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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이세돌vs알파고 세기의 대결, '인공지능' 첫 승

입력 | 2016-03-0917:27   수정 |2016-03-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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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첫 대국이 조금 전 막 끝났는데요.

3시간 반 동안 이어진 대접전에서, 이세돌 9단이 패배했습니다.

정진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오후 1시 정각에 시작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은 3시간 30분 186수 만에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습니다.

이세돌 9단은 흑을 잡았고, 알파고는 백을 잡았습니다.

첫수로 우상귀 소목을 선택한 이세돌 9단에 이어, 알파고는 1분 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을 선택했습니다.

초반전은 이세돌 9단의 변칙 바둑과 이에 맞선 알파고의 정석 바둑의 대결이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7번째 수만에 자신이 처음 놓는 변칙수로 알파고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알파고가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이세돌 9단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반전에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세돌 9단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종반전에 알파고가 우변으로 침입해 승부수를 두면서 역습으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세돌 9단이 결국 패배를 선언하면서, 예상보다 강력한 알파고의 실력에 전문가들도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2차전은 내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립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 앵커 ▶

이세돌 대 알파고, 총 다섯 번의 승부 가운데 오늘 첫 번째 대국이 치러진 건데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오늘 대국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오늘 첫 대국.

이세돌 9단의 패배는 꽤나 충격적입니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의외로 변칙적인 수를 계속 둬가며 마치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이세돌 9단, 고민하는 모습이 여러 번 눈에 띄었죠.

이세돌 9단도 평소 두지 않던 방식까지 동원하며 힘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5번기 1국에서 불계패를 당했습니다.

′알파고′는 손이 없기 때문에 개발사인 딥마인드의 프로그래머이자 영국바둑협회 회원인 아마추어 6단 ′아자황′이 손을 대신해 줬는데요.

이세돌 9단의 수 또한 ′아자황′이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아자황′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도 알파고의 손과 눈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대국은 제한 시간 2시간 동안 수를 고민할 수 있고, 이 시간을 다 쓰면 1분 안에 돌을 놓아야 합니다.

1분 초읽기는 3회가 주어지는데요.

바둑에서는 먼저 돌을 놓을 수 있는 ′흑′을 쥔 기사가 유리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을 얹어주는데요.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백′에게 6.5집의 덤을 얹어주는데, 이번 대국에서는 중국의 바둑규칙에 따라 7.5집을 덤으로 줍니다.

중국 바둑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알파고가 18개월 동안 중국 바둑 방식으로 훈련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세돌 9단이 첫판을 빼앗겼지만 아직 최종 승자는 알 수 없죠.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억 원입니다.

각 판당 대국료는 3만 달러씩, 15만 달러로 우리 돈 1억 6천5백만 원입니다.

또, 승리 수당 2만 달러가 별도로 책정돼 있습니다.

만약, 알파고가 승리하면 구글은 상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대국에 앞서 어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요.

이세돌 9단의 소감,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세돌 9단]
″역시 아직은 인간의 직관력이나 이런 감각들을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따라오기엔 약간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해서 자신감이 있다는 말씀드렸고요. 하지만, 이번 알고리즘의 설명을 들으면 느낌은, 직관은 어느 정도 모방이 가능하겠다… 조금 긴장해야 될 것 같고요. 5대0까지는 아닐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숱한 대국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생소한 느낌은 정말 처음인 것 같고요. 보통 사람과 사람이 둘 때는 상대방의 기운이라든지 기세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번 대국에서는 그런 것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의 값어치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 이번 게임에서는 꼭 인간의 그런 걸 지켜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앵커 ▶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바둑은 다른 게임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이 프로 바둑기사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알파고가 그런 예상을 뒤엎고 첫 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는데요.

지금까지의 인공지능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바둑 프로그램입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던 IBM의 슈퍼 컴퓨터 딥블루는 높이 2미터, 무게가 1.4t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컴퓨터 자체가 아니라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딥블루와 달리 실체가 없습니다.

알파고를 가동하는 서버는 구글 클라우드가 있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 자리하고 있고, 대국장과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 대국에 참여한 분산 버전의 알파고는 천2백여 개 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해 승리 공식을 찾아내는데요.

영상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알파고의 핵심 원리는 ′딥 러닝′입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스스로 원리를 학습하는 겁니다.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알고리즘인 심층 신경망을 토대로, 바둑판의 형세를 인식한 뒤 결과를 예측해 다음 수를 결정합니다.

알파고는 인간이 천 년이 걸려야 가능하다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는데요.

알파고는 기존 바둑 프로그램과 5백 차례 대결해 단 1패를 기록했습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5대 0으로 승리를 거뒀는데요.

관건은 알파고가 지난해 대국 이후 지난 다섯 달 동안 얼마나 더 강해졌느냐 하는 겁니다.

[데미스 허사비스/딥마인드 CEO]
″지난해 10월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다릅니다. 양질의 반복적인 자가학습을 훈련했습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는 또, 이세돌 9단의 두뇌 속에 들어 있는 최고 수준의 바둑 데이터를 학습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김대식/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지더라도 이세돌 9단의 게임하는 방법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정말 거저로 전 세계 최고의 데이터를 얻어 가는 거죠. 제가 이세돌 9단이었다면 저는 1천2백억 원 달라고 그랬을 것 같아요.″

◀ 앵커 ▶

첫 대국은 놀랍게도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지만, 앞으로 네 차례의 대결이 더 남았습니다.

이번 대국의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계속해서 나경철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부릅니다.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바둑을 두는 걸로 유명한 이세돌 9단을 ′창′에 비유하고 스승이 따로 없이 자가 학습으로 정석대로 바둑을 두는 알파고를 ′방패′에 빗댄 건데요.

의외의 일격을 당한 이세돌 9단이 어떤 창의적인 수로 알파고에 설욕을 할 지가 관심거립니다.

바둑에서는 승패가 명백하게 갈리면 열세에 있는 사람이 돌을 던져 ′불계패′를 선언하는데요.

알파고 역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는 돌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후이 2단과 비공식 대국에서 한 번 돌을 던졌다고 하는데요.

알파고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장고를 하고 불계패로 경기를 마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립니다.

앞으로 4번 남은 대국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정수현/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바둑 9단]
″프로 최고수 수준에서는 또 기계로만 할 수 없는 고도의 정교한 수법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거다 이렇게 전망을 합니다. 이세돌 9단은 어떤 그 독창적인 수를 잘 두고 전투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컴퓨터가 이미 그 평범한 수들은 다 공부가 되어 있어서 잘 두는데, 그런 좀 특별한 수를 두면 컴퓨터도 좀 당황하지 않을까.″

[김진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입력자료가 확 달라졌으니까 업그레이드가 됐고요. 대국을 하루에 128만 건씩 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수없이…. 실전, 확인까지 다 끝난 상황입니다. 알파고는 상대가 흔드는지도 몰라요. 그냥 그것에 대한 최선의 수를 찾는 거고…. 최선의 수를 찾는데 실수가 없습니다. 변칙 수라는 건 상대가 변칙 수라는 것을 알고 겁을 먹을 때 변칙수지 상대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감정도 없고 그런 경우에는 통하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