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명품 패션 브랜드를 본따서 가게 이름을 지었던 한 치킨집에 1천 4백만 원이 넘는 배상금을 물리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먼저 이번 판결 내용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사건의 발단은 한 치킨집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바로 이 치킨집인데요.
′루이비통닭′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죠.
언뜻 봐도 특정 프랑스 명품 브랜드가 떠오릅니다.
실제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영어 철자에서 ′T′가 하나 빠져 있고, 로고의 모양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글씨체나 분위기는 흡사합니다.
지난해 9월, 루이비통사는 ″치킨집이 이 상호를 쓰지 못하게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자 이 치킨집 주인은 상호와 간판을 살짝 바꿨습니다.
상호 앞에 ′Cha′를 붙여 ′차루이비 통닭′으로 상호를 바꿨고, ′루이비′와 ′통닭′ 단어 사이를 띄어서, 간판의 띄어쓰기도 다르게 하고 대문자였던 글씨체도 소문자로 바꾼 뒤 계속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루이비통사에서 또다시 문제 제기를 했고, 결국 법원이 ″치킨집은 루이비통사에 1,4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겁니다.
◀ 앵커 ▶
유선경 아나운서, 누가봐도 하나는 패션 명품 브랜드이고, 하나는 동네 통닭집 상호인데, 업종이 이렇게 서로 달라도 ″상표권을 침해했다″, ″부정경쟁을 했다″ 이렇게 본 거군요.
◀ 유선경 아나운서 ▶
′루이비통닭′ 치킨집의 경우에는 상호만 비슷하게 쓴 게 아니라, 이렇게 치킨 포장 상자나 음료수 컵에도 루이비통을 연상하게 하는 컬러와 로고를 본따서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법원은 치킨집이 상호와 상표를 따라해서 ′부정경쟁방지법′을 침해했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 앵커 ▶
거리를 다니다 보면 특정 브랜드를 연상하게 하는 로고, 또 아예 특정 상호를 그대로 갖다 쓴 가게를 발견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요.
이런게 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군요.
◀ 유선경 아나운서 ▶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로고와 비슷한 색깔과 모양의 그림에 또 ′스타벅스′ 발음이 유사한 ′술타먹스′ 이런 상호가 있는 경우도 있고요.
스포츠 글로벌 브랜드죠.
아디다스가 한눈에 연상되는 치킨집 ′아디닭스′도 있습니다.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를 떠올리게 하는 역삼각형 로고의 ′푸라닭′이라는 가게도 있고요.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집이죠.
′베스킨라빈스′의 이름과 로고를 살짝 변형시켜서 ′베스킨 라분식 13′이라는 이름의 분식집도 있습니다.
여기 보시는 ′MBC 노래방′도 저희 MBC 문화방송과 전혀 관계가 없지만 전국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죠.
이 밖에도 기존 유명 브랜드를 따라 가게 이름을 지은 곳들이 참 많은데요.
이런 모든 사례들은 분명히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고, 당연히 법에 저촉이 됩니다.
다만 같은 업종이나 같은 업태가 아니다 보니까 그냥 서로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건데요.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 좀 더 민감한 것 같습니다.
지난 2009년, 영국의 패션 업체인 ′버버리′사가 여기 보이시는 한국의 버버리 노래방을 상대로 2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적이 있습니다.
1심에서는 ″명성이 손상됐다는 객관적인 수치나 결과가 없어서 배상할 필요가 없다″며 재판부가 한국 노래방 측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권리가 침해됐으니 노래방은 250만 원을 버버리 측에 배상하라″ 이런 판결이 나왔던 거죠.
이후 노래방 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영국 버버리사에 250만 원을 배상하는 걸로 마무리 된 바가 있습니다.
◀ 앵커 ▶
저작권과 상표권.
중요한 재산권 중의 하나죠.
하지만 또 영세한 업체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소송을 걸어오면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이브닝뉴스 취재진이 직접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이은지]
″패러디나 홍보를 위해서만 사용했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그 명품 이미지를 이용해서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해 내는 것은 아무래도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송지현]
″이미지 실추가 맞죠. 자기네들은 브랜드 자체가 값이고 그런데, 그걸 간접적이나마 그렇게 도용을 했다고 하면.. 가볍게 생각할 건 아닌 것 같아요.″
[김지혜]
″재밌고, 기발하고 한편으로는 되게 아이디어가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굳이 그렇게 심각해 질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장해연]
″영세업체고, 동종업계도 아닌데, 사람들도 이름을 희화화해서 따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가 과하게 제재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선혜]
″동종업계가 아니지만, 다른 업계라고 하더라도 그걸 승인하거나 용납하게 되면 그 범위가 어느 정도로 한정될 것인지에 대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식을 하고 조심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그동안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권 침해에는 관대한 편이었던 게 사실인데요.
이번에는 이른바 ′간판 베끼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 조항에 저촉되는지,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상표를 보호하는 법에는 ′상표법′과 ′부정경쟁 방지법′이 있습니다.
