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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환
[현장M출동] 막 내리는 사법시험에 '신림동 고시촌'도 변화 바람
입력 | 2017-06-2020:35 수정 |2017-06-2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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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합격은 집안의 자랑이었습니다.
온 동네가 떠들썩해졌죠.
″이 형제들의 영광에는 어머니 황을연 여인의 정성이 큰 힘이 됐습니다.″
사법시험 얘기입니다.
누군가에겐 출세길이 열리는 희망의 사다리, 또 누군가에겐 폐인으로 추락하고 마는 낭떠러지이기도 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2차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은 반세기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신림동 고시촌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배주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청춘들이 비좁은 방에서 두꺼운 법전과 씨름하며 판검사로의 인생역전을 꿈꾸던 고시원.
1975년 서울대가 이전해 오면서 형성돼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린 고시의 메카, 신림동의 상징이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1995년 4월 17일)]
″사설 고시 학원은 서울대 주변만 하더라도 큰 곳이 10여 군데, 소규모의 학원까지 합하면 30군데가 넘고….″
하지만 과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량진 공시촌이 공무원 증원 소식에 꿈을 접었던 장수생들마저 돌아올 정도로 북적이는 반면, 신림동 고시촌은 로스쿨 도입 이후 고시생들이 계속 빠져나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고시원은 물론 독서실, 서점 등도 문을 닫거나 원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충열/공인중개사]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데 약간의 불편함은 있을지 몰라도 주거비용이 딴 지역보다 싸기 때문에….″
고시생들이 4~5천 원에 든든한 한 끼를 챙겨 먹었던 고시 식당.
식판에 반찬을 양껏 담아 먹는 모습은 그대로지만, 자리는 고시생 대신 공시생, 또 주머니 가벼운 서민과 직장인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정희/고시 식당 운영]
″거의 경찰 준비생하고 공무원 준비생들이 오고 일반인도 밥값이 싸니까 오세요.″
[김청자/고시 식당 손님]
″고시 식당인 줄 알아요. 알면서도 음식이 맛있으니까 왔어요.″
하지만 고시촌은 여전히 꿈을 좇는 곳입니다.
20년간 고시 서적을 팔아온 서점은 공무원 수험서로 책장을 대신 채웠고 한 강의에 고시생 수백 명이 들어찼던 학원은 노무사, 법무사 등 다른 자격증 대비로 광고 전단을 바꿨습니다.
더 싼 방과 밥을 찾아온 각양각색의 수험생들 덕에 고시촌이 있는 대학동, 옛 신림9동의 인구는 2만여 명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7급 공무원 수험생]
″공부하는 분위기가 노량진보다는 조금 더 갖춰져 있는 것 같고, 물가가 싸요.″
[경찰 공무원 수험생]
″고시원에 살다 보니까 공용 화장실 쓰고 불편하긴 한데, 부모님께 부담도 덜 드리고…″
사법시험과 수십 년 흥망성쇠를 함께 해 온 신림동 고시촌.
마지막 시험과 함께 사법고시생들은 사라지게 됐지만, 여전히 기회의 사다리를 찾는 청년들이 몰리는 또 다른 고시촌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