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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배우 김성민, 5명에게 '새 생명' 주고 떠나

입력 | 2016-06-2717:31   수정 |2016-06-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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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살을 기도한 뒤 뇌사 판정을 받은 배우 김성민 씨가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나누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뇌사 후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먼저 故 김성민 씨의 소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4일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의식 불명에 빠졌던 배우 김성민 씨가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던 고인의 뜻에 따라, 어제 오후 서울 성모병원에서 장기이식수술이 진행됐는데요.

모두 5명의 환자가 김 씨의 간과 신장, 각막을 기증받았습니다.

김성민 씨는 지난 2002년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했는데요.

드라마 ′왕꽃선녀님′과 ′환상의 커플′등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2010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된 이후에도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재기를 꿈꿨지만, 지난해 또다시 같은 혐의로 실형을 살면서 연예계 복귀가 불투명해진 상태였는데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온 데다 올해 1월 출소한 뒤 술에 의존해 지내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미자/45살]
″마약 연루사건이나 그런 사건들이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고 나름 이미지는 또 좋았던 배우였기 때문에 마지막 가면서 좋은 일 하고 간 건 좋게 생각해요.″

[이효정/23살]
″장기기증은 필요하신 분들이 많은데 안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안타깝지만 잘하신 것 같아요.″

김 씨는 올해 43살로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졌으며 내일 오전 발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앵커 ▶

故 김성민 씨의 경우 병원의 뇌사 판정이 내려진 뒤 이틀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장기이식이 결정됐는데요.

김 씨의 장기이식 결정, 어떻게 진행됐는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김성민 씨가 위중한 상태로 발견된 건 지난 금요일인 24일 새벽 2시쯤이었는데요.

심장이 정지된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심폐소생술과 저체온치료 등이 시행됐지만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 후 의료진들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호흡하지 못하고 뇌파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뇌사 가능성을 환자 보호자와 뇌사판정위원회 등에 전달했는데요.

24시간이 지난 토요일 새벽 2시쯤 1차 뇌사판정이 내려지자 김 씨의 가족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어제 오전 8시 45분,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의료진은 ″김 씨의 가족들이 모든 장기의 기증을 원했지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심장 기능이 일부 손상돼 최종적으로 간과 신장, 각막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따라 어제저녁 6시쯤 장기이식수술이 시행돼 5명의 환자들에게 김 씨의 장기가 이식됐습니다.

이번 수술을 진행한 서울성모병원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보호자 분들은 모든 장기의 기증을 원하셨지만 환자분의 상태와 기능적합성을 고려해서 신장, 간장, 각막 세 개의 장기에서 5명의 새 생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또는 친지들에게 평소에 모임이나 식사를 하시면서 내가 몸이 안 좋으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씀을 기억했던 보호자분들이 이러한 사태에 쉽게 장기를 기증을 동의를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보호자 분은 배우자와 자녀, 친족들 모두 상의하셔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앵커 ▶

지난 2009년에는 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당시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죠.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선물하는 고귀한 희생에 관한 소식은 지금도 꾸준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1990년 1월,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기증에 서약할 때의 모습입니다.

이름과 세례명을 직접 손으로 적었고, 사망 시 각막을 기증한다는 항목 모두에 동의를 표시했습니다.

[김용태 신부/한마음한몸 운동본부(2009년)]
″누군가에게 큰 빛을, 선사할 수 있는 장기기증, 안구기증 운동을 주장하시고 몸소 그 약속을 실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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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유언에 따라 선종 30여 분만인 6시 50분부터 안구를 기증하기 위한 적출 수술이 시작돼 7시 30분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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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도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람이 이번 주 하루 평균 8배가량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추기경처럼 각막을 이식하겠다는 문의전화도 의료기관마다 크게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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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세 아이를 키우며 꿋꿋하게 살았던 김 씨의 아내는 지난해 세상을 등졌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상태에 빠졌고, 아내는 떠나면서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줬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던 지난 6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김 씨는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오늘 신장 한쪽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게 된 것입니다.

