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준희

[이슈클릭] "연예인 되고 싶어요" 새터민에게는 꿈일뿐?

입력 | 2016-09-0320:22   수정 |2016-09-04 07:0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정착한 새터민이 3만 명에 이르면서 사회에 진출하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연예계도 그중 하나인데요.

연예인을 선망하는 이들은 많지만 새터민들의 연예계 진출, 그 꿈과 현실은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내 인기 걸그룹의 현란한 댄스곡부터 북한 전통가요까지 흥겹게 소화해 내는 이들은 새터민으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입니다.

소속 기획사 대표 역시 새터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뽑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는 국내 아이돌의 육성 방식을 도입해 데뷔를 준비 중입니다.

[이향미/걸그룹 N&S 멤버]
″열심히 해서 ′씨스타′의 효린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어요. 많이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새터민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중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20대 전후의 젊은 층.

중국 등을 거치는 탈북 과정에서 한류스타를 많이 접하는데다 탈북민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방송 출연 기회도 잦아 자연스레 꿈을 갖게 되는 겁니다.

사회적 기반이 좀 부족해도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
″북에서 온 사람들한테 기회가 조금씩 있거든요. ′방송 출연하겠느냐′ 그런 제안은 지금도 계속 오고 있고요.″

[황소연/걸그룹 연습생]
″사실은 돈하고 명예가 제일 중요하죠. 탈북자라는 시선으로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편견을 깨고 싶어요.″

하지만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연예계에서 새터민들이 성공을 거두기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름을 알린 이들은 극소수.

새터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수의 경우, 국내 최신가요의 창법과 정서가 북한과 크게 다른 게 걸림돌입니다.

[음반 프로듀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서글픈 발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노래와 곡이 잘 붙지를 않죠.″

탈북민에 대한 편견,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때마다 줄어드는 입지도 말 못할 고충입니다.

[명성희/팝페라 가수]
″′저 여자는 연변 여자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례도 많았었고, 천안함 사건도 터지고 하다보니까 주눅이 들게 되더라고요.″

[새터민 가수]
″남북관계가 예민해지면 어쩔 수가 없어요. 무대에 오를 수가 없고 방송에 (저를) 내세울 수가 없으니까….″

국내 실정에 어두워 사기를 당하거나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로 내몰리는 연예인 지망생도 적지 않습니다.

[다방 종업원]
″(북한에서 온 사람도) 있어요. 북한 여자랑 중국 여자랑 습관 차이 때문에 같이 일하기 좀 힘들어요.″

[한철호/새터민 연예기획사 대표]
″나이는 어리고 좀 예쁘고 이러면 살기는 어렵고 하다 보니까 유흥 쪽이 됐든 좀 안 좋은 쪽으로 많이 가는 사례들이….″

탈북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정착은 쉽지 않고, 열악한 상황은 이들이 다시 연예인이라는 쉽지 않은 꿈을 꾸게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