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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이 섬의 주인은 나!'…日 고양이섬과 토끼섬

입력 | 2017-06-2016:54   수정 |2017-06-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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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일본 에히메 현에서 배로 30분 거리의 아오시마 섬.

항구에 발을 디디는 순간 사람보다 고양이들이 먼저 반갑게 맞아줍니다.

자동차 한 대도 없는 마을은 고양이의 가르릉 소리로 가득한 그야말로 고양이 세상.

심지어 섬마을 주민은 16명에 불과한데 고양이 수는 그보다 10배나 많습니다.

[아오시마 주민]
″약 40년 전부터 이미 주민 수가 100명도 안 됐어요. 점차 노인과 고양이의 마을로 변해갔어요.″

마을의 쥐를 퇴치하려고 들여온 고양이들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사이 주민들은 도시로 빠져나가며 섬의 주인이 뒤바뀐 겁니다.

[관광객]
″고양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끼려고 찾아왔어요. 정말 고양이가 많네요.″

호텔도 식당도 없는 조용한 섬마을이지만 전 세계 고양이 애호가들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는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독가스 생산 근거지였던 오쿠노시마 섬.

한때 죽음의 땅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털북숭이 토끼섬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토끼 천지인 마을은 주민이 살지 않아 1천여 마리 토끼들이 실질적인 주인입니다.

[관광객]
″섬에 사는 사람은 호텔 직원들밖에 없나 봐요. 집이 한 채도 안 보이네요.″

해마다 토끼들을 보려고 섬을 찾는 관광객이 10만 명.

먹이를 들고 나타나면 토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구애하거나 수십 마리가 한 부대를 이뤄 따라오기도 합니다.

섬에 단 하나뿐인 호텔에도 밤늦게까지 토끼들이 몰려옵니다.

[관광객]
″토끼들은 비닐봉지 소리만 나도 먹이인 줄 알고 몰려들어요.″

토끼들이 어떻게 이 섬에 오게 됐는지는 여러 말들이 있지만, 일본군이 독가스 생산을 위해 실험용으로 들여왔던 토끼들의 후손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아 있던 토끼들이 포식자 없는 이 섬에 살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는 겁니다.

[본데어/생물학자]
″토끼는 생후 4개월부터 임신할 수 있어서 개체 수가 아주 빨리 늘어요.″

어두운 과거 탓에 한때 지도에서도 지워졌던 오쿠노시마 섬과 인구 고령화와 도시화로 외딴섬이 된 아오시마 섬.

그 빈자리를 고양이와 토끼들이 채우며 적막한 섬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사이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