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준규

[이슈클릭] "미세먼지 싫어요" 숨 쉬러 떠나는 사람들

입력 | 2017-03-2920:37   수정 |2017-03-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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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고생 많으시죠?

최근 보름 동안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치를 만족시킨 날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매일 뿌연 먼지에 시달린 건데요.

″마음껏 숨 쉬고 싶다″며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박준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리자 오대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아늑한 집이 나옵니다.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소나무 향이 그윽한 이곳으로 오정숙 씨 가족이 옮겨온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15년 동안 살았지만 갈수록 짙어지는 미세먼지와 매연에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오정숙/2년 전 강릉 이주]
″(안산에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창문을 꼭꼭 닫고 살았거든요. 여기 와서는 그런 게 없어요. 내가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고..″

아침마다 집 주변을 산책하고, 농사를 지으며 맑은 공기를 마신 덕에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3살과 5살 남매를 둔 김가영 씨 가족도 얼마 전 수원에서 강릉으로 이주했습니다.

휴대용측정기로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공기청정기도 여러 대 구입하며 버텨봤지만, 아이들 건강 때문에 결국 이사를 택했습니다.

[김가영/5개월 전 강릉 이주]
″아이들이 미세먼지 나쁜 날 나가서 기침을 하면 엄마 가슴은 덜컹하는 거예요.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고 학교를 보내야만 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던 어제(28) 서울의 모습입니다.

오후 3시 기준으로 94㎍을 기록했는데, 빌딩 숲과 차량이 몰리는 도심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측정해 봤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과 홍대입구는 각각 142㎍와 135㎍으로 나타났고, 차량 통행이 많은 광화문 광장은 140, 도로 옆 초등학교 정문은 ′매우 나쁨′ 수준인 15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곳 남산 3호터널의 미세먼지 농도는 134㎍입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 외출하면, 하루종일 터널 안에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놨지만, 올해 들어 초미세먼지 특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정용원/한국대기환경학회장]
″보조금 많이 주고, 노후된 차 바꾸고, 90% 이상을 그런 예산을 쓰니까 ′정부가 도대체 예산을 그렇게 많이 투여했는데 원인도 모르다니′ 이런 상황이 벌어졌죠.″

이런저런 주장만 난무한 미세먼지 발생 원인 규명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박준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