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준규

"軍 의문사 밝혀라"…무대 위 엄마들의 절규

입력 | 2017-05-2820:31   수정 |2017-05-28 20:4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그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와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일 텐데요.

군에서 숨진 아들의 시신을 수년째 차디찬 냉동고에 넣어둘 수밖에 없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박준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딸 넷을 낳은 뒤 태어난 막내아들, 군인이 되고 싶다며 장교로 임관한 뒤 이라크 파병까지 자원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해진 아들의 죽음은 전사도, 순직도 아닌 자살이었습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명됐지만 순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명예회복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없었던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을 가슴에도 묻지 못하고 10년째 군 냉동고에 안치해 두고 있습니다.

[임정임/故 오종수 중위 어머니]
″스물 일곱 꽃다운 나이에 펴보지도 못하고 간 게 너무 억울해요.″

검은 상복을 입은 중년 여성들이 절규합니다.

″살려내라!″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 9명이 소극장 무대에 선 겁니다.

길게는 20년 넘게 군 당국과의 외로운 싸움에 지친 마음을 관객 앞에 내보인 이유는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간곡한 바람 때문입니다.

[박현애/故 이가람 이병 엄마]
″토요일에 면회를 가기로 했어요, 저희가. 그런데 수요일에 일이 일어난 거예요. 이거는 분명히 뭐가 있는데….″

자체 조사 결과를 바꾸지 않는 군 당국 대신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상설 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유가족들의 요구입니다.

[고상만/인권운동가]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요. 엄마들의 고통을 국가가 가져가 줬으면….″

시신 9구, 유골 58위 등 영현 67위는 아직도 군 병원의 차디찬 냉동고 속에서 진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준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