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준희

[현장M출동] '모기장 그물'로 싹쓸이…씨 말리는 불법조업

입력 | 2017-05-2520:24   수정 |2017-05-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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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모기장 그물이라고 불리는 ′세목망′입니다.

촘촘한 그물코 길이가 5mm 정도입니다.

웬만한 건 다 걸려들기 때문에 멸치 같은 아주 작은 물고기잡이에만 쓰도록 규제하고 있는데요.

모기장 그물을 동원한 일부 어선들의 불법 싹쓸이 조업에 우리 수산자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준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른 새벽, 대천항.

어선과 트럭을 연결하는 호스를 통해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곤쟁이나 실치 같은 잔고기에 까나리 치어도 섞여 있는데, 거의 1~2cm짜리로 너무 작아서 물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사료로 (가공)해서 고기 먹이나요?]
″예. 까나리도 (트럭에) 실어요. 실치도 해요.″

이런 잔고기 조업에 이용되는 건 그물코 길이가 5밀리미터 정도인 일명 ′모기장 그물′, 세목망입니다.

그물이 촘촘해 웬만한 고기는 다 걸려들다 보니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허가받은 어선에 한해 일부 어종을 잡는데만 쓸 수 있지만, 현장에선 싹쓸이 조업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지역상인]
″큰 고기만 어판장에 깔고요. 어린 물고기는 화물차에 실어요. 싹쓸이를 하는 양이 하루에 수백 톤이에요.″

실제 어떻게 조업을 하고 있는지 어업지도선을 타고 서해에 나가봤습니다.

″서해어업관리단 무궁화 10호입니다. 승선 좀 하겠습니다.″

적발된 배는 세목망으로 작은 새우를 실을 수 있는 어선.

하지만, 갑판엔 광어와 꽃게가 가득하고.

″너무 큰 어종들이 많은데.″

바닷속 그물에선 새우 더미 속에서 꽃게와 갑오징어가 나옵니다.

불법 혼획입니다.

″나머지 어종에 대해서는 해상으로 방류하십시오.″

또 다른 어선은 단속반이 접근하자 아예 그물을 바다로 던져버립니다.

″그물부터 (사진) 찍어!″

불법 세목망 조업을 하려던 어선인데 일반 그물 역시 불법.

그물코 규격이 허가된 2.5cm보다 훨씬 작습니다.

(지금 25mm가 안 되잖아요.)
″그물이 자꾸 줄어들더라고.″

더 큰 문제는 불법조업이 판을 쳐도 바다가 넓다 보니 단속이 어렵다는 것.

또 일단 항구로 들어온 뒤에는 어획물과 그물 확인조차 쉽지 않습니다.

해경이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창에 곤쟁이가 있는지 확인 가능할까요?)
″없어. 새우 고르고 있는데 좀 있다 하면 안 돼?″

″선장님! 배 대요! 배 대!″

보자마자 달아나버려도 속수무책.

[해경 무전]
″용의 선박이 지금 도주 중. 위치를 송신해 주기 바람.″

경비정으로 출동하기 직전 30여 분 시간을 끈 뒤 돌아온 어선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배 대주세요. 선장님!)
″아니 왜,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여기에 불법조업으로 적발돼도 벌금이 3백에서 5백만 원 정도로 어선의 하루 위판금액을 밑돌다 보니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소규모 생계형 조업 외에는 세목망을 못 쓰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어민들과 관련업계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

[수산업계 관계자]
(많이 잡으시고 그래서 그런 거 아니에요?)
″선장이 많이 잡는다고 고기가 줄어? 바다 탓이 많지.″

정부가 치어 방류와 바다숲 조성 등 수산자원 보호사업에 들이는 돈이 연간 1천200억 원이나 되지만, 힘겨운 단속과 어업인들의 비협조에 예산도 치어도 모두 그물 밖으로 술술 새어나가는 실정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