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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부모 부양' 급변하는 세태, 노후대비도 옛말

입력 | 2016-05-2417:48   수정 |2016-05-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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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나라에서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는 자녀들, 얼마나 될까요.

국내 한 연구원에서 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꼴로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이 내용 엄기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57%가 친부모 혹은 배우자의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부모 부양 비용은 월평균 35만 원으로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였습니다.

아들이 딸보다 부담하는 비용이 컸는데 장남은 월 47만 6천 원으로 가장 많았고, 차남 이하는 33만 9천 원이었습니다.

또 장녀는 28만 7천 원, 차녀 이하는 26만 6천 원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4명 가운데 3명은 부양 비용에 대해 ′감당할 만하다′ 혹은 ′부담되지 않는다′고 응답했지만, 나머지 한 명은 가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 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사람의 48%는 ′비용 부담′이 부양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부양 비용은 줄어들어 20대가 월평균 43만 5천 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원은 공적 부양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가족이 아닌 사회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비율은 최근 조사에서 절반을 넘었습니다.

MBC뉴스 엄기영입니다.

◀ 앵커 ▶

이번에는 이 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자체가 최근 많이 바뀌었다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생각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는데요.

먼저 ′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 지난 1998년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가량이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는데요.

그런데 재작년에는 이렇게 답한 비율이 열면 중 세 명꼴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사회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답변은 계속 증가해 2010년대 이후엔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는데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가족해체′로 인해 국가, 사회로 의한 공적 부양이 늘고 있다며 ′경제적 부양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정서적 부양은 가족이 담당하도록 공적 부양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내가 부양을 받고 있기는커녕, 다 큰 자녀를 내가 부양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떻습니까?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일명 ′캥거루족′이라고 하는데요.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함께 살거나, 여전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으로 자녀들이 독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부모들이 취직을 하지 못한 자녀를 도와주기 위해 매달 평균 70만 원 이상을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보도 영상으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취업 공부를 하는 민광진 씨는 하루를 공립 도서관에서 보냅니다.

웬만한 책은 빌려 보고 저렴한 분식집에서 끼니를 때워도 한 달 60만 원가량은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합니다.

[민광진/취업준비생]
″용돈 달라고 하기도 많이 죄송스럽고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저도 심적으로 많이 부담스럽고….″

20대 자녀를 둔 부모 10명 중 9명은 아들 딸의 취업 준비에 매달 평균 78만 원씩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학과 자격증 등 취업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컸고, 용돈과 주거비가 뒤를 이었습니다.

[김금애/취업준비생 어머니]
″옛날에는 안 나가던 돈들이 지금은 무지하게 많이 나가는 것들이 많잖아요. 최대한 절약해서 쓰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현재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1%로 구직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4%를 넘어섰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여기에 ′신캥거루족′ 또는 ′리터루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리터루′, ′돌아온 캥거루족′이라는 말인데요.

자녀들이 결혼해 새 가정을 꾸린 후에도 주거나 양육 문제로 부모 곁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 결과, 60세 이상 노년층이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는 31%였는데요.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에다 ′손자, 손녀를 양육하거나 자녀의 가사를 돕기 위해서′라는 답변까지 모두 더하면 이 같은 ′비자발적′인 동거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는데요.

이 두 답변 모두 2년 전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그럼 우리 부모님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사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4명 중 3명꼴로 나타났는데요.

이 같은 응답은 지난 10년 전 52%에서 지금은 75%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 앵커 ▶

요즘 ′자식의 자식 농사까지 맡고 있다′는 조부모님들, 굉장히 많은데요.

′황혼육아′의 실태를 이어서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 중 절반 정도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손자 손녀를 맡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른바 할마, 할빠들의 육아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일주일에 평균 47시간, 하루 평균 9시간 정도 손주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육아 노동이 심하다 보니 허리나 팔다리가 아픈 것은 물론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요.

′손주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조부모 5백 명에게 물었더니 4명 중 3명은 ′황혼 육아를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최근엔 부부가 이혼하면서 조부모가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조부모라 할지라도 손자를 혼자 키웠다면 부모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 리포트 ▶

60대 황 모 씨는 지난 98년 아들 부부가 이혼하면서 갓 돌이 지난 손자의 양육을 맡게 됐습니다.

아들 부부는 이혼 후 17년 동안 한 번도 황 씨나 손자를 찾지 않았습니다.

손자를 맡을 때만 해도 경제적 여유가 있던 황 씨였지만, 나이가 들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엔 손자의 대학 등록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나빠졌습니다.

