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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결혼은 현실", '작은 결혼식' 확산

입력 | 2016-05-1317:46   수정 |2016-05-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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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구혜선 씨와 안재현 씨가 오는 21일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혼식을 따로 올리지 않고, 대신 그 비용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최근 과도한 결혼식 비용이 문제가 되면서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이른바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구혜선, 안재현 씨 결혼 소식부터 화면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뒤 실제로 연인이 된 배우 구혜선 씨와 안재현 씨.

두 사람은 부부의 날인 오는 21일,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뿐일 결혼 예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혀, 결혼 소식만큼이나 세간을 놀라게 했는데요.

두 사람은 결혼 당일 혼인신고만 마친 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예식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결혼식에 들어갈 비용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소아병동에 기부하기로 했는데요.

최근 떠들썩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마다하고 비공개 ′작은 결혼식′을 선택한 연예인 부부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와중에 결혼의 참뜻을 되새기게 하는 구혜선- 안재현 커플의 훈훈한 미담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최근 ′작은 결혼식′으로 화제가 됐던 연예인 부부, 누가 있을까요?

먼저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지난 2013년, 제주도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누가 왔는지 얼굴도 모르고 30분 만에 끝나는 결혼식이 허무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연예인 결혼식에 으레 뒤따르는 결혼전문업체의 협찬이나 화려한 예식이 없는 결혼식으로 당시만 해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역시 가수인 조정치-정인 커플도 지난 2013년 혼인신고부터 마친 뒤,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하며 지리산 정상에서 찍은 결혼사진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해에는 톱스타 배우인 원빈-이나영 커플이 원빈 씨의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 정선의 밀밭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가까운 친지만 초대하고, 하객들에게는 가마솥에서 끓인 국수를 대접한 ′소박한 결혼식′이었지만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 같은 모습이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리포터와 개그우먼으로 활동한 김나영 씨는 제주도에서 야외 결혼식을, 이찬오 셰프와 모델 김새롬 씨는 이찬오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가족과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는데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은 소박하게 치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목이 집중된 연예인들이 이처럼 소박한 결혼식을 선택하면서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앵커 ▶

이처럼 ′작은 결혼식′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건, 역설적으로 ′고비용 결혼식′이 대부분의 신랑 신부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혼 적령기의 남녀와 이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분들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양원희/26살]
″예물이나 예단 같은 비용 때문에 비싼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까지 필수적이어야 되나….″

[유정희/55살]
″(자녀 결혼시킬 때) 웨딩 비용이 한 5천(만 원) 정도…. 신부들 드레스도 두 번씩이나 갈아입고 꽃 부분이라든지 식사비용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김희영/52살]
″세 얻어도 서울 시내 같은 경우에는 1억(원)이 넘어가니까, 그 정도 수준이면 부모들이 일정 부분은 빚을 지지 않을까 싶은데….″

[정훈희/48살]
″여자 같은 경우도 4~5천만 원 들고. 남자는 훨씬 많이 들고. 좀 서로 줄여가지고, 집 얻는데 보태는 게 훨씬 낫겠죠.″

[안지원/24살]
″다 의례적으로 와서 축의금 내고 밥 먹고 가는 이런 분위기보다는 정말로 진정으로 절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을 부르고 싶고….″

[심수정/26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약간 편하게 파티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제 결혼식은….″

[김홍자/61살]
″부모님도 덜 힘들고, 자기들도 힘들지 않고, 이게 너무 호화롭게 하면 다 빚이잖아요.″

[이미리/26살]
″부모님들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게 결혼식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 때문에 그걸 포기하고 조그맣게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좀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 앵커 ▶

요즘 실제로 결혼할 때 들어가는 비용, 얼마나 될까요?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한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최근 2년간 결혼한 남녀 천 명에게 물었는데요.

결혼할 때 들어간 비용이 평균 2억 7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조사한 것에 비교를 해보면 3천 6백만 원이 늘었는데요.

비용의 70%인 1억 9천만 원 정도는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들어갔습니다.

또 예물과 예단, 혼수에도 각각, 천 5백만 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식 자체에는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요?

대략 1시간 안에 끝나는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을 분석해 보면 예식장 대여료에 ′웨딩 패키지′라고 하죠.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 이 세가지를 합쳤더니 평균 2천 4백만 원이 들었습니다.

또 우리 부모님들, 요즘 자녀의 결혼에도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하시죠?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천 5백 명의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최근 5년간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세대의 97%가 결혼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결혼자금의 60% 이상을 지원했다고 답한 부모님도 열 명 중 3명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 비용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예물이나 예단을 교환할 때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부모는 30%, 자녀 세대는 16%로 나타났는데요.

′신혼집은 신랑이 혼수는 신부가 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자녀들보다는 부모가 더 많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후자금까지 다 긁어모아 자녀의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결혼에 약 1억 3천만 원을 써 노후 자금의 55%를 지출했습니다.

아들은 9천400만 원, 딸은 4천200만 원으로 아들에게 훨씬 더 많이 썼는데, 대부분은 집 장만 비용이었습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예·적금이나 보험을 깨고 심지어 집을 팔거나 빚을 내기도 했습니다.

