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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쌀보다 많이 먹는 돼지고기, 품종도 다양화·고급화

입력 | 2017-02-1020:36   수정 |2017-02-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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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굽고, 찌고, 튀기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죠.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사랑, 대단합니다.

한 사람이 일 년에 24.4kg을 먹는데요.

OECD 국가 평균보다 2.5kg 더 많습니다.

◀ 앵커 ▶

돼지고기가 주식인 쌀도 제쳤습니다.

작년 돼지고기 생산액은 6조 7천7백여억 원으로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쌀을 밀어냈습니다.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재래시장의 삼겹살 거리.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 열다섯 곳이 모여 있습니다.

[이종혁]
″뭔지 모르게 당기는 게 삼겹살이니까 우리 직원들이랑 같이 삼겹살 한 번 먹으러 왔습니다.″

1인분에 1만 원, 하루 일과를 마친 서민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유보경]
″가격은 착한데 양껏 먹을 수 있고 맛도 좋고 그래서 더 좋아하고 많이 찾게 되고 있어요.″

새끼 돼지들이 줄지어 달리는 돼지 경주.

농장의 돼지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직접 소시지도 만들어보는 돼지 테마파크도 인기입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입장객이 대부분인데 일반 식당에선 접하기 어려운 엉덩잇살과 어깨 살 부위도 이곳에선 맛볼 수 있습니다.

[김은영]
″아기들 보기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돼지고기 같은 거 아이들이 잘 먹는데 요즘 또 돼지고기 많이 먹잖아요.″

우리 국민이 섭취하는 육류의 절반이 돼지고기로, 수도권 가구 열 중 일곱이 매주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 앵커 ▶

지글지글…. 불판에 올려 구워 먹는 삼겹살, 국민 음식이라 할 만하죠.

한 가구당 1년 평균 12만 7천 원을 삼겹살 구입에 쓰고 있는데요.

전체 돼지고기 구입액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 앵커 ▶

그럼 언제부터 이렇게 삼겹살을 많이 먹게 됐을까요?

1930년대 신문에 ′세겹살′이란 부위의 맛이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지금처럼 돼지고기를 많이 먹던 시절도 아니고 구워 먹는 방법이 흔했던 때도 아닙니다.

삼겹살 구이가 대중화된 건 1980년대부터입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양돈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90년대엔 동네마다 고기를 구워 먹는 이른바 ′식육식당′이 생겼고요.

이후에 솥뚜껑 삼겹살, 대패 삼겹살, 벌집 삼겹살 등 같은 삼겹살이라도 굽는 방법과 고기 두께를 달리하며 그때그때 유행이 일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최근엔 돼지 품종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값싼 고기로 생각되던 돼지고기도 맛을 따지는 사람이 늘면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나세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식당 한 편에 마련된 숯불에서 고기를 한번 구워냅니다.

이후 손님들 자리로 옮겨 다시 한번 굽습니다.

스페인산 흑돼지인 이베리코 돼지고기인데 센불에 초벌구이를 해 육즙을 유지하는 겁니다.

[김새실]
″국산 돼지고기에 비해서 조금 더 촉촉한 것 같고요. 씹을 때 좀 쫄깃쫄깃한 맛도 있어 가지고″

국내산 돼지고기에 비해 10% 정도 가격은 싼 반면 맛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문 취급점이 늘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입량도 지난 3년 새 2배로 뛰었습니다.

[김종규/스페인 돼지고기 전문점 대표]
″시식을 해보고 나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이베리코 돼지로 바꾸고 나서 매출액이 30~40% 정도 증가된 것 같습니다.″

얇게 썬 흑돼지를 데쳐서 얹은 샐러드, 채소 찜, 소금구이, 돈가스까지.

제주 흑돼지의 원조격인 순종 버크셔 흑돼지로 만들었습니다.

순종이라 질병에 약하고 사육 비용도 40% 더 들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육질이 우수해 고급 품종으로 꼽힙니다.

[유영민/버크셔 돼지 유통회사 대표]
″미식 문화가 발달된 일본이나 스페인에서 가장 각광받는 돼지고기가 순종 흑돼지입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얼룩무늬 돼지도 버크셔 흑돼지와 교배시켜 고기 질을 높였습니다.

[이일주/얼룩 무늬 돼지 개발 박사]
″일반 돼지고기보다 육즙이 10% 이상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의 90% 이상은 새끼를 많이 낳고, 빨리 크는 세 가지 종류를 교배한 품종으로 맛보다는 생산성을 따진 품종입니다.

하지만, 원산지보다는 품질과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토종 돼지를 개량하고 사육 환경을 바꿔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정훈/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앞으로는 소비자들도 내가 먹는 돼지고기가 어떤 품종인지 어느 지역에서 사육한 것인지 궁금증을 가질 것입니다.″

◀ 앵커 ▶

소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는 반드시 바싹 익혀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육 관리가 잘 안 돼 감염 우려가 있던 30여 년 전 얘기입니다.

오히려 돼지고기를 맛있게 구우려면 먼저 230도에서 260도의 온도에 겉을 익히고요.

속은 보시는 것처럼 약간 붉은 기운인 남을 정도로 80% 정도만 익혀야 육즙이 살아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조류인플루엔자,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는 살처분되고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되는데요.

사재기 조짐으로 벌써부터 도매가격이 들썩인다고 하니 소비자, 농가 부담이 늘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