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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대학내 고질적인 병폐, '군기 잡기 문화' 대책은?

입력 | 2016-03-1717:26   수정 |2016-03-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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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집합시킨 뒤 가혹행위를 한 사건.

어제 MBC가 단독 취재로 보도해드렸는데요.

요즘은 군대에서도 이런 행위가 철저히 금지됐다고 하는데, 대학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의 한 대학교 체육관.

두 줄로 나란히 서 있던 신입생들이 선배가 나타나자 큰 소리로 인사합니다.

[신입생]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체육 관련 학과 선배들이 1, 2학년 60여 명 전원을 ′집합′ 시킨 건 어제 아침 6시 반.

체육관 커튼을 치고 불을 끄게 한 뒤 ′엎드려뻗쳐′를 반복시키고, 땅에 머리를 박고 뒷짐을 지게 하는 이른바 ′원산폭격′도 시켰습니다.

[신입생 A]
″머리 박고 있고. ′누구, 나와′ 하면 눈을 감고 달려가야 돼요, 선배님한테. ′다시 들어가′ 이러면 들어가다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2시간 반 동안 계속된 ′얼차려′에서 일부 남학생은 가슴을 맞기도 했습니다.

[신입생 B]
″바로 맞았어요. (휴대전화) 전화번호부에 OOO 선배님이라고 안 돼 있고, 그냥 이름하고 학번만 적어놨나 봐요. 그것 때문에….″

얼차려를 준 사실을 소문내지 말라며 입단속까지 시켰습니다.

[학과 선배]
″′엎드려뻗쳐′만 시키라고 얘기했어. 1학년 때만 힘든 거야. 기사만 아니면 내가 덮을 수 있을 것 같아.″

◀ 앵커 ▶

이 사건과 관련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집합시킨 게 새벽 6시 반이었는데요.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학생들을 집합 시킨 이유가 뭐였나요?

◀ 유선경 아나운서 ▶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선배들을 이름과 학번으로만 저장하고 뒤에 ′선배님′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이 대학 체육 관련 학과 신입생들은 입학하자마자 각종 행동수칙을 받았는데, 학과 행사에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안 된다′ 라거나, 선배 백여 명에게 ′각각 다른 표현으로 인사 문자를 보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복사한 뒤 이름만 살짝 바꿀 경우 각오하라는 거죠.

온라인에서는 이모티콘을 쓰지 말라거나, 선배 여러 명이 있을 때는 가장 학번이 높은 선배에게만 인사하라는 수칙도 있었다고 합니다.

교내에선 이어폰도 사용하지 말라거나, 선배가 전화 끊을 때까지 기다리기 등 학교생활에 관련된 세세한 규칙들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학과에선 오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학과 교수들은 오늘 오전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을 조사했다며, ″위계 질서를 명분으로 가혹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음 주엔 교내 상담센터에서 해당 학과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대학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학가의 고질적인 병폐인데요.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겠다며 각종 생활수칙을 강요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이번에는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대학캠퍼스.

과별로 구분되는 다양한 색깔의 명찰을 찬 학생들이 눈에 띕니다.

모두 1학년 신입생들로 멀리서라도 선배가 보이면 달려가 꾸벅 인사를 해야 합니다.

[신입생]
″안녕하세요. 00대 14학번 00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같은 사람에게 무려 6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통화 중일 때는 핸드폰까지 내려놓고 인사를 합니다.

복장 규정도 엄격해 한 달 동안 규정된 점퍼만 입어야 하는 학과도 있습니다.

예체능 전공 학생들의 경우 군대처럼 ′다,나,까′로 끝나는 말투만 사용하고, 인사는 90도로 하도록 강요받기도 합니다.

또 다른 대학의 체육학과는 아예 규정까지 만들어 신입생에게 나눠졌는데, ″지퍼와 단추는 끝까지 채워라″,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라″는 등의 세세한 행동까지 제약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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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로 인사하며 몸을 직각으로 접는 학생들.

선배들의 위세에 얼마나 눌렸는지 처음 본 취재진에게도 90도로 인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이 대학 체육학과 신입생 생활 지침 ′4번′을 지켜야 하기 때문.

커피는 문 뒤에 숨어서 마시고, 계단을 내려가다 전화가 울리자 한참을 멈춰 섭니다.