[윤준녀]
″(아들에게) 어느 정도 주고 나니까 애들이 조금 힘들거나, 손주들에게 용돈도 넉넉히 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여생을 보낼 자금의 절반을, 그것도 한꺼번에 쓰면서 노후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윤성은/삼성생명 책임연구원]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부모님 역시 75% 정도는 ′자녀들에 대한 결혼 자금 지원으로 노후 생활에 무리가 간다′고 응답을 했습니다.″

이런데도 부모의 절반 이상은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자녀 세대 10명 중 7명은 결혼까지 부모에게 신세 지지는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김혜진]
″저희 부모님이 그럴 (결혼 자금을 지원해 줄) 상황이 안 될 것 같아서 저는 지원을 안 받을 것 같아요.″

인구 고령화로 과거보다 2-3배 긴 노후를 보내야 할 50, 60대 부모들.

결혼비용 지원 방식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최근엔 결혼 비용 때문에 빚을 진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라는 뜻의 ′웨딩 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는데요.

′다음소프트′에서 블로그 7억 건과 트위터 89억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되묻는 즉 ′비혼′을 언급한 경우가 지난 5년 동안 7백 퍼센트 증가했습니다.

또 ′결혼′의 관련어를 분석했는데요.

여러분은 ′결혼′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생각나시나요?

분석결과, ′결혼′의 연관어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단어 ′사랑′은, 최근 2년간 인터넷이나 SNS에서 언급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경제적′, ′현실적′ 또, ′스트레스′ 이런 단어들이 오히려 늘었는데요.

′셀프웨딩′이나, ′작은 결혼식′에 대한 언급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또 ′결혼′과 관련해 ′합리적′인 부분, 또 ′실속′을 찾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시민 1천 명에게 어떤 결혼식을 원하는지 물어봤는데요.

′실속′ 있고 ′소규모′인 결혼식, 또 ′당사자가 주도하는′ 결혼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습니다.

열 명 중 9명은 ′작은 결혼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요.

하지만, 막상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하우스 웨딩홀.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에 세 시간 정도로 여유 있는 대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족끼리 하는 작은 결혼식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하객이 적어도, 150명분은 내야 합니다.

[A 하우스 웨딩업체 직원]
″150명부터. 150명이 최소 보증 인원수고요.″

다른 하우스 웨딩업체.

한 명 식대만 6만 원.

꽃 장식과 대관료를 더하면 비용이 하객 2백50명 기준 3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평균 예식비보다 1천만 원가량 비쌉니다.

사진 촬영도 지정 업체 중에서만 골라야 합니다.

(″여기에서 지정해 주시는 거군요? 사진업체는.″)
″네, 맞아요. 선택을 해주셔야 해요.″

하우스 웨딩이라고 해도 규모나 비용을 줄이긴 쉽지 않은 겁니다.

[B 하우스 웨딩업체]
″대관료와 생화 장식을 650만 원으로 안내해드려요. (식비는) 12만 원까지 있고요. 2백 분 보증은 필요로 하시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어도 장소를 찾기가 영 어렵다는 분들이 많으시죠.

최근엔 청와대 사랑채나 서울 시민청 등 공공기관을 결혼식장으로 대여해주기도 합니다.

작은결혼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전국 공공시설 웨딩홀의 비용 등을 비교해볼 수 있는데요.

인기 있는 곳은 대기 인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약을 서두르시는 게 좋습니다.

최근엔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유명 연예인이 아니어도, 멀리 나들이를 떠난 곳에서 식을 올리거나 결혼 비용을 아껴 기부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 리포트 ▶

예식장은 민박집, 열 명 남짓한 양가 가족의 단출한 제주도 나들이가 바로 결혼식이었습니다.

비용은 일반 예식장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올린 결혼식, 식장 비용을 15만 원에 해결했습니다.

[김혜선]
″결혼식장에서는 30분마다 한 번씩 막 이렇게 끊어서 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받은 축의금 2천만 원은 모두 기부했습니다.

덕분에 노숙자를 위한 국수 기계가 생겼습니다.

[조요셉]
″결혼을 하는 처음 인생을 출발하는 시발점에서 하는 그 의미 있는 행동은 아마 평생 자손에게도 그 의미가 전달되지 않겠나….″

야외 공원에 화분으로 길을 만들고 도시락으로 피로연을 엽니다.

이른바 ′소풍 결혼식′을 찾는 부부도 늘고 있습니다.

[이정훈/김지은]
″저희가 3포 세대, 4포 세대에 포함되는 세대인데요. 저희가 가진 돈으로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까 작은 결혼식도 준비를 하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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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비용도 아끼면서, 개성 있고, 실속 있는 결혼을 한다는 시도도 있습니다.

이른바 ′친환경 결혼식′.

예식장은 공공기관을 빌리고, 사진 촬영은 재능 기부로 했습니다.

이렇게 들어간 결혼 비용은 90만 원.

아낀 돈으로는 나무를 심어 기부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