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軍 가혹행위, 이번에는 '식(食) 고문'이다

입력 | 2016-07-1117:26   수정 |2016-07-11 18:12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군대 내 가혹행위′ 하면 주로 욕설과 구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죠.

그런데 혹시 ′식(食) 고문′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글자 그대로 먹는 것으로 후임병을 괴롭히는 걸 말하는데요.

신종 가혹행위는 아니고 군대 내에서 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다만 구타 행위 등에 가려져 그 심각성이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전역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병대 내부에서 특정 사병에 대한 도가 지나친 상습적인 이런 ′식고문′이 벌어진 사실이 드러나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식고문′ 자체는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전형적인 군기 잡기의 한 방식이었는데, 정확히 어떤 걸 ′식고문′이라고 말하는 건가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는 밥을 먹을 때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을 준 뒤에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얼차려′를 주는 식으로 군기를 잡는 걸 들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식고문′은 사실 신병 초기에 두어 번 단체로 행해지는 경우 군기 잡기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보다 도가 지나쳐서 고참들이 먹다 남긴 김치나 국을 한 데 모아서 후임병들에게 강제로 먹게 하는 괴롭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음식 쓰레기를 먹게 하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건 ′대놓고 하는 괴롭힘′이었다면, 최근에는 챙겨주는 척 눈속임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이 등장했는데요.

예를 들면, 과자를 엄청나게 이처럼 쌓아놓고 무조건 다 먹어치우게 하는 식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후임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다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양의 과자를 정해진 시간 안에 억지로 흡입하게 되면 입 안도 다 헐게 될 뿐 아니라, 당사자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가혹행위인 거죠.

◀ 앵커 ▶

나경철 아나운서, 그런데 최근 해병대에서 특정 일병에 대한 상습적인 ′식고문′이 있었다고요?

◀ 나경철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이 모 이병은 지난 3월, 해병대 1사단에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맞선임이었던 여 모 상병이 주도하는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라는 뜻의 이른바 ′악기바리′라는 걸 보여주겠다며 툭하면 ′식고문′을 한 건데요.

얼마나 많은 양을 강제로 먹였는가 하면 이미 양껏 밥을 먹게 한 상태에서 빵 8봉지에 초콜릿 파이 1상자, 컵라면 2개, 또 우유 3팩을 한꺼번에 다 먹도록 강요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역시 밥을 먹고 난 뒤에 피자 1판을 다 먹게 하고 이어서 호떡빵 1통, 또 과자 2봉지, 아이스크림 1통, 그리고 1.5리터 음료 1병을 역시 한꺼번에 강제로 먹였고, 또 다른 날은 역시 식사 후에 치킨을 무려 2마리를 더 먹게 하고, 여기에 초콜릿 파이 1상자, 과자와 빵을 각 3봉지씩, 그리고 1.5리터 음료를 강제로 먹게 했습니다.

이 이병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식고문을 거의 사흘에 한 번꼴로 한 달 동안 10여 차례 당해야 했는데요.

먹다가 힘든 티라도 내면 욕설과 폭력이 따라왔고, 숨이 막히고 배가 터질 것 같아도 ′토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게워낼 수도 없었습니다.

자대배치를 받을 때만 해도 체중이 74kg 정도였던 이 이병은 단 3주 만에 체중이 84.5kg까지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신체 이상 증세까지 나타났지만, 여 모 상병 등은 ″이 이병의 몸무게를 90kg까지 찌우는 게 목표″라며 고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치 짐승을 사육하는 것처럼 말인데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이병의 어머니는 지난 4월, 모든 내용을 군부대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 이병에게 돌아온 건 더 가혹한 괴롭힘과 부대 전체 구성원들의 왕따였습니다.

