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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이슈] 미모의 여군, 알고 보니 남자? 천태만상 '외국인 범죄'

입력 | 2016-10-2617:46   수정 |2016-10-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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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메일과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미모의 외국 여성장교가 결혼을 하자며 접근하자, 생활비 등 돈을 보낸 한국 남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요구한 사람을 직접 잡고 보니, 장교는커녕 여성도 아닌, 국제 사기단이었습니다.

먼저, 조재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경찰이 국제사기단 조직원인 카메룬 국적의 한 남성을 체포합니다.

[단속 경찰]
″손 뒤로… 손 뒤로… 가만 있어!″

이 남성을 비롯한 국제사기단은 채팅앱에 미모의 외국 여군 사진을 올린 뒤 영국과 미국의 간호장교 행세를 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채팅을 통해 접근해 호감을 얻어낸 뒤 일부 남성들과는 결혼 약속까지 받아냈습니다.

사기단은 유혹에 걸려든 남성들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며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해외 파병 중에 작전을 하다 5천만 달러를 발견했다며 이 중 5백만 달러를 보내줄 테니 송금비용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피해자]
″군인 신분이어서 군대 내엔 군사 전용선으로 일반 통화는 안된다고 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남성 4명이 사기단에 건넨 돈만 1억 3천만 원입니다.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당신하고 같이 살겠다.′ 그렇게 계속 현혹을 하는 거죠. 그래서 쉽게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사진 자료라든지 영상 자료라든지 서류 같은 걸 계속 보내주니까 쉽게 현혹되는 것 같습니다.″

경찰은 카메룬 사기범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재형입니다.

◀ 앵커 ▶

이 국제 사기단의 행각이 들통나게 된 계기는 바로 ′블랙머니′였습니다.

′블랙머니′가 대체 뭐기에 사기사건에 이처럼 자주 이용되는 건지,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이들의 사기 수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기단 일당은 지난 4월부터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의 채팅 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남성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자신을 31살의 영국 또는 미국의 간호 장교 ′수전 펄슨′으로 소개하고, 군복을 입은 미모의 여성 사진을 보냈습니다.

남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이들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시리아에 파견된다며 생활비를 요구하는가 하면, 작전 중에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에 누워있는 사진을 보내 치료비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사기행각은 결국 ′블랙머니′의 등장으로 탄로 났습니다.

군사 작전 중 5천만 달러의 돈뭉치를 발견했는데, 그 중 일부라며 검정색 종이 다발을 보낸 건데요.

이들은 이 돈이 ′블랙머니′ 즉, 사람들을 눈속임하기 위해서 검은색 칠을 한 진짜 ′돈′이라고 피해자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곤 세관 통관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세탁하고 반출하는데 경비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4명으로부터 1억 3천만 원을 받아 챙긴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중 한 명이 이 블랙머니가 수상하다고 느끼면서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결과 이 ′블랙머니′는 그냥 까맣게 색칠한 종이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블랙머니′는 주로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인 사기단이 쓰는 고전적인 수법입니다.

검정색 종이뭉치처럼 보이지만, 기계에 집어넣고 진짜 돈과 바꿔치기한다든지, 약품처리를 하거나 물에 씻어내면 외국 지폐로 변신하는 건데요.

몇 장만 진짜 돈을 사용하기도 하고 위조지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블랙머니′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현혹해 거액을 뜯어내는 겁니다.

이 같은 ′블랙머니′를 사용한 사기 수법, 그동안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영상으로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방구석에 놓인 상자 안에는 하얀색 종이 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경찰관]
″1백 달러다, 1백 달러짜리!″

다른 곳에선 위조된 1백 달러짜리 지폐 수백 장과 시약도 발견됩니다.

시약을 바르면 위조지폐로 변하는 이른바 ′블랙머니′입니다.

아프리카 사업가가 남긴 거액의 유산을 국내로 반입하게 해주겠다며 돈을 뜯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나이지리아인 34살 E 씨 등 두 명의 숙소 안에서 발견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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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화폐에 검은색을 칠한 다음 약품을 바르면 원래 지폐로 변하거나 준비해 둔 진짜 지폐랑 바꿔치기하는 겁니다.

이 같은 ′블랙머니′ 수법으로 사기를 치려던 카메룬 국적의 S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특수약품비로 3만 유로, 우리 돈으로 3천 7백여만 원을 투자하면 60만 유로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김부익/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스위스에 위폐를 만드는 자신의 조직이 있다…그 조직이 블랙머니를 한국으로 밀반입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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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종이에 적외선 감지기를 갖다 대니, 100달러 지폐 문양이 보입니다.