황 씨는 고민 끝에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17년간의 양육비 9천만 원과 손자가 성년 때까지 월 100만 원을 달라″며 이혼한 아들 부부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황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황 씨의 아들과 이혼한 전 며느리에게 각각 ″양육비 3천500만 원과 1천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민호/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조부모가 손자녀를 직접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부모가 그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아들과 전 며느리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 앵커 ▶

이 같은 자녀 또는 손자·손녀 부양 세태에 대해 우리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요?

저희 취재진이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 인터뷰 ▶

[김지영]
″스펙을 서로 많이 쌓으니까 경쟁은 심해지고, 자기가 스펙이 높으니까 다들 좋은 회사에만 가려고 하니까…. 부모님 세대들이 너무 어렵게 살았던 그런 게 있어서 그런지 (자녀들을) 더 감싸는 것 같아요.″

[김기혁]
″지금 젊은이들은 그 사회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까닭에 자기가 꿈을 펼치고 싶어도 그 꿈에 한계에 금방 봉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부모를 섬긴다든가 하는 것은 꿈에도 못 꾸고, 기존 세대들이 그들을 좀 더 보살펴야 되는 그런 환경에 있지 않나….″

[김헌재]
″저 또한 자녀 교육비에 거의 다 들어가기 때문에 거의 지금 현재 저축은 한 푼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은 더 늘어나고 국가에서 필요한 복지는 더욱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고, 이것이 정말 앞으로 21세기에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현재 우리나라의 노후 대비 실태를 연령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 30대는 어렵사리 취업과 결혼에 성공한다 해도 집값과 육아 문제에 직면하고 있죠.

40대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로 자녀의 사교육비 문제와 부모의 병원비 등 부양 문제에 끼어있고요.

50, 60대가 돼서는 자녀들의 결혼자금으로 목돈이 나가고, 자녀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재취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이번에는 100세 시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30대에서 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줄어들었습니다.

정작 노후 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50대는 79%로 나타났고, 60대 이상은 56%로 뚝 떨어졌습니다.

또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2년 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대 이상 응답자들의 경우, ′자녀에게 의지한다′는 응답도 낮아지면서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 앵커 ▶

부모를 부양할 책임이 가족, 즉 자녀에게 있다는 생각은 줄고 있고, 부모님들 세대가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하지 못해서일까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러운 1위인데요.

나경철 아나운서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최근 국내에서 퇴직 후에 빚에 쫓기다 파산에 이르는 ′노후파산′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건데요.

서울중앙지법이 올해 1, 2월 파산자를 분석했더니, 4명 중에 1명꼴로 60대 이상 노년층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불효파산′도 등장했는데요.

자녀들에게 생긴 빚을 부모가 대신 지고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가 늘면서 법원도 엄격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보도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 리포트 ▶

72살 오 모 할머니는 지난해 4월 신용카드 빚 4천5백만 원을 갚지 못해 파산 선고를 받은 뒤, 빚을 전액 탕감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오 할머니가 쓴 카드값은 월평균 5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법원은 직업과 소득이 없는 70대 노인의 소비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의심쩍다고 여겨 카드 내역을 살펴봤는데 피부과, 성형외과에서 결제한 고가의 진료비와 자녀에게 부과된 세금 납부, 백화점에서 산 젊은 여성 브랜드 옷 등이 확인됐습니다.

계속된 추궁에 할머니는 ″아들과 딸이 어려워서 대신 썼다″고 털어놨고, 결국 법원은 할머니의 채무 면책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최웅영/서울중앙지법 파산공보관]
″부모가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경우 그 용도가 자녀의 사치적인 소비재의 구매 등에 쓰이면 과도한 낭비에 해당해서 면책을 못 받게 될 수 있습니다.″

◀ 앵커 ▶

이 같은 세태에 대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떤지 저희 이브닝 뉴스 취재진이 들어봤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시죠.

◀ 김귀옥/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 Q. ′캥거루족′ 현상… 원인은? ]
″과거에는 자녀들이 20대 중후반 정도면 최소한 다 독립을 시킨다고 봤거든요″ ″근데 요즘은 30대 중반이 돼도 같이 살거나 설령 분가를 했더라도 지원하는 그런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까 (자녀를) 부양해야 되는 게 상당히 길어지고 있죠.″

[ Q. ′노후빈곤′ 원인, 대책은? ]
″(부모님들이) 퇴직할 연령이 되었을 때 사실은 노후 대비를 했던 것들을 자녀의 부양을 위해서 상당 부분을 쓰게 되는 그런 현실이 됩니다. 70대가 되는 노인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노후를 위한 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정부에서 주는 최소한의 그런 노령연금. 의존해서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조건이 되는데 결코 쉽지가 않잖아요. 적극적으로 사실은 정부가 청년들의 취업 안정 그다음에 집값 안정성, 노인들의 사회적인 안전망 이런 것들을 우리가 사실은 더 강화해야 될 그런 시기에 지금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