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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내 배우자가 혹시?', 의심이 부른 참극

입력 | 2016-03-0717:47   수정 |2016-03-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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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의처증이 있는 60대 남성이 이웃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이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차에 기름이 샌다며 이 남성을 밖으로 불러내 저지른 일이었는데요.

1년 전에도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서 다른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남양주시, 다세대주택 입구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습니다.

61살 정 모 씨가 동네주민 50살 박 모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겁니다.

정 씨가 평소 아내와 박씨가 바람을 피운다며 의심했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노현정/이웃주민]
″사람들을 다 의심했어요. 남자들은. 이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래서 막 동네 돌아다니면서 다 죽일 거라고….″

정 씨는 박 씨의 차량에 붙어 있는 연락처를 확인한 뒤 박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차에서 기름이 샌다며 박 씨를 집 밖으로 유인한 겁니다.

정 씨는 범행 직후 아내가 일했던 카페에 찾아가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2월 카페 남자주인에게도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피해자 가족]
″저희 남편하고 자기 부인하고 바람났다고 오해를 하는 거예요. 죽인다고 가게로 와서 찔렀어요.″

정 씨는 범행 12시간 만에 경기도 구리시의 한 모텔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의식불명 상태로 검거됐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부산에선 지난달 초 77살 A 여인이 둔기로 얼굴과 머리 등을 맞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 씨의 남편 82살 B 씨도 거실 한쪽에서 가정용 세제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는데요.

이들 부부는 30년 동안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자주 부부싸움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처증이 부른 참극, 이뿐만이 아닌데요.

관련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여수시 신월동의 한 아파트에서 60살 박 모 씨가 동네 선배 사이인 61살 이 모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경찰은 숨진 이 씨와 자신의 아내가 불륜이라고 의심하던 피의자 박 씨가 오해를 풀겠다며 이 씨 부부를 초대한 자리에서 ′의처증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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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뒤뜰에 흉기 난동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75살 김 모 씨가 1년 전 이혼한 전처 57살 공 모 씨의 고향집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전처와 80대 장모를 숨지게 했습니다.

유족들은 숨진 공씨가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유가족]
″약간 의처증 같은 것이 있었어요. 20년을 구타생활로 살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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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 한 주택 방 안에서 63살 이 모 할머니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용의자는 남편인 61살 정 모 씨.

이들은 정부가 주선한 독거노인 합동결혼으로 부부가 됐지만, 남편의 의처증이 심해 잦은 부부싸움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주민]
″남자가 의처증이 있고 하니까, 여자가 헤어지자고 했나 봐요.″

◀ 앵커 ▶

배우자에 대해 ′이 사람이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괜히 이상한 의심하지 말아야지′ 마음을 고쳐먹는 게 일반적이라면, 의처증과 의부증은 실제 어떤 상황도 없는 상태에서 상상 속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의처증과 의부증의 구체적인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의처증 증상은 사랑하는 아내의 정절을 의심하다 살해한 뒤 자살하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주인공의 이름 ′오셀로′를 따서 ′오셀로 증후군′으로도 불립니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라기엔 병적인 집착에 가까운 이런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셨을 텐데요.

영상으로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드라마 ′이브의 사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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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 딸 금사월′ 中]

◀ 유선경 아나운서 ▶

단순한 질투와 병적인 의처증, 의부증은 다릅니다.

보통 남편이나 아내가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적절한 해명이나 증거가 확실하면 납득을 하죠.

하지만,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특별한 이유나 증거 없이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겁니다.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증거를 집요하게 찾으려고 하는데요.

정신과에서는 의처증과 의부증을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질투형 망상장애′라고도 부릅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편집증적인 성격을 가졌거나, 여성의 경우에는 의존적이고 미숙하거나 독점력이 강할 때 또, 심리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때 의처증과 의부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의처증과 의부증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의처·의부증 환자는 보통 전체 인구의 1~4%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발병하는 시기는 35~55세로 평균 발병 연령은 40세입니다.

이 증상은 남성에게서 더 높게 발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사회적인 요인이나 매스컴의 영향, 또 성 윤리 의식의 변화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경우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절반 정도가 나아지고, 20%의 정도는 증상의 호전을 보이지만 30% 정도는 증상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보도를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송파경찰서는 46살 강 모 씨가 여자친구인 피해자 A 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에게 남자관계를 추궁하려 했지만 갑자기 소리를 질러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씨의 집에 침입해 살해한 뒤 장롱 안에 시신을 숨겼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자신의 집 근처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한 둔기와 플라스틱 끈을 구입했고, 범행 전 지하철 화장실에서 미리 준비한 옷을 갈아입었다는 점으로 미뤄 강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 씨는 또 범행 직후 숨진 A 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1천1백만 원을 인출한 뒤 도박자금으로 6백만 원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번의 이혼 전력이 있는 강 씨는 이전에도 의처증과 도박, 폭력 등으로 가정 불화가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앵커 ▶

의처증이나 의부증 환자는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원은수/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Q. 의처·의부증 대처는?]

″의처증, 의부증이 지속될 경우에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지속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자살이나 타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으므로 입원 치료 등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망상이 공고한 상태이므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망상을 강하게 비난하면 치료로 이어지기가 더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환자가 망상에 의해 겪는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다가가서 그 부분에 대해 치료를 받을 것을 설득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 드립니다.″

[Q. 의처·의부증 치료는?]
″가장 많이 시행되는 치료법은 정신치료입니다. 치료자와 환자가 깊은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정신치료만 받기 부족한 경우, 예를 들어 환자의 망상에 의한 폭력적인 행동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며 항정신증제, 항우울제, 기분조절제 등의 약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약물치료 효과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 앵커 ▶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데 기본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겠죠.

하지만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고 또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노린 황당한 상술도 등장했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속옷에 뿌리기만 해도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는지 알 수 있다는 이른바 ′불륜시약′입니다.

판매업자 이 모 씨는 이 시약이 남성 정액에만 붉은색으로 반응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한 세트에 5만 원에서 12만 원까지 받고 팔았습니다.

[이 모 씨/′불륜시약′ 판매업자]
″우울증이나 의부증, 의처증 같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이 시약을 판매한 거예요.″

하지만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시약은 단순히 어떤 물질이 산성인지 염기성인지를 구분하는 페놀레드 용액이었습니다.

계란 흰자에 뿌려도 반응이 나타나고, 비누나 그냥 물에도 역시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임휘성/서울 동작경찰서 수사과장]
″불륜을 의심하는 구매자의 갈등이나 의혹을 자극해 개인의 사욕을 채웠습니다.″

이 시약을 구입한 사람은 900여 명, 엉터리 결과를 근거로 배우자에 대한 의심만 키웠다가 이혼 위기까지 몰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구매자]
″이혼하자고 집사람도 그러고…. 빌었죠, 집사람한테. 제가 경솔해서 벌어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