[김충효 씨/장기 기증자]
″갑자기 아내가 하늘나라 갔기 때문에 잘 가라는 인사도 사실 못 했거든요. 아내한테 ′나도 당신하고 똑같은 길을 걷고 왔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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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주민인 백혜정 씨는 낯선 환경에서 생활고를 겪다 임신 6개월 만에 믿음이를 출산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보냈지만, 믿음이는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백 씨의 고단한 일상을 밝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러나,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고 어머니는 믿음이의 장기이식을 결정했습니다.

[백혜정/장기기증 ′믿음이′ 어머니]
″어딘가에서 믿음이 장기가 뛰고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면 좋지 않겠나….″

◀ 앵커 ▶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장기기증에는 생전에 가능한 게 있는가 하면, 사후에만 가능한 것도 있죠.

그럼,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문화는 어디쯤 와 있을까요?

구체적인 기증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장기기증에는 생전에 이뤄지는 생체기증과 뇌사 후에 이뤄지는 장기기증, 그리고 사후에 조직과 각막, 시신 등을 기증하는 사후 기증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뇌사 후 장기기증은 의료진의 ′뇌사 판정′이 필수적인데요.

″전체 뇌 기능이 손상을 입어 자발적인 호흡이 불가능하며, 어떠한 치료에도 사망을 피할 수 없을 때″ 의료진들이 두 차례에 걸쳐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뇌사 상태′와 ′식물인간′ 상태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식물인간′은 대뇌의 일부 기능은 살아있는 상태로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하고,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며, 소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뇌사′와는 완전히 다르고 따라서 장기이식도 불가능합니다.

앞서 살펴본 기준에 따라 ′뇌사 판정′이 내려지면 심장, 폐, 간 등 8개 장기에 대해 이식 적합성 판정이 내려지게 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뇌사 추정′ 통보를 받은 환자의 수는 1,851명인데요.

이 가운데 27% 정도인 501명이 생전에 본인이 ′뇌사 후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거나 가족이 동의를 해서 수술이 이뤄졌고, 총 1천6백28명의 환자가 장기를 기증 받았습니다.

뇌사 환자 한 명당 3.25명이 새 생명을 얻은 셈인데요.

하지만 이와 비슷한 숫자가 장기이식을 거부했고, 또 적절한 시기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환자도 지난 한 해만 1천2백50명에 달했습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장기기증 희망자는 지난 5월 13일 현재 124만 9천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실제 수술이 이뤄진 것은 3천 6백 건 정도인데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건수는 인구 100만 명당 9명 수준으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지만 선진국들에는 못 미치는 편인데요.

스페인은 장기기증 인구가 인구 100만 명당 36명이나 되고,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과 미국 등도 우리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장기기증이 이뤄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 수술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고, 또 의료진의 판정 등 실제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 됐더라도 현행법상 배우자나 자녀 등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수술이 가능한 것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밖에 장기기증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뇌사자 장기기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 하종원 한국장기기증원 이사장(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

[Q. 장기기증 활성화의 걸림돌은?]
″보호자들이 결정을 못 하고 뇌사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한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달라고 얘기를 하고 의료진은 뻔히 죽은 것을 알고 있지만 거부를 못 하고 치료를 하고 있는 그러한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뇌사가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먼저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특히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유교적인 사상이 아무래도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시신 훼손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장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많이 좀 희석돼 있는 셈입니다.″

[Q. 뇌사 후 장기기증 시 골든타임은?]
″뇌사가 됐을 경우에 순환이 멎어서 완전히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아주 안정적인 경우에 2주 정도까지 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2~3일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통보는 했는데 너무 늦게 통보해서 바로 사망하였다든지 아니면 장기가 다 망가져서 실제로 기증 결심을 막상 하셨는데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없다든지 하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