에서의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렇게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 앵커 ▶
하지만 ′쯔위′ 사건의 파장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아이돌 그룹의 방송 출연이 연달아 취소되는가 하면, 주말에 있었던 대만 총통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JYP 엔터테인먼트는 ″상처받은 중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쯔위의 모든 중국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쯔위가 속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중국 내 활동도 잠정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후폭풍은 여전합니다.
같은 소속사 아이돌그룹 2PM의 중국 내 일정이 취소되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JYP소속 가수에 대한 조직적인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산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타이완 출신인 ′쯔위′를 단독 모델로 내세운 LG 유플러스는 온라인 광고를 중단시키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검은 옷을 입은 초췌한 모습의 ′쯔위′가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번에는 타이완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신임 총통 선거와 맞물리면서, 쯔위를 사과하도록 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것인데요.
지난 16일에 치러진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타이완의 자주권을 주장하는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신임 총통에 당선된 것도 이런 심리가 작용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마잉주 현 총통과 타이완 외교부도 ″자국 국기를 내보인 쯔위의 행동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건은 중국과 타이완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 앵커 ▶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이번 일이, 타이완의 총통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복잡한 ′양안관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중국과 타이완을 얘기할 때 ′양안′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물을 사이에 둔 양쪽 기슭′이라는 말로, 중국과 타이완이 타이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안과 동안으로 마주 보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래서 ′양안′ 관계라고 하면 중국 본토와 타이완과의 관계를 지칭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은 중국 재건을 둘러싸고 국공내전을 벌입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퇴각하면서 타이완에는 중화민국 정부가, 중국 본토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됐습니다.
이후 두 나라는 서로가 중국의 정통 정부임을 주장하며 대립해 왔는데요.
중국은 ′타이완을 해방시킨다′는 구호 아래 무력을 통한 타이완 흡수를 추진했고, 타이완은 중국과는 접촉, 협상,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삼불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992년 중국과 타이완의 민간기구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대외적으로는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합니다.
이를 ′92공식′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타이완은 2008년에 정권을 잡은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통일하지 않고, 독립하지 않으며,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신삼불 정책′을 내놓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타이완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요.
이번에 총통을 배출한 ′민진당′ 등을 중심으로, 타이완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쯔위′ 사건과 맞물려 마침 이틀 전, 타이완에서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타이완의 자주권을 주장하는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는데요.
선거 막판에 쯔위의 사과 동영상이 최대 쟁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총통 안녕하세요! 총통 안녕하세요!″
민진당 차이잉원 당선자가 56%의 지지를 얻으며 타이완 첫 여성 총통시대를 열었습니다.
[차이잉원/민진당/총통 당선인]
″우리 함께 기쁜 마음으로 타이완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113석 가운데 68석을 얻어 제1당이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선 한국 방송에서 타이완 국기를 흔든 타이완 출신 걸그룹 멤버 쯔위가 최대 쟁점이 됐습니다.
차이 후보도 국기를 흔들었다 사과한 쯔위를 지지하며, 타이완의 주권 문제를 분명히 했습니다.
[차이잉원/민진당/총통 당선인]
″타이완의 국가 정체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국기는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제가 총통으로 있는 한, 우리 국민 그 누구도 타이완의 정체성에 대해 사과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동안 타이완의 자주권을 강조해 온 민진당으로선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도 큰 과제입니다.
수출량의 40%, 외국인 투자의 60%가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차이잉원/민진당/총통 당선인]
″그 어떤 억압도 양안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입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에 대해 타이완 국민들은 대규모 항의 집회를 계획 중입니다.
총통 선거 직전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타이완의 젊은 층 백 수십만 표의 향방이 결정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는데요.
이 내용 베이징 김대경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타이완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 사과한 타이완 출신 국내 걸그룹 멤버 쯔위의 이른바 ′국기 사건′이 타이완의 젊은 층 134만 표의 향방을 결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타이완 양안 정책협회의 조사 결과, 134만 명의 청년층이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쯔위 국기 사건′의 영향으로 투표 참여를 결정했거나, 투표 의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본 타이완 국민들은 이슬람국가, IS가 인질에게 유언을 읽게 하는 모습과 같다는 등의 울분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타이완 댄스 그룹 멤버]
″허리를 굽혀 사과했을 때 정말 울었습니다. 타이완 사람으로서 쯔위를 지지해야 합니다.″
특히 쯔위의 소속사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타이완의 한 연예기획사는 쯔위를 우리 돈 36억 원에 스카우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샤오과/쯔위 전 안무 교사]
″미래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타이완 아이들이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타이완 네티즌들은 이번 주말 타이베이에서 쯔위 국기 사건을 처음 알린 타이완 출신 중국 가수 황안을 규탄하고, 쯔위를 지지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특히 네티즌들은 중국 가수 황안도 과거 타이완 국기를 들고 방송에 출연했던 영상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어떤 압박도 거부하겠다′며 중국을 견제했고, 중국 당국도 분열 활동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쯔위사건′은 향후 양안관계에 암초로 작용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