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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치약에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 잘 헹구면 괜찮다?

입력 | 2016-09-2717:45   수정 |2016-09-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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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잇몸치약 등 11개 제품에 대해 긴급 회수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유해 화학물질 성분이 이 치약 제품들에서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먼저, 손병산 기자의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치약 11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인 CMIT와 MIT가 검출돼 회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수 대상은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 메디안후레쉬마린치약, 본초연구 잇몸 치약 등 11개 제품으로 모두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들었습니다.

지난 7월 단종된 본초연구 잇몸 치약을 제외하면 모두 시판 중입니다.

해당 제품에는 CMIT와 MIT가 최대 0.0044PPM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원료 공급업체로부터 계면활성제를 구입해 치약을 만들었지만, 문제 성분이 함유된지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부는 CMIT와 MIT 성분이 치약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해당 물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함유량이 미미하고, 양치 뒤 입안을 물로 씻어내기 때문에 유해성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구입처에 반품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 회수 조치 대상 치약, 정확히 어떤 것들인지 알아봅니다.

먼저 메디안 후레쉬 포레스트 치약, 메디안 후레쉬 마린 치약이 포함됐습니다.

또, 메디안 바이탈 에너지 치약과 메디안 바이탈 액션 치약, 메디안 바이탈 클린 치약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또, 송염 본소금 잇몸시린이 치약과 역시 송염 청아 단치 약플러스, 뉴송염 오복 잇몸 치약이 포함됐고요.

그린티스트 치약과 메디안 잇몸 치약, 본초 연구 잇몸 치약까지, 이렇게 모두 11개 제품이 회수 대상입니다.

여기서 본초연구 잇몸 치약은 지난 7월 단종됐는데요.

여기 있는 이 치약들 중에 혹시 사용하고 계시거나 보관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대형마트 등에서는 이 치약 제품들을 판매대에서 빼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유해 성분이 검출된 치약들이 점포 매대에서 치워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전액 환불조치에 나섰는데요.

영수증이 없어도 제품을 가지고 오면 환불해 준다는 방침입니다.

대형마트들의 환불 비용은 아모레퍼시픽이 정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믿고 썼던 치약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임은의/28살]
″하다하다 못해서 치약까지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화도 많이 나고 집에 아이들도 키우면서 치약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몸속으로 들어가는 (치약이) 그렇다고 하니까 참 어이가 없고 여태 뭘 한 건가 싶네요.″

[이두라/33살]
″주요 성분 몇 가지만 알다 뿐이지 나머지 자세한 거는 모르기 때문에 대기업을 믿고서 구입하는 경우가 좀 많은 거 같아요.″

[변나영/35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 나오는 상품들마저도 지금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까 어느 상품은 어떻게 믿고 사용을 해야 하는 건지, 누구를 믿고 사용을 해야 되는 건지, 화도 많이 나고 걱정도 많이 되네요.″

◀ 유선경 아나운서 ▶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물질이죠.

CMIT 와 MIT는 제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보존제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치약의 보존제로 이 화학물질 사용이 가능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치약 보존제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치약은 표준제조기준을 통해 벤조산나트륨 등 3가지만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앞서 살펴본 치약에서 이 성분이 검출된 걸까요?

아모레퍼시픽은 원료 공급 업체인 ′미원상사′로 부터 여러 원료 물질 중 하나인 합성 계면활성제 SLS를 공급받아 치약을 제조했는데, 이 원료 물질의 보존제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사용됐다는 겁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문제의 성분이 원료 물질의 보존제로 들어간 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이 물질이 인체에는 얼마나 유해할까요?

일단, 치약 제조 공정에서 CMIT와 MIT를 보존제로 직접 넣은 게 아니라 원료 물질 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함량 자체는 미미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인데요.

실제 해당 제품에는 CMIT와 MIT가 0.0022 에서 0.0044 ppm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치약 보존제로 CMIT와 MIT를 최대 15ppm 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치약만의 문제일까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아모레퍼시픽에 문제의 원료물질을 공급한 미원상사가 다른 업체에도 유해 성분이 포함된 원료를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이 업체는 CMIT 와 MIT가 함유된 원료물질 12종을 치약과 비누 등을 생산하는 국내외 제조업체 30곳에 판매했는데요.