먼저 상표법은 동일한 제품군에서 따라한 경우, 다시 말해 ′짝퉁′에 대한 법이고요.
′부정경쟁방지법′은 제품군이나 분야에 관계없이 저명한 상표의 경우, 상표를 폭넓게 보호하는 법입니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카피한 경우, 즉 앞서 살펴본 치킨집과 루이비통의 경우는 바로 이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된 거겠죠.
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좀 더 들여다보면, 먼저 ′부정경쟁행위′란 것은 ′기존에 널리 인식된 성명, 상호, 상표, 용기, 포장 등과 동일 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해서 소비자들을 혼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이런 판매 행위를 통해 다른 브랜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 시키는 것 역시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법원에서는 ″치킨집이 루이비통 브랜드의 명성을 손상 시켰다″ 이렇게 판단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영두/변리사▶
″일반적으로 상표권이 강한 회사들이 많은 나라들은 상표권 보호가 강하고, 미국과 유럽은 예전부터 강력한 법을 둬서 보호를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당연히 이제 상표 보호의 강도가 강해질 겁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서 강해지는 추세에 있고, 이번에 나온 판례처럼 재판부가 좀 더 저명 상표를 강화하는 쪽으로 판단을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과거에는 사실 우리나라가 ′짝퉁의 나라′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중국의 짝퉁′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입는 입장이 됐습니다.
한국의 유명상표를 그대로 베낀 중국의 유사 상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이 가운데 몇 개만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중국에서 한국 소주라며 판매되고 있는 ′참일슬′이라는 ′짝퉁′ 술입니다.
배경의 대나무 문양도, 상표 글씨체도 비슷합니다.
정식으로 수출된 ′참이슬′보다 현지에서 1위안 정도 싸게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중국 쇼핑몰에서 한국의 유명 화장품이라며 팔리고 있는 이 제품엔 영문으로 ′설안수′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산 고가 화장품 ′설화수′가 인기를 끌자 슬며시 베껴서 팔고 있는 겁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프랜차이즈를 베낀 업체들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둘둘치킨′을 교묘하게 바꾼 ′투투 치킨′도 중국에서 성업 중이고, 프랜차이즈 빵집 ′파리바게뜨′를 모방한 ′파리 필링′도 유사한 로고를 사용하면서 한국 상표인 양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중국법에서는 해외 유명 상표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무조건 먼저 상표 등록을 마치는 사람이 임자인 셈입니다.
다행히 ′교촌치킨′의 경우에는,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미리 중국 상표등록을 해 둔 덕분에 짝퉁 업체 ′교춘치킨′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빙수 프랜차이즈인 ′설빙′은 중국의 짝퉁 업체가 먼저 상표 등록을 해버리면서 애를 먹고 있는데요.
영상,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중국 상하이의 홍취엔루 거리입니다.
쇼핑센터 2층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한국의 빙수 전문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문을 연 1호점입니다.
상하이 도심의 한 쇼핑센터.
똑같은 문구가 적힌 진동벨과 색깔만 살짝 다른 종업원 복장까지 진짜 매장의 것을 거의 그대로 베껴놨습니다.
[종업원]
(이거 한국의 설빙인가요?)
″네.″
(′피노키오′(한국 드라마)에 나왔던 그거죠?)
″맞아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가 조금씩 발견됩니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영어 표기에서 ′카페′가 빠져 있습니다.
또 글자 사이의 빨간 네모에는 ′눈 설′자 대신 다른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소위 ′짝퉁′ 업소인 겁니다.
[쉬자 신]
″설빙은 다 같은 설빙이라고 생각했어요. 브랜드가 다르다고는 생각 못했어요.″
인근의 다른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는 또 다른 매장.
간판은 비슷하지만 영어 표시에 ′new concept′, ′신개념′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이런 가짜 업소들이 중국 전역에 걸쳐서 영업을 하고 있고, 가맹 계약은 200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설빙이 장소 협찬을 한 드라마가 홍보 자료로 올라와 있고, 가맹 상담을 위해 만든 설명 책자에는 김수현과 이민호 등 한국의 유명 연예인은 물론 대통령의 사진까지 실려있습니다.
회사 측은, 이 매장들은 가짜가 아니며 상하이의 진짜 설빙 매장이 오히려 자신들을 뒤따라 문을 연 거라고 말합니다.
[중국 빙수 업체 관계자]
″저희는 3월부터 영업 시작했고, 홍취엔루(설빙 1호점)는 5월부터 시작했어요. 저희가 장사 잘 되는 걸 보고 저희 간판을 사용한 거겠죠.″
설빙의 중국어 상표를 자신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말합니다.
[중국 빙수 업체 관계자]
″그 설빙은 한국에서만 열 수 있어요. 그 회사는 중국에 상표 등록을 안 했기 때문에 중국에 못 들어와요.″
[유성원 변리사]
″이러한 상표들은 등록되어서는 안 된다고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법적인 근거가 없어요. 상표법상 규정에….″
(그럼 이의 제기를 뭐로 할 수 있습니까?)
″이의 제기를 해도 못 이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