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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계속되는 '스크린도어' 사고, 대책 없나?

입력 | 2016-02-0417:47   수정 |2016-0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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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틈 사이에 여든한 살 할머니가 끼여 숨졌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아직 열려 있다는 표시등이 들어와 있는데도 전동차 승무원이 이를 무시하고 출발해 벌어진 참극이었는데요.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보도 내용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찰이 사고현장을 통제하고 구조대원들이 81살 설 모 할머니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아침 9시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전동차에서 내리던 할머니의 종이쇼핑백 손잡이가 출입문에 끼였습니다.

1센티미터 미만의 물체를 감지하지 못하는 출입문이 닫혀버린 겁니다.

당시 할머니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 좁은 공간에 끼어 있었지만 열차는 그대로 출발했습니다.

할머니는 6미터를 끌려가다 선로로 떨어져 숨졌고, 열차는 30미터 정도 더 간 뒤에야 멈춰 섰습니다.

[하상재/목격자]
″차가 나가고 나서 (할머니가) 여기 떨어져 계셔서 시민들이 스크린도어를 열고 세 명이 내려가서 올리고, 그런 뒤에 다음 열차가 들어왔고요.″

스크린도어 한 개가 닫히지 않았다는 표시등이 들어왔지만, 시스템이 오작동했다고 판단한 승무원이 그대로 열차를 출발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기관사와 승무원을 불러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서울메트로 측은 당시 스크린도어 등 지하철 시설물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승무원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정수영/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PSD(스크린도어) 출입문이 열려있으면 매뉴얼 상으로는 사고 지점에 가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출입문이 열려 있으면 ′열려 있다′는 표시가 모니터에 되고요. 다 닫혔는지 열렸는지 모니터링이 되도록 램프가 들어옵니다. 각 PSD(스크린도어) 문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그 모니터가돼 있으면 차 출발을 안 하고 열려 있는 지점에 가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승무원이. 그런데 그걸 무시하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무시′ 스위치를 작동시키고 열차를 출발시킨 게 사고 원인이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사람이 끼이면 PSD(스크린도어)는 닫히지 않습니다. 열려 있는 게 정상이고요. 정상적으로 작동됐고, 그걸 확인을 안 한 승무원에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게 판단을 합니다.″

◀ 앵커 ▶

그럼 사고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그래픽을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보통 지하철 전동차 문에 사람 몸이 끼이거나 아니면 이렇게 가방이 끼이게 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다시 문이 열리게 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본 분도 꽤 있을 텐데요.

하지만, 어제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할머니는 전동차 안에 타고 있다가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하자 하차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들고 있던 종이 쇼핑백이 그만 전동차 출입문 사이에 끼어 버렸고, 할머니는 쇼핑백을 빼내려고 계속 잡아당겨 봤지만 이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왜 안 열렸을까요?

이유는 두께가 1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물건은 문 사이에 끼이더라도 센서가 감지를 하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종이 쇼핑백뿐만 아니라, 얇은 옷자락 끝이 전동차 문에 끼였다 해도, 센서는 역시 마찬가지로 감지를 하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이럴 경우 전동차에 올라타는 상황이라면 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동차에서 내리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옷이나 물건이 끼인 상태로 전동차가 출발하면 자칫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안전장치가 있는데요.

바로 스크린도어입니다.

스크린도어에도 끼인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데요.

그래서 혹시 전동차 문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크린도어는 위치상 당연히 이를 감지해 문이 다시 열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서울역에서도 할머니가 종이 쇼핑백을 꺼내려고 할 때 전동차 문은 닫혀 있었지만 스크린도어는 열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크린도어가 하나라도 열려 있다면 이를 알려주는 표시등이 들어오게 되고, 승무원은 어느 위치에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는지,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어제 사고는 승무원이 이 표시등을 보고도 무시한 채 그대로 열차를 출발시키면서 발생한 참극이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불과 16개월 전에도 어제와 똑같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스크린 도어가 닫히지 않은 상황에서 전동차가 출발했고, 80대 노인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수십 미터를 끌려가다 끝내 숨지고만 사고였는데요.

당시 상황을 보도 영상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지하철 4호선 총신대 입구역 승강장.

소방관들이 스크린 도어 안쪽에서 81살 이 모 할머니의 시신을 수습합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전동차에 타다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었습니다.

전동차에 28미터가량 끌려간 할머니는 승강장 기둥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김충환/총신대입구역장]
″역무실 스크린에 이상이 감지가 된 거예요. 화면에…. 한 80대로 보이는 여자 노인분이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스크린 도어가 다 닫히지 않았지만, 열차가 그대로 출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서울 메트로 측은 보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승무원들은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왜 이것을 무시하고 열차를 출발시켰을까요?

원인은 바로 스크린도어의 잦은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메트로 측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정수영/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그 상태에서 원래 열차가 출발하면 안 되는데, 현장 확인을 못 하고, PSD(스크린도어) 출입문 고장인 줄 알고…. PSD (스크린도어) 고장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차를 계속 세워둘 수가 없으니까. 그럴 때 대비해서 PSD (스크린도어) ′무시′ 스위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무시′ 스위치를 취급하고 출발한 겁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실제로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4호선까지 설치돼 있는 스크린도어의 고장 횟수를 살펴봤더니, 한 달 평균 39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49%, 거의 절반이 닫힘 불량 문제였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제대로 닫히지 않는 일이 이처럼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 승무원들도 매번 매뉴얼대로 수행하지 않고 으레 고장일 거라고만 여긴 채, 사인을 무시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너무 싼 가격에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스크린도어 공사와 정비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크린도어′지만 스크린도어는 사실 지하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시설입니다.

실제로 지하철 인명피해를 많이 줄였는데요.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가 전해드립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까지의 지하철 안전사고 통계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살펴봤을 때 이전 5년간은 연평균 사상자가 34.4명이었는데요.

2009년 이후 5년 동안에는 연평균 0.6명으로 나타나 크게 줄어든 걸 알 수 있습니다.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호선에서 8호선까지의 통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크린도어 설치 이전 5년간은 ′승강장 내 선로 사망사고′가 연평균 13건 발생했지만, 설치 이후 5년 동안에는 이런 사망사고가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추락이나 자살 같은 지하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스크린도어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가 도리어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바로 이 광고판 때문인데요.

왜 그런지 보도내용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줄지어 설치된 스크린 도어 유리벽 안쪽으로 망치가 설치돼 있습니다.

화재나 고장 등으로 열차가 정 위치가 아닌 고정 유리벽 위치에서 멈출 경우 승객의 탈출을 위해 만들어 놨습니다.

하지만, 9호선을 제외한 모든 서울지하철 역에서는 이런 탈출이 불가능합니다.

스크린 도어 옆 유리벽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광고판 때문입니다.

광고판 속에는 전선과 형광등이 있어 위급 상황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성호/한양사이버대 교수]
″대형 광고판이 있으면 그걸 제거하고 탈출하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생명하고 직결되고요.″

대부분 시민들은 광고판이위험하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손외호/시민]
″(위험하다는 건) 지금 처음 듣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까 ′안전 쪽에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혼잡도가 높은 서울시내 13개 역에 우선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해 150억 원에 이르는 광고비로 지하철 관련 예산을 충당해온 서울시는 난색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아무런 어떤 비용 대책이나 그런 것 없이 ′그냥 해라′ 이런 식이다 보니까 조금 당황스럽고….″

서울시는 5호선 양평역 등을 시작으로 지하철역 광고판을 철거하는 교체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