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와 차량용 공기필터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 지난달 저희 MBC 취재진이 단독으로 전해드렸었죠.
환경부가 실제로 조사에 나섰는데, 가정용 에어컨의 항균필터에서도 유독물질인 OIT 가 함유된 걸로 확인돼 모두 회수 권고 조치를 했습니다.
OIT 는 가습기 살균제에서 나온 독성물질인 CMIT와 유사한 물질인데요.
환경부는 OIT를 지난 2014년부터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피부를 부식시키거나 심각한 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먼저 어떤 필터에 OIT가 함유된 건지 나경철 아나운서와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회수 권고조치가 내려진 항균필터는 모두 88개 제품에 들어갔는데요.
공기청정기와 가정용 에어컨, 그리고 차량용 에어컨에 들어간 항균필터들입니다.
먼저 공기청정기부터 살펴볼까요?
항균필터에 OIT가 들어 있는 공기청정기 모델을 제조사별로 보면요.
코웨이와 LG전자, 쿠쿠와 삼성전자, 위니아, 프렉코, 청호나이스 등 7개 회사에서 만든 58개 제품에 들어 있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가정용 에어컨 필터에는 LG 전자와 삼성전자 제품에 OIT가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2014년형부터 27개 제품에 OIT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차량용 에어컨 필터인데요.
현대모비스와 두원이 만든 차량용 에어컨에 들어간 항균필터에 OIT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필터를 만든 제조회사는 두원이 판매한 차량용 에어컨 필터 한 개 모델을 제외하고는 모두 3M사 모델이었습니다.
현재 3M사는 문제가 있는 항균필터를 자진 수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흡입 독성평가를 마치기 전까진 OIT를 공기필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OIT가 아니더라도 살균제 성분의 다른 항균 물질이 포함된 필터 역시 업체에 자진 수거를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 앵커 ▶
지금 들으신 것처럼, OIT가 검출된 필터의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인 3M사의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 OIT가 들어간 항균필터는 우리나라에서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 3M사는 환경부의 발표가 있기 전, MBC 취재진에게 필터에서 OIT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극소량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 겁니다.
영상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MBC가 한국 3M에서 받은 항균필터 OIT분출량 자체조사보고서입니다.
지난 2014년, 차량에 3M 항균필터를 장착하고 공기 중에 OIT가 얼마나 나오는지 조사했더니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돼 있습니다.
공기청정기 필터에서도 ″10억분의 1단위로 극소량만 나와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이런 3M의 입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홍정섭/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
″필터에서 상당량이 단기간 내에 공기 중으로 나가는 것으로 그렇게 조사결과가 나왔고요.″
한국 3M은 뒤늦게 ″환경부 발표를 존중하며 OIT가 들어가 있는 항균필터는 자진 회수할 예정″이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3M이 왜 한국에서만 OIT가 포함된 항균필터를 만들어 판매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3M은 2000년대 후반 항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자체 개발했다고 했는데, 해외에선 OIT가 포함된 제품을 전혀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 3M]
″저희는 한국에 이 시장이 있기 때문에 연동돼서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됐죠.″
3M은 OIT 항균필터의 국내 판매량이나 납품 업체 명단은 물론, OIT가 3M의 다른 제품에도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MBC에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 앵커 ▶
이번에 환경부가 실시한 필터의 독성 물질 관련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우리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방현우]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필터를 사용했는데 더 안 좋은 게 나왔다 그러면 이거는 뭐 안 쓰는 것만도 못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문연진]
″이런 얘기 들으면 많이 불안하죠. 특히 가습기 같은 경우에는 많은 죽음을 낳았는데 그거는 일부 사람들만 그래도 썼다면 에어컨은 안 쓰는 사람이 없잖아요. 저도 많이 쓰고 있고 그래서…. 많이 무섭네요.″
[김유정]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는데 이거는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 잃고 그냥 계속 방치하는 거랑 다름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법 자체가 그게 통과 될 만큼 되게 느슨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법 제정이 진짜 시급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좀 드네요.″
[김정환]
″3M 같은 경우도 외국에서는 시판 안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를 한다는 게 우리나라를 도대체 얼마나 우습게 본 것이며, 옥시 문제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해요.″
◀ 앵커 ▶
그럼 이번에는 이 사안을 취재한 사회부 곽동건 기자와 함께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곽 기자, 지난달 MBC의 단독 보도 이후에 이번에 환경부가 검증에 나선 건데요.
취재 전까지는 OIT라는 물질이 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었죠?
◀ 기자 ▶
아시다시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 특히 바이오사이드라고 하는 살생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래서 저희 취재진은 화학제품의 사각지대는 과연 또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제품들을 찾아봤는데요.
