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뉴스

[이브닝 이슈] 범죄자 검거 숨겨진 일등공신, '용감한 시민'들

입력 | 2016-07-2517:32   수정 |2016-07-25 18:0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진정한 영웅을 만나기 쉽지 않은 시대.

이 시간에는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 즉 용감한 시민들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 범죄자들을 검거하는데, 시민들이 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먼저 몇몇 사건들을 영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새벽 시간, 서울 신촌.

승용차가 도로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더니 보행자를 칩니다.

횡단보도에 쓰러졌는데도 오히려 속도를 더 올리는 운전자.

뒤따르던 택시기사가 고객에게 동의를 구하고 추격합니다.

역주행에 신호 위반, 급격한 유턴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불법 주행을 하며 도망갔지만, 택시 역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추격했습니다.

[이용수/택시 기사]
″계속 안 차선으로 몰아서 오다 보니까 앞에 청소차가 있었어요. 그래서 청소차 뒤까지 바짝 몰아서 붙였고…″

이 씨가 울린 경적에 모여든 시민들도 뺑소니 차량을 멈추려고 물건을 던졌습니다.

시민들의 합세로 심야 광란의 질주는 40초 만에 끝났습니다.

==============================

외국인 남성 2명이 주택가 골목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습니다.

훔칠 차량을 찾고 있는 절도 용의자들입니다.

경찰관이 한 손에 수갑을 찬 용의자를 1km 가까이 쫓았지만 역부족.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동네 주민 2명이 상황을 목격하고 대신 추격에 나섰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진 추격전은 800m 이상 계속됐고, 시민들은 담을 넘어 달아나려는 용의자를 격투 끝에 제압했습니다.

[최민구/절도 용의자 검거 시민]
″저 범인을 놓치면 우리 집에도 (범죄를) 가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잡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서울 교대역 사거리.

흉기를 든 남성이 시민들을 위협합니다.

한 시민이 가방을 방패 삼아 밀쳐내자, 흉기로 찌를 듯 달려듭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또 다른 시민들이 가세해 이 남성의 허리를 잡아서 차도 위에 쓰러뜨렸고, 몸싸움 끝에 제압합니다.

최 씨가 휘두른 흉기에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법원 직원들이 얼굴과 목,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더 큰 피해를 막아낸 겁니다.

[송현명/법원 직원(피의자 검거)]
″그냥 놔두면 다른 시민들도 다칠 위험이 있고 중요한 건 저희 동료들이 다친 상황이라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

한 남성이 품속에서 30cm 길이 흉기를 꺼내 들더니 다짜고짜 행인을 위협합니다.

그 순간 주변을 지나던 한 시민, 한 손으로 흉기를 막고는 남성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입니다.

[김홍구/광복동 시장상인]
″어르신을 찌르려고 하는 걸 제가 순간적으로 흉기를 잡고 목을 졸라서 넘어뜨렸거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해 차량 트렁크에서 시신이 발견됐던 사건, 기억하시나요?

피의자 김일곤은 수배된 지 나흘 만에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검거 당시 영상을 보면, 피의자가 흉기를 꺼내 들고 경찰관을 향해 휘두르기까지 했는데요.

지나가던 시민이 가세해 흉기를 빼앗았고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범죄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시민 의식이 빛을 발하는 때가 또 있죠.

바로 ′제보′입니다.

재작년 팔달산에서 발생한 토막시신 사건의 경우에도 범인 박춘풍을 잡는데 시민들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 동포가 열흘 넘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주민의 제보에 수사가 급진전됐었죠.

지난 2010년 발생한 살인사건에서도 범인 김길태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는데요.

5백여 건의 시민 제보가 있었는데, 그 중 몇 건은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시장 일대에서 음식물 절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신고였는데, 이 제보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 ▶

지난 2월, 한 50대 보이스피싱 총책이 설 명절을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자신들이 ′첩보를 입수해 검거했다′고 홍보했는데요.

이 첩보를 전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먼저, 2580팀의 취재 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성자 씨는, 올해 초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3,200만 원이란 큰돈을 뜯겼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뒤, 자신을 속인 바로 그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기범은, 이번엔 속이려는 게 아니라 자신도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두목 격인 총책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겠다고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통화녹취)]
″그 사람(총책)이 우리 여기에서 일 시키고 협박하고, 지금 술 먹으러 나가 있는 상태여서 전화한 거거든요. 여기서 내가 전화하기 전에 먼저 전화하지 말아요, 절대.″

◀ 나경철 아나운서 ▶

앞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던 김 씨는 조직원이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계속 설득해, 보이스피싱 총책의 실명과 나이 같은 인적사항은 물론, 입국하는 비행기의 도착 시간 같은 정보까지 얻어냈습니다.

김 씨는 이 같은 정보들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경찰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합니다.

영상, 이어서 보시죠.

◀ 리포트 ▶

김 씨는 단서가 더 필요하면 직접 통화해 보라며 조직원과 담당 경찰관을 연결시켜줬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조직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통화녹취)]
″도대체 어디에다가 신고하신 거예요?″
(화성동부경찰서…)
″경찰이 하는 말은 지금 그거에요. 증인을 서달라고. 누가 머리에 총 맞았다고 누가 거기서 증언 서 줍니까?″

다짜고짜 자수하라는 경찰의 말에 위협을 느껴 연락을 끊겠다고 하는 조직원.

김 씨는 어르고 달래며 설득했습니다.

