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동애

'긴 병에 효자 없다' 日 간병에 지쳐 극단적 선택

입력 | 2016-06-2620:29   수정 |2016-06-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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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일본에서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랜 병수발에 지친 가족들이 견디다 못해 살인이나 동반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도쿄에서 이동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도쿄 인근 치바현에서 귀가 먹고, 다리가 불편한 누나를 산속에 버린 60대 남성이 체포됐습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진 뒤 생활고가 심해지자, 누나를 산속으로 데려가 빵 하나를 쥐여주고 떠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후쿠시마에선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91살 시어머니와 함께 죽으려고 60대 며느리가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웃 주민]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닌데 이렇게 매정한 일을 하다니…″

치매인 어머니를 아버지와 함께 10년째 돌봐 온 40대 딸은 부모를 차에 태우고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혼자 살아남은 딸은 법정에서 신문배달을 그만둔 뒤, 생계가 막막해진 아버지가 같이 죽자는 말에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병간호에 지친 가족이 저지른 살인 사건은 지난해 44건으로 심각한 수면 부족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던 가족 중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들 병간호에 매달리는 사람만 한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
″가족들이 온 힘을 다해 돌보고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간병 난민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

장수 국가 일본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이동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