사기범들이 ′화이트 머니′라고 부르는 달러 만드는 복사 용지입니다.

이번엔 이 화이트 머니 두 장 사이에 진짜 달러 지폐 한 장을 끼워 넣고 양쪽에 솜으로 요오드 액을 바릅니다.

그런 다음 물속에 잠깐 담갔다가 뺐더니, 원래 한 장이던 달러가 세 장이 됩니다.

과정을 천천히 재연해보니, 요오드액을 바를 때 쓰는 솜에 진짜 달러 두 장을 미리 끼어 놓고 종이가 달러로 바뀐 것처럼 눈속임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앵커 ▶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의한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어느 정도인지 계속해서 유선경 아나운서와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지난 2004년 75만 명에서 10년 만에 179만 명으로 2.5배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10만 명당 범죄 건수도 천2백여 건이었던 것이 같은 기간 천5백여 건으로 1.3배로 많아졌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는 3만 8천여 명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35% 급증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지난해까지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는 총 9만 5천여 명이었는데요.

유형별로 보면, 폭력이 2만 7천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도 1만 2천여 명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기 범죄자들을 국적별로 살펴봤더니, 국내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중국인이 천8백여 명을 넘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요.

미국과 베트남, 대만인들이 백 명을 넘었습니다.

◀ 앵커 ▶

″누군가 나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겼다″, 또는 ″좋은 투자처가 있다″, 영어로 된 이런 내용의 이메일,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내용은 솔깃하지만, 실은 이것도 전형적인 국제사기단의 수법인데요.

유출된 개인정보가 국제 사기단의 표적이 되는 겁니다.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사망한 친척이 아프리카의 한 은행 휴면계좌에 당신 명의로 120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

황당한 얘기지만, 이런 메일을 받은 32살 김 모 씨는 혹시~ 하는 마음에 답장을 보냈고, 곧바로 국제 전화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지 은행직원이라며 처음엔 휴면 계좌 활성화를 위한 비용을 보내라더니, 다음엔 120억 원의 유산을 한국으로 송금하려면, 테러 자금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한다며 수수료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인 67살 A씨 모녀는 직접 부산으로 와, 안심을 시킨 뒤, 미 영사관 공증비 명목으로 900여만 원을 직접 챙기기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이들에게 지난 다섯 달 동안 모두 9천700만 원을 뜯겼고, 뒤늦게 사기란 걸 깨달았습니다.

[김 모 씨/피해자, 러시아 교포 3세]
″여러 가지 서류가 메일로 오고 은행에서도 (관련 서류를) 메일로 받고 믿게 됐습니다.″

출국 직전 검거된 이들은 알고 보니 국제 이메일 사기단의 현지 수금책이었습니다.

경찰은 해킹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김 씨에게 메일을 보낸 걸로 보고 있습니다.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사망한 사람(친척)이 누구냐′ 이렇게 전화로 물었을 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 이름을 댑니다. 그게 뭐냐면 메일을 발송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피해자)이 러시아인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거죠″

◀ 앵커 ▶

앞서 보신 내용처럼, 이런 허황된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큰돈을 잃는 일은 피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무역 사기를 치는 국제 사기단 때문에 피해를 보는 기업체들도 있는데요.

무슨 얘기인지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파키스탄에서 도착한 컨테이너, 문을 열어보니 자갈과 돌멩이만 가득 실려 있습니다.

9억 5천만 원을 내고 폐 구리선 450톤을 주문했는데, 건축폐기물만 배달돼 온 겁니다.

중국 톈진에서 들여온 컨테이너에도 구리선은 없었습니다.

해외 무역사기단들은 구리선을 시세보다 30% 싸게 판다며 국내 업체에 접근했습니다.

그리고는 ″때마침 좋은 물건이 나왔다″, ″지금 결제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빼앗긴다″라면서 돈을 미리 송금받고 ′물건 바꿔치기′를 한 겁니다.

[구리 수입업계]
″공해상에서 작업이 거의 이뤄지고요. 다시 배를 돌려서 물건을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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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모터를 만들어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이 인도네시아 고객으로부터 받은 메일입니다.

제품값 일부를 보냈으니 물건을 빨리 보내라고 독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돈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중간에서 물건값만 가로채 간 것입니다.

[한명훈/피해업체 직원]
″입금 확인했더니 입금이 안 됐어요. 그래서 영수증을 자세히 봤더니 수취인이 저희 회사가 아니고.″

무역대금 송금 사고는 업체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경찰은 이메일로 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범죄 대상이 되고 있다며, 결제와 관련해선 상대방 회사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할 것을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