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재웅

에어컨 기사 추락사, 시간 쫓겨 안전 장구 없이 작업

입력 | 2016-06-2520:11   수정 |2016-06-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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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빌라 3층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40대 기사가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외부에 매달려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 건데 헬멧 같은 안전 장구도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근무여건을 보니 더 안타깝습니다.

신재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월계동의 한 빌라입니다.

3층 외벽에 붙어 있어야 할 에어컨 실외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끊어진 전선과 배관 가닥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그제(23일) 오후 2시 반쯤, 에어컨 실외기 점검을 하던 42살 진 모 씨가 철제 난간과 함께 8미터 아래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 업체 직원인 진 씨는 안전 장구도 갖추지 않고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근 주민]
″(경찰) 기동대하고 같이 안으로 들어가서 봤는데, 안전 장구나 헬멧이나 그런 것은 전혀 안 하셨더라고요.″

이번 사고가 근무 여건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업체의 에어컨 수리 기사는 한 달 동안 60건 이상을 수리하면 주어지는 기본급 130만 원에, 추가 수리 1건당 7천 원에서 4만 5천 원 정도인 수당을 받아왔습니다.

에어컨 수리 기사들은 많이 수리할수록 많이 버는 임금 구조도 문제지만, ′빠른 시간 내 소비자들의 수리 요청을 처리하라′는 회사의 독촉도 심하다고 말합니다.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안전 장구를 갖출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박영환/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에어컨 기사]
″나가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게 되면 안전 장비한다는 자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게 되니까 아무래도 힘들죠.″

진 씨가 에어컨 수리를 위해 몰고 다니던 차량 안에선, 해진 가방에 담긴 도시락이 발견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을 남기고 떠난 진 씨의 빈소엔 진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