여기에는 애경산업과 코리아나화장품 등 국내 주요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원료 물질을 전수 조사하고 어떤 제품에 포함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 화장품과 일부 물티슈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회수조치가 내려졌는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물티슈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필수품입니다.

[이미림]
″얼굴이랑 입 주변이랑 엉덩이랑 이런 데 많이 닦아주고 있어요.″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맑은느낌′ 물티슈에서는 CMIT와 MIT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CMIT와 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여 폐섬유화 논란을 일으켰던 물질로, 물티슈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입니다.

화장품의 경우 비누와 샴푸처럼 물로 씻어내는 제품에만 쓰도록 하고, 기준 제한도 있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헤어제품과 수분크림, 로션 등 59개 제품은 CMIT와 MIT 성분을 사용했습니다.

수입 트리트먼트 제품 1개는 사용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권오상/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
″온라인을 통해 많이 유통되고 있었고, 일부 제품은 미용실을 통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CMIT와 MIT 성분에 대한 제한이 강화됐지만 이들 화장품은 최근까지도 전문 대리점을 통해서도 버젓이 팔려나갔습니다.

[적발 제품 대리점 직원/음성변조]
″지금은 없고 알로에 성분인데 넣고 빼고 성분 자체를 아마 조정해서 나오는 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들 60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 앵커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로 잘 헹궈내면 괜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간혹 양치질을 하다 일부 삼키기도 하는데 괜찮은 건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성분이라면 선제적으로 안전성을 검사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유해성 논란이 있었던 트리클로산 사용도 지난 6월에야 금지됐는데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트리클로산의 유해성 논란은 2년 전에 불거졌습니다.

치약 비누 화장품 등에 들어 있는 트리클로산이 누적되면서, 갑상선 호르몬이나 유방암, 생식기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재원 전 의원/′2014년 국정감사′]
″그대로 안전하다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식약처 자문위원장이 나오셔서 ′이게 문제가 있다. 대신에 꼭 그러면 일곱, 여덟 번 헹궈라′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논란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치약, 가글액, 구강 청결용 물휴지 등의 용품에서 트리클로산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안만호 대변인/식품의약품안전처]
″시중 제품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화장품 등과의 누적 노출을 고려하여 사용 제한하였습니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 가운데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는 제품은 스무 가지로, 논란 이후 대부분의 제품이 수거되거나, 재고가 다 팔린 상태입니다.

때문에 2년이 지나 사용을 금지한 식약처의 조치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앵커 ▶

요즘 이런 유해물질 논란이 많다 보니 ′천연′이나 ′친환경′ 같은 문구를 내세운 생활 화학제품들이 늘고 있죠.

그런데 과연 천연 또는 친환경 물질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궁금한 적이 있으실 텐데요.

영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대형마트에 진열된 샴푸들, 하나같이 ′천연성분′ 제품입니다.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에 주부들은 ′천연′이라는 말에 안심하는 눈치입니다.

[김향숙]
″′천연′이라고 써 있으면 신뢰가 되죠″

실제 우리나라 소비자 5명 가운데 4명은 이렇게 ′천연′이나 ′친환경′, ′무독성′ 등 표시만 믿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천연샴푸에서 알아볼 수 있는 성분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화학성분입니다.

함께 쓰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은 페인트에도 들어가는 독성 화학방부제지만 ′천연′이라는 겉포장에 가려졌습니다.

환경부가 기준을 정해 인증한 환경표지마크 제품은 1만 7천여 가지.

하지만 상대적으로 엄격한 정부의 인증 대신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인증 검사를 받거나 인증 없이도 ′친환경′, ′무독성′ 표시를 달기도 합니다.

[김재석/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은데 현재까지 친환경을 표현하기 위한 기준이나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자연 성분이 얼마나 들어가야 천연, 친환경 제품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0.1%의 자연 성분만 들어가도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겁니다.

[임종한/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화학물질들을 정말 용도에 맞게 독성평가를 다하고 제대로 관리된 상태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친환경′, ′천연′ 등 문구를 함부로 쓸 수 없도록 올해 안에 제품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친환경 위장 제품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