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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빌딩 대신 숲을, "나무는 도시의 에어컨"
입력 | 2016-08-2620:35 수정 |2016-08-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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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비가 내리면서 지긋지긋한 폭염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올가을, 늦더위가 있다고 하고요.
기후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내년 여름도 벌써 걱정입니다.
도심숲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박영회 기자가 실험해봤습니다.
◀ 리포트 ▶
흐린 날씨에도 오전부터 기온이 치솟습니다.
도심 아스팔트 도로 위 기온은 벌써 37도.
그런데 바로 옆 공원 산책로는 1도 정도 낮고, 안쪽 숲은 1도 이상 더 낮습니다.
몇 걸음 차이로 2도 이상 시원한 겁니다.
39도까지 치솟은 주택가 옥상.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 보면 바로 옆 울창한 숲과 표면 온도 차이가 10도 납니다.
뜨거운 표면이 좀처럼 식지 않다 보니 한낮은 물론 늦은 밤까지 주택가는 항상 숲보다 덥습니다.
[박찬열/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나무가 증산활동을 통해 뿜어내는 수분이 기체로 되면서 주변 열기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나무 숲 주변은 시원하게 됩니다.″
땡볕에 머물다 40도까지 오른 피부 온도는 숲 속에서 15분 머물자 안정을 되찾습니다.
나무 한 그루의 냉방효과는 가정용 에어컨 10대를 7시간 틀어놓는 수준.
한 줄로 선 가로수가 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 앵커 ▶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사는 우리나라, 숲이 많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국제기구는 1명당 15제곱미터가 적당하고, 적어도 9제곱미터는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그런데 우리 대도시들, 턱없이 못 미칩니다.
특히 서울은 시민 1명당 숲 면적이 4.35제곱미터에 불과합니다.
바로 이 정도 크기 땅인데요.
나무 한 그루 심기도 빠듯해 보이죠.
◀ 앵커 ▶
반면, 영국 런던은 시민 1명당 숲 면적이 이 정도 됩니다.
나무 대여섯 그루는 넉넉하게 들어가겠죠.
27제곱미터.
서울의 6배가 넘는 면적인데, 한번 비교해 보시죠.
차이가 크죠.
다른 대도시들도 볼까요.
미국 뉴욕 23제곱미터, 프랑스 파리 13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이웃 일본 도쿄는 10제곱미터로 서울의 2배가 넘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시멘트 건물이 들어선 것은 똑같을 텐데요.
복잡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뉴욕에 이렇게 숲이 더 많은 비결은 뭘까요.
진희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 뉴욕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공원을 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동안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낡은 시설을 새롭게 재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폐허가 된 고가 철길에 조성한 하늘 공원, 하이라인.
철로를 철거하려던 시를 설득해 공원을 만들어낸 건 지역 주민들이었습니다.
[메이브 터너/′하이라인′ 정원사]
″올해는 3백여 명의 시민 봉사자들이 잔디와 나무 관리를 돕고 있습니다.″
일부 개장 뒤 공사가 한창인 ′로-라인′ 파크.
방치된 지하 전차 터미널에 햇빛을 끌어들이고 꽃과 식물을 심어 마치 지상에 있는 것처럼 꾸민 세계 최초의 지하 공원입니다.
정부가 아닌 비영리단체 주도로 인터넷을 통해 자금을 모았습니다.
1980년대 범죄 소굴로 전락할 뻔했던 뉴욕의 상징 센트럴파크 역시 시민들이 나서 공원을 되살렸고, 운영비 대부분을 시민 기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우리도 숲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옛 경마장 자리에 조성된 서울숲.
인공위성에서 표면온도를 측정해 봤더니 이 일대 온도가 5도 이상 낮아졌습니다.
외국처럼 버려진 철길도 활용합니다.
서울 경의선과 경춘선, 광주 경전선이 숲으로 변신했거나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숲을 조성할 땅을 찾는 일이 관건인데요.
대규모 부지를 찾지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 이런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숲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재영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건물 외벽이 모두 녹색, 옥상과 계단도 수풀로 덮였습니다.
벽면에 토양 매트를 붙여 만든 수풀은 여름엔 그늘, 겨울엔 외투 역할을 해 줍니다.
[김찬기/수원환경사업소 시설팀장]
″에어컨을 안 틀고도 생활할 수 있게 온도가 낮아졌습니다. 겨울에도 (조성 전과 비교해) 4-5도 차이면 난방도 안 할 수 있도록….″
방치됐던 자투리 공간도 낡은 소음방지벽도, 작은 숲으로 변했습니다.
10% 정도 차량 소음을 줄여줍니다.
[신수근/한국도시숲연구소 소장]
″미관상 보기 싫은 걸 해결할 수 있었고, 소음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앞두고 숲 속 명상을 하는 아이들, 자연수업은 나무와 풀을 만지며 진행합니다.
[박민정/학생]
″책으로 보는 것보다 야외에서 직접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하니까 학습내용이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신도시 아파트 바로 옆 학교 운동장을 울창한 숲으로 조성한 겁니다.
[유영민/′생명의숲′ 사무처장]
″학교란 공간이 공공장소이지 않습니까. 그 혜택 자체가 학교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두루두루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 앵커 ▶
우리 국민 86%는 도시숲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76%는 숲 조성에 직접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나 ′그린 트러스트′와 같은 숲 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단체를 통해 우리 모두가 나무, 숲 늘리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