[김성자(통화녹취)]
(뭐 하는 겁니까? 이게요?)
″뭐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해 봐요. 삼촌(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한 번만 더, 이왕 용기를 냈으니까 한 번만 더 삼촌의 신원을 밝히고 (협조)하면 안되겠나….″

경찰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직접 나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김 씨.

조직원이 불러주는 총책의 인상착의부터 하나하나 받아적었습니다.

[김성자-보이스피싱 조직원(통화)]
″그 사람이요, 키가 몇이에요?″
(넉넉잡아서 160 정도 돼요.)
″몸무게는 대략?″
(몸무게는 말랐어요.)
″머리는 있어요? 없어요?″
(머리는 단정해요, 그냥.)
″머리는 단정하고….″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수시로 걸려오는 조직원의 전화만 기다렸다는 김 씨는 수십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각종 단서를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총책의 최근 모습이 담긴 사진과 은신처 정보,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소,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된 8백 명의 개인 정보와 실제 돈을 뜯어낸 피해자들의 명부까지.

여기에 조직원이 자필로 쓴 범행 진술서도 김성자 씨가 설득해서 받아냈습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김 씨의 활약으로 결국 보이스피싱 총책은 입국 후 닷새 만에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의 연락은 없었고, 보이스피싱 총책이 잡혔다는 뉴스를 본 이웃이 알려줘서 검거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검찰과 지방경찰청에 올린 수사 관련 기록에서도 김 씨의 활약은 ′피해자의 신고′ 수준으로 간략하게 보고됐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신고 보상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경찰은 지난해부터 보이스피싱 범죄를 신고하거나 사건 해결에 기여한 시민에게 최대 1억 원의 신고 보상금을 주겠다고 했는데요.

피해를 당한 금액을 찾을 수 있는지, 신고 보상금은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김 씨의 질문에 경찰은 사건이 종결된 지 다섯 달이 지난 이달에 들어서야 백만 원을 받아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 리포트 ▶

경찰 측은 김 씨가 그동안 포상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단순한 행정 착오로 누락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찰 관계자]
″김성자 씨도 그 부분에 대해 요청을 안 했고 저희들도 소홀하게 생각했고. 그때 즉시 지급을 했으면 좋았겠죠. 좋았을 텐데 그때 당시엔 구정 끝나고 사건 송치하고, 구정 쇨 때 나와서 추가 조사하고…. 그러는 바람에 시간이 좀 지연된 것뿐이지….″

최대 1억 원이라고는 해도 사실 줄 수 있는 보상금이 최대 100만 원이라 나름대로 최선의 예우를 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내부규칙에 따르면, 범죄 금액 규모가 수십억 이상이거나 언론에 이슈가 된 사건이 아닌 이상 100만 원이 최대 포상이라는 겁니다.

얼마나 용감하게 도왔는지, 검거에 기여한 정도는 참고 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김 씨의 고군분투는 경찰 심의기준에서 가장 낮은 4등급, ′기타 사건′으로 평가 절하됐습니다.

신고보상금 상한을 1억 원으로 늘린 뒤에도 경찰이 실제 지급한 최고 보상금 액수는 500만 원, 신고 1건당 평균 보상금도 전년보다 평균 5만 원 정도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 앵커 ▶

범죄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직접적인 공을 세운 김성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 인터뷰 ▶

[박선영 앵커]
″이번에 보이스 피싱 범인이 먼저 전화를 해서 본인들을 여기서 좀 빼달라 라고 제보를 했는데, 이 내용을 경찰에 신고를 하셨습니다. 경찰의 반응은 어땠었나요.″

[김성자/보이스피싱 범죄 신고자]
″동부경찰서를 갔어요. 갔더니 아줌마 또 뜯겼어요? 워낙 금액이 많으니까…. 그게 아니고요. 제가 이래저래 해서 총책이 한국에 온단다 이랬더니 웃더라고요. 믿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네들끼리 웅성웅성하더라고. 그러면 전화 오면 다시 오세요, 이러더라고요.″

[박선영 앵커]
″반응이 전화 오면 다시 오세요….″

[김성자]
″전화 오면 다시 오세요. 첫 반응이.″

[박선영 앵커]
″근데 이렇게 계속 전화를 받으시고 또 캐물으면서 내가 추가로 더 나쁜 일을 당하지 않을까, 혹시 그런 것 때문에 우려하지는 않으셨어요?″

[김성자]
″무서웠죠. 되게 무서웠는데 그때는 무섭다기보다는 일단 이 사람을 잡아서 너무 화가 나고 너무 분하고 제가 이 당한 것도 분한데 사실 은행으로 다니면서 경찰서로 가면서 이 너무 수치스럽더라고요. 제가 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자체가 너무 수치스러워가지고 무조건 잡아야 된다.″

[박선영 앵커]
″이렇게 근데 공을 세우셨는데 거기에 대한 얘기는 아무것도 없나요?″

[김성자]
″아무것도 없었어요. 거기 팀장님이 아주머니, 작년에 우리가 12건을 잡았는데 10만 원 20만 원 주고 최고 많이 준 게 50만 원이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많이 주려고요. 얼마 줄 건데요? 100만 원이요. 웃었어요. 그럼 저 포스터는 어서 나오냐. 이 저건 경찰청에서 나온다, 이러더니 말을 횡설수설하더라고요.″

[박선영 앵커]
″이번 사건을 이렇게 쭉 겪으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김성자]
″내가 보이스피싱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것보다도 진짜 민중의 지팡이라는 사람들이 폴리피싱도 아니고…. 그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기 하기 위해서 꼭 바로 세워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