우선 환경부가 방향제라든지, 접착제 같은 15가지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해서는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품목들은 제외를 했고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항균′이라는 문구에 주목해서 공기와 관련이 있는, 즉 흡입 위험이 있는 제품들을 찾다가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류′를 검증하게 됐습니다.
유명 제조사의 차량용 필터, 그리고 공기청정기 필터 가운데 ′항균′ 기능이 표시된 제품들을 구해서 공주대 연구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필터에 세균 증식을 막기 위해 유독물질인 OIT가 쓰였고, 이것이 공기 중으로 나와서 인체에 들어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직접 성분 분석을 했던 공주대 신호상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 신호상/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
″바람이 세게 부는 그런 데에 코팅이 돼 있으면 쉽게 증발이 돼서 공기 중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물질입니다. 공기청정기라든지 이런 것들이 밀폐된 장소에서 사용하는 그러한 도구이기 때문에 흡입독성과 피부접촉 독성이 한꺼번에 이뤄질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 앵커 ▶
그러니까 MBC의 보도가 있은 뒤에 정부와 업체들이 곧바로 후속 조치에 나선 거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저희가 물리적으로 모든 제품을 검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환경부 차원의 조사가 시급했습니다.
환경부는 통상 6개월이 걸리는 검증 과정을 빠르게 진행해, 한 달 안에 위해성 조사 결과를 내놓기로 하고 검증에 나섰고요.
저희가 직접 OIT가 사용된 것을 확인한 필터 제조사들 일부는 자발적으로 교체를 해주고, 제품을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이렇게 한 달여 동안 진행된 환경부의 조사 결과가 바로 어제 발표가 된 거군요.
그런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집에서 쓰고 있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에 문제의 필터가 들어가 있는지 사실 알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 기자 ▶
아무래도 환경부에서 빠른 시간 안에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발표를 하다 보니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현재 회수 대상인 필터의 모델명은 환경부 홈페이지, ′보도해명′ 란에 들어가면 확인을 할 수 있는데요.
필터가 들어가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제품명이 아니라 필터 자체의 부품 모델명이 나와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쓰고 있는 제품에 이 필터가 들어가 있는지, 제조사에 문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 홍정섭/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 ▶
″환기를 충분히 시키거나 또 함유된 필터를 보시면 일반 필터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교체를 하시고, 그 교체된 항균필터에 대해서는 리콜을 받으시는 그런 방법으로 조치를 하시면 좀 더 안전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걸로 생각이 됩니다.″
◀ 앵커 ▶
항균 필터보다는 항균 기능이 없는 필터를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럼 이번에 환경부 검증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건지 설명해주시죠.
◀ 기자 ▶
우선 이번 검증의 쟁점은 필터에 발라진 OIT성분이 사용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흘러나오느냐였습니다.
문제가 된 필터 제조사는 필터에 OIT가 고체상태로 코팅돼 있어 공기 중으론 방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환경부 검증에서 차량용 에어컨 필터의 경우 많게는 가동 8시간 만에 OIT의 4분의 3 이상이 방출되는 걸로 확인됐고요.
공기청정기도 5일 동안 가동을 했을 경우, 전체 OIT의 절반가량이 실내 공기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있는 이 성분을 들이마셨을 때 신체에 어떤 위험이 나타나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앵커 ▶
그런데요, 2014년에 이미 유독물질로 지정된 OIT가 어떻게 필터에 사용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 기자 ▶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요.
에어컨 필터 같은 경우는 에어컨에 들어가는 다른 여러 부품들과 함께 부속품으로 분류가 돼있습니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이지 화학제품이 아니다 보니 환경부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공산품을 담당하는 산업부 역시 필터가 먼지를 얼마나 거를 수 있는지 성능을 시험하는 절차는 있었지만, 필터에 독성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OIT는 생산이나 수입 과정에선 관리를 받게 돼 있지만, 특정 제품, 예를 들면 이런 필터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런 규정은 없었고요.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겁니다.
◀ 앵커 ▶
앞으로 환경부의 검증이 또 남아 있는건데요.
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독성 반응이 나타나는지 아직까지 연구를 해야 한다는 거죠?
◀ 기자 ▶
그렇습니다.
환경부는 OIT를 폐로 흡입하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신체 손상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실험을 통해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정 농도의 OIT가 함유된 기체를 들이마셨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진행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가 나오는 데까진 최소 반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인데요.
이와 함께 다른 항균물질이 들어간 필터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자진 회수를 권고하고, 다른 항균 성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