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준희

[현장M출동] 영업직원에게 떠넘긴 BMW의 '억지 기부'

입력 | 2016-12-0120:25   수정 |2016-12-01 22:0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국내 매출에 비해 기부는 유독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수입차 업체들이 요즘 부쩍 사회공헌에 열심입니다.

그런데 이미지와 실적에만 신경을 쓴 탓일까요.

한 수입차 업체의 기부 방식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린이 운전 체험과 엔지니어 지망생 교육, 직원 봉사활동까지.

BMW코리아가 비영리재단을 통해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입니다.

필요한 기금은 이른바 ′매칭펀드′ 방식으로 조성됩니다.

차를 산 고객이 3만 원을 기부하면 BMW 계열사 세 곳이 3만 원씩을 보태 총 12만 원을 적립하는 식입니다.

[김효준/BMW코리아 사장]
″고객 분들에게 3만 원의 작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지난 5년간 참여한 고객이 10만 명, 쌓인 기금은 138억 원이라고 BMW는 홍보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기부금을 냈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BMW 차주 A]
(딜러가 혹시 (기부를) 소개하지 않았나요?)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BMW 차주 B]
″아뇨. 전혀 (기부금) 안 물어봤는데.″
(그런 얘기가 없었어요?)
″예.″

어찌 된 일일까.

취재 결과 기부금의 상당 부분은 고객이 아니라 BMW의 영업직원이 대신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발적 기부 고객이 20~30% 정도에 그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자 사실상 강제 모금 지침이 내려진 겁니다.

[BMW 딜러 A]
(차 살 때 (기부금이) 포함돼 있던 건가요?)
″제가 내 드렸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아뇨.″

[수입차 딜러 A]
″(소비자는) 돈 10만 원에 움직이시는 분들인데 3만 원이면 큰돈이라고 생각하니까 안 내시는 분들이 많죠. 영업사원이 무는 거죠. ″

고객이 써야 할 기부 동의서도 딜러사가 허위로 작성합니다.

[BMW 딜러 B]
″(기부금 비율) 50% 이상을 맞춰야 돼요. 무조건이에요. 영업지원팀에서 (동의서) 수백 장을 쓰는 경우도 있고요.″

매달 수십만 원씩 억지 기부금까지 내야 하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고객에게 몰래 떠넘기는 꼼수까지 씁니다.

[BMW 전직 딜러]
″(자동차) 등록 대행료란 게 있잖아요. 거기에다 아예 3만 원을 포함시켜서 받는 사람도...″

[수입차 딜러 B]
″BMW나 이런 데는 (딜러들이) 못 들어가서 지금 안달이거든요. 사람이 넘쳐나는데 항의하는 사람은... 아시잖아요.″

BMW 미래재단은 이에 대해 일부 영업소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는 고객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