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모 씨(가명)]
(주민증 검사 이런 거 안 해요?)
″안 해요, 단 한 번도. 차라리 주민등록증 검사해서라도 내가 안 들어가서 차라리 안 하고 싶다 그런 생각 할 때도 많죠.″
◀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건 만남′을 하겠다고 유인한 뒤 돈을 빼앗아가는 범죄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보이스 피싱′인 셈인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지 알아보겠니다.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가 설명해드립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최근에는 ′조건만남′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넉 달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천 3백 건으로 피해액이 무려 8억 5천만 원에 달하는데요.
먼저 사건 내용을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정 씨 조직은 성매매 여성을 소개해준다는 이른바 ′조건만남′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뿌렸습니다.
하지만, 조건만남은 미끼일 뿐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유혹에 넘어가 입금을 해도 만남은 없었고 환불해달라고 하면 전산 장애를 이유로 또 돈을 빼갔습니다.
돈을 보낸 남성이 이의라도 제기하면 태도가 돌변합니다.
″고객님, 이게 무슨 정수기예요? A/S를 부르게…. 그렇게 똑똑하시면 고객님 알아서 하세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실제로 ′조건만남′ 즉 성매매를 한 남성들에게 돈을 뺏는 ′갈취′ 또는 ′강도′ 사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일당은 조건만남 포주에게 성매매 명단을 만 건 당 수백만 원씩 주고 53만 건을 사들인 뒤, 남성들에게 성매매 증거라며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 문자에는 연락처를 빼가는 해킹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는데요.
이들은 지인들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협박해, 30여 명에게 3억가량을 빼앗은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또 조건만남을 갖자며 남성들을 유인해 강도짓을 벌인 가출 청소년들이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작년 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30살 이 모 씨가 조건만남을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과 여성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고요.
재작년에는 김해에서 여고생 윤 모 양이 10대 일당에게 감금돼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하다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15살 윤 모 양은 지인의 권유를 받고 가출했습니다.
그러나 윤 양을 기다린 건 여관에서 지내며 성매매를 하는 생활이었습니다.
부모의 가출 신고로 윤양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25살 허 모 씨와 이 모 씨 일당은 윤 양을 다시 잡아왔고 집단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결국, 윤 양은 숨졌고, 이들은 시신을 훼손한 뒤 야산에 암매장까지 했습니다.
법원은 윤 양이 숨진 열흘 뒤, 이들이 또 다른 40대 남성을 조건만남으로 유인해 살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 앵커 ▶
온갖 채팅앱 등을 통한 미성년자들의 ′조건만남′ 성매매와 이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순 없을까요?
처벌 규정은 어떤지, 이번에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미성년자 성매매를 막기 위해 영국에서는 2003년 그루밍법을 제정했는데요.
만 16살 미만 청소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려고 ′시도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그루밍법′은 지난 2007년 도입되려다 무산됐고요.
현행법에선 만 13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성매매할 경우 처벌하고 있지만, 만 14살이 넘은 경우엔 미성년자고 하더라도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전문가의 설명,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상융/변호사]
″우리나라 형법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나이를 13세를 기준으로 합니다.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래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로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14세 이상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엔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로 처벌하기가 어렵고, 다만 ′단순 성매매 행위′로 봐 가지고 성매매특별법에 의해서 처벌받지만 형량이 아주 약합니다.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조건만남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단속하려면 성행위 전단계라도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