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M

[현장 속으로] 슈틸리케 감독 결국 경질…위기의 한국 축구

입력 | 2017-06-1616:23   수정 |2017-06-16 17:1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현장 속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경질됐습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한국 축구가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는데요.

이 소식을 스포츠취재부 이명진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 감독이 중도하차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던데, 저도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 경기를 참 안타깝게 봤거든요.

도하참사라고 하더라고요.

그 경기가 결정적인 이유가 됐겠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지난 3월 사실 중국에 지면서 경질론이 불거졌었는데요.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한 번 더 기회를 줬었거든요.

그래서 카타르전을 앞두고 조기 소집훈련도 하고 일찌감치 중동으로 건너가 현지 적응 훈련도 했습니다만,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전 앞두고 출국할 때 한 번만 더 믿어달라 이렇게 말을 했었는데요.

조 꼴찌인 카타르에 2대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 됐습니다.

원정 경기 1무 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한국 축구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경기 패배 후 어찌보면 경질은 예정된 수순이었는데요.

결국, 귀국 바로 다음 날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했습니다.

[이용수/축구협회 전 기술위원장]
″슈틸리케 감독과 축구협회가 상호합의에 의해서 계약을 종료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들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저 역시 기술위원장을 사퇴하는 걸로…″

대표팀은 3위 우즈베크에 승점 1점차로 쫓기는 불안한 2위는 유지했습니다.

이제 두 경기가 남았는데요.

이란이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다고는 해도 우리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고 우즈베크도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어 총력전이 예상됩니다.

특히 우리가 우즈베크 원정에서 약했다는 점이 우려되는 점인데요.

이 경기에서 본선 진출 여부가 가려질 걸로 보입니다.

◀ 앵커 ▶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인데, 2년 9개월인가요.

꽤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었고 또 처음에는 꽤 칭찬도 받았지 않습니까?

물론 도하 참사가 결정적인 이유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추락하게 된 이유를 또 다른 데서 찾을 수 있을까요?

◀ 기자 ▶

말씀하신 대로 슈틸리케 감독은 2년 9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는데요.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할 때만 해도 신을 뜻하는 ′갓틸리케′로 불리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예선에서 고집스러운 선수기용, 또 전술과 소통 부재라는 문제가 드러났고 이 점이 졸전으로 이어지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슈틸리케/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 직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

부임 이듬해인 2015년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직후 인터뷰인데요.

이때만 해도 분위기가 참 좋았죠.

하지만 최종예선으로 접어들면서 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원정에선 대부분 지고, 이긴 경기도 간신히 승리를 지키며 전술이 빈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게다가 위기가 닥치자, 선수 탓을 하고 마치 내 일이 아닌 양 말하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으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는데요.

또 소통 부재로 선수들도 동요하면서 팀 안팎에서 감지할만한 위기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었습니다.

대표팀 주축인 구자철과 기성용 선수 인터뷰 들어보시죠.

[구자철/올 3월 중국전 패배 후]
(대표팀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 (시리아전 후) 제가 하겠습니다.″

[기성용/그제]
″전술이 어떻고 선수들의 플레이나 이런 것보다는 지금은 팀 분위기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 앵커 ▶

선수들도 지금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모습인데.

그래도 분위기를 잘 추스르고 두 경기를 잘 준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두 달밖에 안 남았죠.

상당히 촉박한데요.

◀ 기자 ▶

이란전이 8월 31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국내 지도자 중에서 새 사령탑을 선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허정무-정해성 조합과 신태용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정해성 코치 조합은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남아공월드컵을 함께 경험했고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나 지금의 위기 상황을 단시간에 수습하기엔 그래도 제일 좋은 조합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 밑에서 대표팀 코치직을 맡았었고, 리우 올림픽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는데요.

선수들 잠재력을 끌어내고 하나로 만드는 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두 감독 모두 현재 말을 아끼고는 있는데요.

기술위원장이 새로 선임되면 다음 달 중으로 새 대표팀 사령탑이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 앵커 ▶

축구팬 사이에서는 이러다 본선 진출 진짜 못하는 게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던데.

그럴 일은 없겠죠?

◀ 기자 ▶

지켜봐야겠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앵커 ▶

그래도 본선진출만은 꼭 해야겠습니다.

스포츠취재부 이명진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