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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무단횡단' 매년 400명 사망, 대책은?

입력 | 2016-05-3117:47   수정 |2016-05-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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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바쁘거나 또 귀찮아서,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해마다 4백 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보행자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한데요.

이 시간 이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유선경 아나운서와 관련 실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 경찰청의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내용인데요.

무단횡단 사망자는 한해 평균 39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열 명 중 4명은 ′무단횡단′을 하다 숨진 거였는데요.

무단 횡단 사고의 치사율은 8.2%로 정상적인 횡단 과정에서의 사고보다 두 배 정도 높았습니다.

관련 보도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왕복 2차로, 교통 신호에 멈춰선 옆 차선 차량 사이로 갑자기 학생이 뛰어나오다 차량과 그대로 부딪히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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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앞으로 뛰어든 60대 남성.

왼편 중앙 버스차로에서 뛰쳐나온 바람에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부딪혀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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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노인이 택시에 치여 쓰러집니다.

곧바로 택시는 멈췄지만 뒤따라오던 차량이 들이받습니다.

이번엔 택시에서 나온 운전기사, 피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승용차에 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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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을 보고 속도를 내던 승용차가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도로를 뛰어가던 노인들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버스에 부딪혀 쓰러집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렇다면 이런 무단횡단 사고에서 운전자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인데요.

지난해 10월 김 모 씨는 광주 무진대로 1차로를 운전하다 무단횡단하는 이 모 씨를 치었고,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왕복 12∼14차로에 1.5미터 높이의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었고,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통행이 금지된 곳이었는데요.

법원은 ″사고 당시 김 씨가 피해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무단횡단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한 4차선 도로입니다.

아침 일찍 운전을 하던 이 모 씨의 승용차는 도로 3차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좌회전을 기다리며 1차선에 서 있던 버스 앞으로 한 남성이 뛰어나왔고, 이 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은 그대로 남성을 치었습니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몇 시간 뒤 뇌부종 등으로 숨졌습니다.

검찰은 ″전방을 잘 살피고,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이 씨를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를 발견한 즉시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확인됐고, 사고 지점과 불과 2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당시 이 씨 차량의 주행속도는 시속 63km로 제한속도인 70km를 넘지 않은 점도 고려됐습니다.

◀ 앵커 ▶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는 피해자의 치사율이 높은 만큼 가해자에게도 충격이 큰 날벼락 같은 일인데요.

이번에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산정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관련보도 내용부터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무죄 판결의 기준은 ′시야 방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승용차가 2차로를 달립니다.

옆 차로에는 좌회전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고, 승용차는 진행신호를 받아 달립니다.

횡단보도에 다다르는 순간, 버스 사이에서 한 여성이 불쑥 나타나고 차와 부딪힙니다.

이 경우 운전자의 과실을 따질 수 없습니다.

[한문철/변호사]
″좌회전 대기 중인 차 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오면 거리가 10미터, 도저히 멈출 수 없습니다. 예상도 할 수 없었고 피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보행자 과실 100%입니다).″

신호등에 진행 신호가 들어와 있을 때, 횡단보도는 차량 통행이 보장된 공간으로 인정됩니다.

이때 보행자가 장애물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고가 나면 보행자 과실이 올라갑니다.

반면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같은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는 전방주시 태만으로 높은 과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의 평균 과실비율은 운전자 70%, 보행자 30%였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번엔 판례 등을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과실 비율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녹색불이 켜진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다면, 100% 운전자 과실입니다.

그런데 녹색불이 켜지자마자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났다면, 보행자의 과실도 5% 있다고 봅니다.

보행신호가 켜지자마자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 사고 발생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는 거죠.

횡단보도에서 녹색불이 깜빡거릴 때 뒤늦게 횡단보도를 건너다 빨간불로 바뀌었을 때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신호를 기다리지 않은 보행자의 책임을 20%로 보고 운전자 쪽 과실을 80%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데 건너다가 사고가 났다면, 상황에 따라 보행자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에 보행자 60, 자동차 40 정도의 과실비율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만약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빨간불에 건넜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요?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 리포트 ▶

김 모 씨는 술에 취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SUV 차량에 치였습니다.

