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집중취재] 청테이프로 땜질하고 출동하는 해경 고속단정

입력 | 2016-10-1920:08   수정 |2016-10-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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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중국어선 단속에 투입되는 해경 고속단정입니다.

몇십 배나 큰 어선과 충돌하는 것도 예사죠.

뒤집히진 않을까, 침몰하진 않을까.

온갖 위험을 무릅씁니다.

거센 파도 속에 특수기동대원 10명이 의지하는 건 작은 원룸 정도만 한 이 배 한 척이 전부인 셈인데요.

부서지고, 찢겨지고...

고장 수리 내역을 보면, 이대로 바다에 내보내도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경이 민간업체에 수리를 의뢰한 고속단정들입니다.

선체 곳곳이 종잇장처럼 찢어져 있습니다.

충격을 흡수해야 할 방현대는 여러 곳이 뜯겨져 나가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선박 제조업체 관계자]
″빠그라지니까 덜렁덜렁거리니까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빨리 테이프라도 붙여가지고...″

임무 특성상 어선이나 파도에 부딪히는 일이 많다 보니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고속단정 생산업체 관계자]
″배가 정상적으로 가지, (다른 배가) 와서 받힐 일이 있겠습니까 배가. 그렇게 염두에 두고 배를 만들지는 않죠.″

중국어선 단속에 투입되는 1천 톤급 이상 경비함정 탑재 단정 35%가 이미 사용연한을 넘긴 상태.

더 큰 문제는 관리도 부실하다는 겁니다.

최근 4년간 고속단정 고장수리 내역입니다.

충격을 받아도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해 주는 충진폼이나 방현대 등 선체 이상이 5건 중 1건, 배가 뒤집어지는 걸 막아주는 자가복원장치 이상이 26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배정된 함정정비 예산 270억 원 중 고속단정에 쓰인 건 14억 원뿐.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
″전체 해경 정비예산 자체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딱히 고속단정이라고 해 가지고 별도 편성된 예산은 없습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정비가 어렵다는 게 업체들 주장입니다.

[선박 제조업체 관계자]
″예산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때에 따라서는 (수리) 업자들한테 ′외상으로 하자′ 그러고...″

[권은희 의원/국민의당]
″성능을 담보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 같고 철저한 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 7일 고속단정 침몰사건에서 보듯 점차 흉폭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하지만 단속 최전선의 해경 대원들은 낡고 정비마저 불량한 고속단정에 의지해 바다에 투입돼야 할 상황입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