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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백옥 피부, 기억력 향상? 각종 '기능성 주사' 부작용 주의

입력 | 2016-09-2217:32   수정 |2016-09-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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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병원에 가면 피로 회복이나 피부 미용에 좋다며 권하는 ′수액주사′들이 참 많이 있죠.

특별한 시술 없이도, 30분에서 약 한 시간 정도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거나, 주사만 맞으면 돼서 인기가 높은데요.

오늘 이 같은 ′주사′가 과연 안전한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온갖 주사가 판치는 병원가의 모습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미용주사 광고가 곳곳을 점령했습니다.

온라인에도 ″효과를 봤다″는 체험기 등 홍보 글이 넘쳐납니다.

″턱에 주로 많이 맞죠. 갸름해지는 V라인…″

″주름 펴지고 젊어 보이고 싶어서 (사람들이)많이 맞는 것 같아요.″

비용도 최근 2만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사용이 더 손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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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자, 수액주사를 은근히 권합니다.

[A 병원 관계자]
″(비타민과) 마그네슘이 들어 있어요. 3백 가지 에너지 대사 효소에 작용하고, 근육 이완 효과도 있습니다.″

기본 수액을 맞을 때에는 1,2만 원 정도, 여기에 각종 비타민이나 마그네슘이 추가되면 10만 원을 넘기도 합니다.

[C 병원 관계자]
″30분짜리 3만 원부터 있고, 한 시간 반 짜리는 5만 원, 8만 원,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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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수액주사를 맞으라고 추천합니다.

[간호사]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맞혀주고 그다음부터는 자기가 맞고 싶어서 와서 맞죠. 진짜로 그 친구들이 그런다니까 1등 했어요.″

특별한 주사라며 집중력이 향상되고 두뇌활동이 촉진된다고 적어놓은 병원도 있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이런 수액주사를 권하고 있는 건데요.

이처럼 질병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른바 피로 회복이나 미용 용도의 주사제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천억 원대 규모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가격도 몇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보다 접근이 쉬워졌는데요.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주사들의 본래 효능이 미용이나 피로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우리나라의 미용주사 시장은 지난 2014년 기준 1,355억 원 규모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정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그 실태를 조사한 것인데요.

3년 사이에 43% 커졌습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주름 개선에 효능이 있다는 보톡스주사가 690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피부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태반주사′가 192억 원, 또 뽀얀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이른바 ′연어주사′가 92억 원 등이었습니다.

이보다 시장규모는 작지만, 최근에는 ′비욘세주사′로도 알려진 ′백옥주사′와, ′연어주사′의 성장세가 가팔랐는데요.

남성들에게는 숙취를 해소하는데 효능이 있다는 ′감초주사′,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마늘주사′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예뻐질 것 같은 이런 주사들, 그런데 실제 허가가 난 효능은 피부미용과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사각턱을 갸름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서 인기가 좋은 보톡스주사는 원래는 눈가 주름의 치료용으로만 허가가 난 약품입니다.

연어 추출물로 만들어 피부 주름과 탄력 개선에 특효라는 ′연어주사′는 원래, 피부 이식으로 인한 상처의 치료와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한 약품이고요.

또 지방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이용되는 주사죠.

이른바 ′달걀주사′로도 알려진 ′윤곽주사′는 체액과 혈액의 재흡수를 돕는 주사로 허가가 났습니다.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감초주사′는 원래 간 기능 개선에, 또 ′마늘주사′는 비타민 B1 결핍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본래의 효능에서 그렇게 많이 동떨어진 건 아닌데요.

이른바 ′물광주사′에 들어간 히아루론산 성분은 흔히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허가된 효능은 관절염 치료입니다.

또 ′신데렐라주사′는 뇌척수염이나 내이성 난청에, ′백옥주사′는 신경성 질환용으로 허가를 받았고, ′태반주사′는 갱년기 장애증상의 개선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은 주사제입니다.

물론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의료인이 전문가로서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의약품을 허가된 사항과 다르게 사용할 권리는 폭넓게 보장을 받고 있는데요.

다만, 허가 사항 이외의 목적으로 약품을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약값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병원들이 진료 과목에 관계없이 이 같은 미용주사의 시술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 앵커 ▶

이런 이른바 ′미용주사제′들이 본래 허가된 효능과는 다르게 쓰이더라도 주사를 맞는 사람이 이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또 안전하게만 시술된다면 큰 문제는 없겠죠?

