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린 파란색 옷을 입은 남성이 다짜고짜 주차장 입구에 서 있는 보안업체 직원을 흉기로 찌릅니다.
또 다른 보안직원이 남성을 제지하려고 다가가자 오히려 흉기로 위협하며 달려듭니다.
″야 이 XX 놈들아! 너희들이 경찰이야!″
흉기를 든 남성이 노량진수산시장 일대를 돌아다니는 무법 활극이 계속되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경찰관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던 남성은 테이저 건을 맞고 나서야 체포됐습니다.
[진은섭/목격자]
″사람들한테 욕설을 하면서 경호원들한테 막 욕설을 하고, ′죽인다′ 면서 막 (흉기를) 휘둘렀거든요.″
이 남성은 노량진시장 현대화사업을 반대해 온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50살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시장에 오기 앞서 영등포의 한 노래방으로 수협 경영본부장과 현대화TF 팀장을 불러냈습니다.
이후 ″임대료를 낮추고 점포면적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갑자기 흉기를 휘두른 뒤 달아났습니다.
[최 모 씨/수협 경영본부장]
″대화를 조금 하다가 밥 시키고 이야기 하고 슬슬 시비를 걸더니 정색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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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용역들이 탄 버스 앞을 막고 앉아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신규 건물 입주를 거부하는 상인 20여 명과 수협 측이 동원한 용역 수십 명이 밤샘 대치를 벌였습니다.
상인들은 용역들이 기존 시장 출입구를 막아 신규 선물로 손님들을 유도하고 있다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앵커 ▶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난 1971년부터 40년 이상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냉난방 시설이 없는 건 물론이고, 적재물과 부산물이 통로에 뒤섞여 있는데다가,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위생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는데요.
이번에 현대식으로 바뀐 노량진 수산시장은 기존 시장보다 훨씬 깨끗하고 편리해 보이는데요.
상인들은 새로운 건물에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새로 지어진 현대화건물은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로 연면적만 11만 8천여 제곱미터에 달하는데요.
건물을 짓는데만 5천2백억 원이 들었습니다.
기존 건물이 6만 8천여 제곱미터 규모니까 시장 자체는 훨씬 더 넓어진 셈인데, 상인들은 좁은 현대화건물에서는 장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장 내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요.
5제곱미터가 가게 한 곳 당 주어진 넓이입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수족관 여러 개에 보조수족관까지 통로에 내놓고, 기존 건물에서는 사실상 2배가 조금 넣는 11제곱미터 정도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 측이 새로 지은 건물에서는 정해진 공간만 써야 한다고 한 겁니다.
이럴 경우, 기존에 쓰던 수족관이나 설비는 들여놓을 자리가 없어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수협 측이 배수로까지 포함해서 5.5제곱미터로 면적을 조금 넓혀주긴 했지만, 영업을 하기엔 여전히 좁은데 반해 임대료는 최고 두 배까지 비싸졌습니다.
상인들은 이 외에도 새 건물이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을 하고있습니다.
천장이 낮아 냄새가 빠지지 않고, 활어 보관장이 들어서는 지하 2층에 냉각기가 부족해 공기순환이 잘 안 된다는 점, 또 판매 공간에 기둥이 많고 중앙에 통로가 많아져서 문제가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건물이 문을 연 지 20일 정도가 지났지만, 새 건물로 옮긴 상인은 전체 680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시장 상인들과 수협 측의 입장을 각각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양옥순/시장 상인]
″겉만 번지르르하게 지어놨지 안에 내용물이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없고….″
[이형자/시장 상인]
″의자 하나 놓고 앉아서 팔기만 할 정도? 물건을 적재해 놓아야 하잖아요.″
[서 현/시장 상인]
″저쪽은 유모차 2개도 못 지나가요. 그러면 손님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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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수협 노량진 수산]
″입주를 반대하시는 상인분들은 구시장에 대한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계시거든요. 하지만 현대화 시장을 신축해 놓은 상태에서 구시장을 리모델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를 하지 않은 상인분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나머지 잔여 자리에 있어서는 일반분들을 대상으로 일반 경쟁입찰을 하거나 아니면 자리 재조정을 통해서 시장을 운영해나갈 계획입니다.″
◀ 앵커 ▶
노량진 수산시장의 구성원인 상인들과 수협 측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과 관광객들이 노량진 시장 현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텐데요.
이브닝뉴스 취재진이 오늘 노량진 수산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인터뷰 ▶
[김신자/80세]
″단층이고 얕고 그러니까 좋죠. 노인네들은 다리 안 아프고….″
[유은심/73세]
″인간미가 좀…. 재래시장이 이런 새로 생긴 건물보다 그게 있잖아요. 인정미나 좀 구수한 그런…. 어촌의 맛이 나는 것 같고….″
[강경미/25세]
″새로 생긴 건물은 깔끔하고 주차장도 있어서 좋기는 한데, 정도 없는 것 같고 물건이, 생선이 여기보다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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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근/26세]
″편의시설 같은 경우는 화장실도 되게 많고요. 생각보다 깨끗해서 좋고 찾아오기도 딱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표지판이 많이 있어서 되게 편리한 것 같아요.″
[정의호/36세]
″구시장 같은 경우에는 좀 지저분하고 아무래도 바닥이 물기가 항상 많이 있고 겨울에는 좀 춥고 여름에는 덥고 이랬는데 여기는 일단 쾌적한 것 같아요.″
◀ 앵커 ▶
그런데 현대화 사업 때문에 갈등을 빚는 시장이 또 있습니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죠.
서울 송파구의 가락시장인데요.
번듯한 새 건물을 지어서 다음 달에는 개장을 해야 되는데, 이곳 역시 상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건물의 설계가 엉망이라면서 입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동쪽 끝에 지하 3층, 지상 18층의 새로운 건물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1단계로 정부와 서울시 예산 3천억 원을 투입해 지은 ′가락몰′입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파는 상인들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새벽 장사를 마치고 아침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상인들은 지하 1층으로 배정받은 청과 직판입니다.
현재의 직판 시장은 사방으로 뚫린 출입구가 147개, 하지만 가락몰 지하 1층엔 출입구가 단 3개, 그것도 한쪽으로만 나있습니다.
[김병철/청과직판 상인]
″147개 통로가 있는데도 새벽 시간대에는 고성이 오갑니다. 야 빨리 좀 비켜라.″
현대화사업의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하 1층 주차 공간이 충분해 지상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창수 팀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사관리팀]
″구매자들 차량을 (시간대로) 평균 조사해보면 한 250대 내외라는 거죠. 이 정도 주차 대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러오는 식재료 납품업자들부터 생각이 다릅니다.
[김기태/식재료 납품업자]
″저희가 지하로 내려가야 되는데 당연히 불편하죠. 지하로 갈 바에는 안 사죠.″
물류운송 전용으로 지었다는 전동차 통로를 이용해 지상에서 지하 1층까지 채소상자를 운반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