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오현석

"두껍아 두껍아" 다시 뜨는 모래 놀이터…정서발달 도움

입력 | 2017-05-0420:29   수정 |2017-05-0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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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모래가 깔려 있는 놀이터, 아니면 고무나 우레탄으로 덮여있는 놀이터.

이 중 어디에 아이들을 보내는 게 좋을까요?

80~90년대에는 놀이터 하면 모래부터 떠올랐는데요, 위생 문제가 불거지면서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그랬던 모래가 다시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현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출렁출렁 신나는 흔들다리에 친구들과 함께 타는 미끄럼틀과 그네도 재미나지만, 놀이공원이나 실내 놀이터에서 접하기 힘든 모래는 그중에서도 인기 만점입니다.

″하얀 모래 넣어, 케이크 만들기로 정했어.″

엄마 아빠 흉내를 내며 하는 소꿉놀이에도 물을 뿌렸다가 언덕에 올라갔다가, 집짓기 놀이를 하는 데도 모래만 한 게 없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김지아(6살)]
″(모래 만지면) 기분도 좋고 푹신하고 구름을 만지는 것 같아요.″

지난주 문을 연 서울의 한 놀이터.

인근 엄마들이 아이들 의견을 듣고 노는 모습을 본 뒤, 만장일치로 모래 놀이터를 선택했습니다.

[강은숙/서울 양천구]
″(아이들이) 요새 땅을 밟을 기회가 없고… 모래는 아이들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계속 놀이가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80~90년대 주종을 이뤘다가 2000년대 들어 위생 문제로 기피 대상이 됐던 모래 놀이터.

[2003.3.3 뉴스데스크 보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요충의 알입니다. 놀이터 모래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모래 놀이터가 70곳 가까이 새로 조성됐을 만큼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 지자체들이 증기 소독과 이물질 제거 등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데다 아이들 정서 발달에 모래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명순/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모래라고 하는 것은 형태가 갖춰지지 않아서 아이들이 그걸 갖고 뭘 하든 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가 활성화될 수 있겠죠.″

반면 모래를 대체했던 합성고무나 우레탄은 유해물질 논란에, 오래 방치되면 돌처럼 굳어버리는 안전 문제 탓에 밀려나는 추세입니다.

[정미숙/서울 영등포구]
″바닥이 막 이래서… 너무 심하게 다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직접 설계해 놀이기구 대신 자연지형을 살린 실험적 놀이터 역시 바닥은 모래.

이틀 전 문을 연 2호 놀이터에는 아예 모래 놀이장이 따로 마련됐습니다.

방치됐던 동네 애물단지에서 창의력을 살리는 공간으로 진화 중인 모래 놀이터.

학원과 게임에 빼앗겼던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