이 사고로 얼굴 곳곳에 성형수술로도 없애기 힘든 1~3cm의 흉터가 남았고, 김 씨는 차량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김 씨가 비록 빨간불에 건넜지만 운전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피해 금액의 절반인 4천3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사고 순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취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김 씨가 정지신호였음에도 술에 취해 좌우를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더 무겁다″며 김 씨의 책임은 60%로 올리고 운전자 책임은 40%로 낮췄습니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는 법적으로 사람이 건너서는 안 되는 차도입니다.

반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인도로 간주되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일단 멈춰 서야 합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번에는 횡단보도가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 도로를 건너다 사고가 난 경우를 살펴볼까요?

횡단보도가 5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났다면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클까요?

운전자 쪽 과실이 60%로 좀 더 높습니다.

횡단보도 주위의 도로도 잘 살펴서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밤에 횡단보도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을 건너다 사고가 났다면 보행자의 과실이 훨씬 더 높아져 70%, 운전자의 과실은 30% 정도로 봅니다.

지하도가 있는 8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 사고가 난 경우에도 보행자의 과실이 70%로 더 높다고 법원이 판단하기도 했는데요.

보행자의 과실을 100% 인정한 판례도 있었는데요.

과연 어떤 상황인지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최 모 씨는 빨간 불이 켜진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교통체증으로 움직이지 않는 차들 사이를 걸으며 휴대전화 통화를 하느라 주변을 살피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대 차선에선 차들이 정상 속도를 내고 있었고, 마침 이곳을 지나던 조 모 씨의 승합차에 치였습니다.

법원은 운전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보행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반대 차선의 차들 사이로 보행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사고 원인을 전적으로 신호를 안 지킨 보행자 탓으로 본 판결″이라면서 ″최근에는 무단횡단 등 보행자의 과실도 무겁게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무단횡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는 이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횡단보도와 횡단보도의 간격이 너무 멀다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요.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없을지 보도 내용을 보며 생각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여성은 다가오는 차를 보지 못합니다.

모두 가까운 곳에 횡단보도가 없어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였습니다.

서울 동대문의 왕복 8차로 도로.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를 행인들이 위태롭게 건넙니다.

[보행자]
(위험하지 않으세요?)
″그럼 신호등을 만들어 주던가…. 불편해요.″

이곳에 횡단보도가 없는 것은 현행 법령 때문입니다.

학교 앞 등을 제외하고는 다른 횡단보도에서 200미터 이내에 설치하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단횡단사고가 자주 나는 백 69곳을 분석했더니 91%가 다른 횡단보도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현재 횡단보도의 설치 기준은 도로의 기능이나 보행량과는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2백 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무단횡단 요인을 줄여서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자가 많은 생활권 이면도로의 경우 횡단보도 설치 간격을 현재의 절반인 100미터로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은 횡단보도 설치 간격이 90m 그리고 일본의 도시지역은 100m, 영국과 프랑스는 횡단보도 설치 간격에 대한 제한 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설문조사한 결과 현행 횡단보도 설치 간격 기준이 무단횡단사고와 관련있다는 답변이 73%를 차지했는데요.

적절한 설치 간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정도가 ′100미터′라고 답했습니다.

현행대로 200미터가 24%, 150미터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18% 순이었습니다.

횡단보도 그리기가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요.

관련 보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가고, 중앙선에 갇혀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리어카를 끄는 상인에서 상가를 찾는 손님까지.

다들 1분1초가 아쉽습니다.

[이정숙/무단횡단 보행자]
″짐 많은 사람들은 지하상가로 건너갈 때 너무 힘들어서, 횡단보도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보행자들의 불편이 크지만 이 구간에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지하상가 상인들이 유동 인구가 주는 걸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진통 끝에 횡단보도를 10여m 떨어진 곳에 설치하자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서울시 자문위원회에 막혔습니다.

해당 구간에 한양도성 유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루 2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용 가방을 손에 들고, 100개에 달하는 명동 지하상가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횡단보도가 있으면 30초면 건널 수 있는 거리지만 세 배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나나/일본인 관광객]
″제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횡단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는 명동과 인근 백화점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설치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번에는 지하상가 상인들이 울상입니다.

매출을 걱정하는 겁니다.

상인들로서는 사실상 생존권이 걸려 있는 상황, 직접 주머니를 털기도 합니다.

종로5가 지하쇼핑센터 입구에 설치된 이 장애인 리프트는 상인들이 억대의 돈을 걷어 설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