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재영

[앵커의 눈] 금연구역? 흡연구역? '회색지대' 흡연권 논란

입력 | 2016-08-2420:35   수정 |2016-08-2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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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의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10미터 안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지난 5월 지정됐죠.

그동안은 계도 기간이었는데요.

다음 주부터는 걸리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본격 단속이 시작되는 겁니다.

◀ 앵커 ▶

지하철역 출입구 말고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많죠.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먼저 나세웅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광장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있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 이외의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곳곳에 담배를 입에 문 사람들.

[서초구청 단속반]
″고속터미널 광장 전체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단속반이 다가서자, 봐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죄송해요. 그러니까 한 번만 좀 봐주세요.″
(″안됩니다.″)
″저 이게 처음이어서…한 번만 봐주시지, 제가 뭐 여러 번 그런 것도 아니고…″

욕설에 몸싸움까지 하며, 거칠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담배) 껐잖아요. 왜 그래요. 이 양반이. 껐잖아 지금! 카메라 이리 내, 박살 낼 거야!″

바로 옆에 흡연실을 두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합니다.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걸 아는 흡연자들은 단속반이 다가서자 슬그머니 피합니다.

[중구청 단속반]
″금연 단속반입니다. 아, 잠시만요. 잠시 나오세요.″

사방이 막혀 있다 보니 답답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흡연자들의 호소입니다.

[흡연자]
″여름에는 덥고, 환풍기가 되더라도 연기가 좀 차 있잖아요. 숨 막히고…″

지하철역 출입구의 금연 표지 앞에서 버젓이 연기를 내뿜는 흡연 족도 있습니다.

◀ 앵커 ▶

지난해 1월부터 소규모 음식점에서도 흡연이 금지되면서 실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에만 20만 곳이 넘습니다.

사실상 건물 안에서는 담배 피우기가 어려운 거죠.

실외도 해마다 금연 구역이 늘어서 현재 1만 6천 곳이 넘습니다.

반면, 실외에 설치된 흡연 시설은 고작 34곳.

그것도 25개 자치구 가운데 9개 구에만 있습니다.

◀ 앵커 ▶

금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맘대로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아니면 흡연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금연 구역인 걸까요?

금연 구역도 흡연 구역도 아닌 곳, 이른바 ′회색 구역′인데요.

흡연자와 비흡연자, 생각이 다르다 보니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4년 전, 전국 최초로 금연거리로 지정된 강남대로.

하지만 큰길 옆 골목 길로 들어서자, 흡연자들의 세상입니다.

끊이지 않는 담배 연기에 바닥 여기저기 버려진 꽁초 투성이입니다.

[송민아]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서 제가 코를 막고 그 길목을 지나왔어요.″

흡연자들은 큰길만 금연 구역이니 골목은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흡연자]
″금연 구역이라고 안 적혀 있으면 다 피워도 되는 거 아니에요? 좀 어정쩡한 상황인 거 같은데…″

하지만, 비흡연자들은 흡연 구역이라고 명시된 곳이 아니면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김현경]
″임신했을 때나 아이들 데리고 다닐 때 길거리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나요. 금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담배를 안 피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갈등이 커지다 보니 최근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꺼달라고 했던 아기 엄마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성규/보건의료연구원 박사]
″현재 제기되는 회색 구역의 문제들은 지금 흡연율이 아직까지 높은 상태, 그리고 반면에 강력한 담배 규제 정책들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우리보다 먼저 공공장소에서의 금연 정책을 시행한 일본은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신 흡연 구역을 곳곳에 설치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는 ′분리형 금연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박영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사람들로 붐비는 도쿄 시내, 흡연자들이 한 곳에 빼곡히 몰려 있습니다.

지정된 흡연 구역입니다.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우리 돈 최고 20만 원이 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흡연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던 건 거리 곳곳에 흡연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흡연권 또한 보장한 덕분입니다.

[흡연자]
″피우기는 힘들지만, 환경에는 좋으니까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흡연 공간에 정화시설을 설치하고, 흡연 구역 확보가 어려운 곳에는 이동식 흡연 차량을 보급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유료 흡연방도 있습니다.

흡연 구역 설치를 위한 재정 지원에는 정부뿐 아니라 담배 제조사들도 참여했습니다.

◀ 앵커 ▶

다음 주부터는 아파트 복도나 지하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금연 아파트′도 전국적으로 확대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장소를 금연 구역, 흡연 구역으로 일일이 나누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회색 구역에서의 갈등과 원치 않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려면 흡연구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정책과 함께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