이동 중엔 휴대폰 사용도 커피 마시는 것도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학의 체육학과입니다.

[김 모 씨/신입생]
″신입생이 들어가면 가장 높은 학번 선배에게 가서 목소리를 제일 크게 하고….″

신입생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붙여야 하는데 학교에서 3km 떨어진 지하철역까지는 뗄 수도 없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대학 내 ′군기 잡기 문화′로 인한 각종 사건들은 특히 체육 관련 학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체육계에서는 코치가 선수를 체벌하고, 선배는 다시 후배에게 얼차려를 주는 등 신체를 통제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훈육′, 또는 ′전통′이라는 말로 폭력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지난 2013년에는 체육 관련 학과에 입학한 여대생이 얼차려를 받다가 기절해서 치아가 빠지는 사건도 있었죠.

당시 보도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부산 모 대학 스포츠건강학부 남녀 신입생들 수십 명은 선배들로부터 집단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이른바′ 원산폭격′과 ′쪼그려 뛰기′ 같은 기합이 1시간 넘게 이어졌고, 신입생인 19살 박모 양은 실신해 쓰러지는 바람에 윗니 두 개가 빠졌습니다.

[김정집/부산 남부경찰서 형사과]
″머리를 박고 있다가 힘이 빠지니까 실신하여 쓰러지면서 바닥에 입 부위를 부딪쳤습니다.″

박양의 아버지가 선배들을 찾아가 따졌지만 어이없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피해 여학생 아버지]
″체육학과가 이런 곳인지 모르고 들어왔느냐…. 이런 일도 못 견디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학생들도 별일 아닌 듯 얘기를 하더라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최근 다른 학과에서도 신입생들에 대한 군기 잡기 행위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 항공승무원 학과에서는 신입생에게 정해진 정장과 구두를 착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규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요.

의예과나 경찰학과 등에서도 세세한 생활수칙을 강요하며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 470명에게 ′학과에 군기 잡는 사람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설문에 참여한 의약계열 학생들은 모두가 자신의 학과에 군기 잡는 문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예체능, 자연, 공학 계열에서도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학 내 공공연한 이른바 ′군대식 문화′를 바로 잡을 수는 없는 걸까요?

교육부에서는 일부 대학에 가혹행위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데요.

4백 개가 넘는 대학 중 직접 점검할 수 있는 대학은 1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학에 대해서는 가혹행위를 근절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 ▶

일부 대학가의 강압적인 문화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달에는 금오공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논란이 됐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한 학생이 ″총학생회 간부가 성적 수치심이 느껴지는 게임을 하다 이를 거부한 학생에게 침을 뱉은 술을 줬다″고 주장한 건데요.

이어 학생은 ″간부가 이를 제지하던 다른 후배 두 명을 베란다로 끌고 가서 폭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학 측은 진상조사를 벌이고 이어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건국대의 오리엔테이션도 문제가 됐는데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표현하는 게임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학 측은 이후 학생회 측이 단독 주관하는 교외 행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두 사례는 모두 형법상 ′강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 강압적인 술 문화도 지적이 많이 되는 부분이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환영회 등에서 술을 마시다 목숨을 잃은 학생이 매년 발생해서, 지난 10년간 22명의 학생이 과음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이처럼 대학가에서 신입생들에 대한 군기 잡기 문화가 만연한 이유.

또 각종 가혹행위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희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Q. ′생활수칙′까지…. 신입생 군기 잡기 문화?]

[정용철/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어떤 신조나 규칙을 문서화해서 써놨을 때 그것이 갖는 어떤 권위나 어떤 이런 힘들을 아마 기대를 하지않나…. (그래서) 실제로 적고, 수칙을 나눠보고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해요. 어떤 개인의 어떤 잘못된 일탈로 보기보다는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문제예요.″

[Q. 대책은 없나? ]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깔보는 게 아니라 평등한 존재로서 존중하는 그런 문화들을 만들어 나갈 때 근본적인 밑바닥에 변화가 생기는데, 그런 것 없이 그냥 ′이게 걸리면 문제가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캠페인을 해가면, 이건 점점 더 어두운 곳으로 숨을 것이고, 안 보이는 데서 하는 방식으로 이게 계속 이루어질 거라고 예상이 되고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하는 그런 방식으로 캠페인이 되어야 밑바닥부터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