이 이병 어머니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피해자 이00 일병 어머니]
″아이가 적은 걸 보고 제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아 폭행…폭행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네가 차라리 맞는 게 더 나았구나′ 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리고 ′네가 성추행까지 당했구나….′ 제 아이는 소변을 볼 때도 바지를 발까지 내린 채 후임 선임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소변을 봤어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만 웃어라.′ 웃음을 잘 참으니까 웃음을 참지 말라고 한 시간에 악의적으로 고의적으로 웃겨요. 그러면 제 아이가 못 참고 웃겠죠. 그러면 제 아이 목 조르고 뺨 때렸어요. 폭행을 그런 식으로 했어요. 폭행은 상습적이었고요. 하루는 술을 엄청 많이 먹인 날이 있었어요. 먹인 다음에 제 아이에게 경례를 시켰어요. 손가락이 딱 붙는 손가락이 아니에요. 경례를 그따위로 했다고 한 시간 동안 부동자세로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살짝 움직였습니다. 바로 제 아이의 목을 졸랐어요. 목을 조를 때, 목을 조를 때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목을 졸랐고…′절대 엄마 신고만 하지 마, 엄마 제발 신고는 하지 말고, 내가 힘드니까 그냥 내 얘기만 들어만 줘. 제발 들어만 줘.′라고만 했어요. 근데 제가 내 아이가 죽을 것 같은 거예요. 졸림을 당하고 게다가 우리 애 아버지를 계속 조롱한다는 말에 ′어쩌면 내 아이가 혹해서 선임에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래서 이건 빨리 신고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신고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는 그 부대에서 왕따와 괴롭힘이 시작됐어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 부대 전체에 포상휴가가 다 잘렸어요. 신고를 한 직후부터 포상휴가가 다 잘린 상태예요. 모든 병장들이 ″내가 널 이 부대에서 네 발로 나가게 해주겠다″고 한 사람도 있고, 모든 중대에 있는 대원들이 다 제 아이에게 불평불만이 시작됐어요.″

◀ 나경철 아나운서 ▶

이 이병은 지난 5월 일병으로 진급한 뒤에도 계속되는 왕따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부대 심리검사에서는 ′자살 전단계′라는 가슴 철렁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난달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됐지만, 이 일병은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해자들은 형사처벌이 아닌 부대 자체 징계를 받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 앵커 ▶

구타를 할 경우 상대방의 신체에 멍이나 자국이 남기도 하고 자칫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보니, 더 교묘한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게 후임병을 괴롭히는 엽기적인 가혹행위들이 부대 내에서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정신과 진료에서 적응 장애 판정을 받은 정 모 상병에게 동기들은 ″너만 쉬운 곳에서 근무하냐″며 1.5리터 콜라를 강제로 먹이고 가글액까지 삼키게 했습니다.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는 폭행과 성추행도 이어졌습니다.

==============================

가마를 바꿔주겠다며 머리카락에 라이터불을 붙이거나 이유 없이 수차례 때렸고, 부대 PC방에서는 주 상병의 군 월급카드인 나라사랑카드를 빼앗아 계산하기도 했습니다.

==============================

이 모 일병은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함께 경계 근무를 서던 한 모 상병이 초소 주변에서 풍뎅이를 잡아 억지로 입에 집어넣은 겁니다.

한 상병은 또 43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해충 퇴치기에 손을 넣게 하는가 하면, 혀로 땅바닥을 핥게 하고, 으슥한 곳에서는 상습적으로 귓불을 만지는 성추행도 했습니다.

==============================

전 모 일병이 전입 온 지 두 달 된 이병에게 변기를 핥도록 강요했습니다.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남성용 소변기 윗부분에 묻은 물기를 핥도록 한 것입니다.

==============================

조 상병은 특히 라이터로 달군 숟가락을 후임병 팔에 지져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윤 모 상병 등은 후임병 입에 죽은 파리를 집어넣거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성추행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게 하거나 부모님을 욕하게 하는 패륜 행위도 강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일병 아버지]
″′네 어미 아비는 xxx다′, 이걸 복창하라고 했다는 거죠. 말이 안 되죠, 군대가 깡패집단도 아니고….″

==============================

상병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근무 중에 후임병 4명을 대검으로 찌르고 부식용 대형 냉장고 안에 가두기도 했습니다.

◀ 앵커 ▶

2년 전, 부대에서 구타를 당하다 숨진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은 떠들썩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었지만, 그 대책 속에는 ′식고문′처럼 생활화된 가혹행위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군대 내 괴롭힘 문제,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 들어보겠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군에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감시장치가 없기 때문에 내부에 호소해도 그것이 무마되거나 은폐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해병대 사건도 사실은 형사사건화하지 않기 위한 지휘관의 회유와 은폐가 있었습니다. 국방 해피콜에 신고한 건수가 많지만 여전히 해당 부대에 통보하는 형식으로 자체적 해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제에는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통해서 외부에서 직접 조사하고 이것을 발표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