하지만, 현실에선 의료진으로부터 이런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경우가 드물고, 보건당국 역시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보도내용을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성형외과에서는 30분 만에 풍만한 가슴을 가질 수 있다고 광고합니다.

이번에도 비법은 필러였습니다.

[△△성형외과 관계자]
″가슴이 조금 커지길 원하시는 거잖아요? (시술이) 오래 걸리지는 않아요, 한 30분? (필러를) 주입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 산부인과에서는 여성기관까지 성형이 가능하다며 수백만 원짜리 시술을 권유합니다.

[◇◇ 산부인과 관계자]
″소문 듣고 오신 거 아니에요? 5년짜리 요즘 유행하는 게 있거든요. 1cc에 40만 원씩 보통 하면 8cc 정도 (넣어요.).″
(그러면 300만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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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 주사제들이 애초에 미용 목적으로 허가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시술하는 의료진조차 모르고 있거나 ′모르쇠′로 나옵니다.

[의사]
″(보톡스) 허가는 다 맞는 걸로 돼 있어요. 미용 목적으로…의사들도 맞아요. 소아과 선생님은 제가 놔드리고…″

[의사]
″(백옥주사는) 이미 30년 이상 썼던 약들이에요. 당연히 허가가 됐으니까 병원에서 쓰는 약이겠죠.″
(미용 용도로요?)
″네.″

이런 허가범위 외 처방이 불법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부작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가짜 주사약까지 판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승희/새누리당 의원(전 식약처장)]
″(허가범위 외 사용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가 있거든요. 환자들도 지금 사용되고 있는 그런 주사제가 허가 (범위)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면 영국은 허가범위 외 처방 시 부작용을 포함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고 호주는 환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미용 시술 가운데 하나인 보톡스주사는 종종 호흡 곤란이나 마비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먼저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보톡스가 주입 부위 신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신경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주사한 부위가 아닌 전혀 다른 부위의 근육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특히 주사 용량이 많을수록 이런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상준/피부과 전문의]
″사각 턱을 갸름하게 하는 그런 주사라든가 또는 어깨 근육을 좀 줄여주는 그런 주사를 맞을 때 특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국내에선 외국과 달리, 미용 목적으로 목이나 종아리와 같은 큰 근육에도 사용하는데 이 경우 많은 양이 주사되는 만큼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나경철 아나운서 ▶

지난 3년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톡스와 관련된 부작용 상담은 모두 234건이었습니다.

어떤 부작용이었는지 유형별로 살펴보면, 미간과 이마 등에 시술한 뒤 눈꺼풀 처짐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54건, 턱이나 팔자주름에 시술한 뒤 안면마비가 왔다는 내용이 41건이었는데요.

부종이나 붓기나 나타났다는 내용도 33건이나 됐습니다.

그나마 보톡스는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최대 1년이면 사라지는데요.

더 심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데렐라 주사′로 알려진 치옥트산은 혈당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른바 ′걸그룹 주사′ 또는 ′윤곽 주사′로 알려진 지방분해주사에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피부가 함몰되는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몸에 쌓이는 지용성 비타민을 과잉 보충하면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수액주사를 맞으며 이뇨제를 함께 맞기도 하는데, 이는 부기를 빼는데만 도움을 줄 뿐 자칫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 앵커 ▶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비싼 가격에 비해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주사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최근에는 수험생을 상대로 일명 ′브레인주사′라는 수액주사가 유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들어간 수액은 평소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사람이 맞으면 피로가 회복되고, 면역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양은 모두 권장량을 넘어 국민 대부분이 따로 수액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습니다.

[조현/순천향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몸에 좋은 걸 먹거나 맞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상 몸이 좋아지는 듯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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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브레인주사, 두뇌활성주사, 집중력주사, 수험생주사로도 불리는데 주성분은 각종 비타민과 은행잎 추출물을 섞은 겁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솔깃합니다.

[고등학생]
″이걸 맞으면 성적이 올라가니까…성적이 올라가면 대학에, 좀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은행잎 추출물 성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효능·효과는 말초동맥순환장애와 이명, 두통에 도움이 된다는 점뿐.

기억력이나 집중력 향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명승권/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학습능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아직 임상시험 결과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데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제가 봤을 때는 시간낭비, 돈 낭비….″

오히려 팔다리 통증이나 위장장애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 진료도 없이 간호사 상담만으로 주사를 놔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