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민

'주먹구구 소방안전'…전 건물주 아들이 '셀프' 안전점검

입력 | 2017-12-2520:03   수정 |2017-12-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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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건물은 화재 당시 비상구가 막혀있고 1층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해 소방안전점검에서는 거의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소방점검을 했던 사람이 건물주의 아들이었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제천 노블휘트니스 스파 건물은 불이 나기 넉 달 전쯤, 이 모 씨가 경매로 구입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새 건물주인 이 씨가 민간 업체에 맡긴 소방 점검에서는 화재감지기와 화재경보기, 소화기와 피난 유도등까지, 무려 67개 사안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지난해 8월에 받은 소방점검에서는 소화기 압력 부족과 비상조명등을 갈아야 한다는 단 2개 사안만 지적됩니다.

수리 비용이 적게 드는 가벼운 사안뿐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때 소방점검을 했던 사람은 당시 건물주인 박 모 씨 아들이었습니다.

박 씨 아들은 이보다 앞선 2015년 소방점검 때는, 아예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냈고, 그나마 제출 기한마저 안 지켜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박 씨의 아들은 2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2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은 소방안전협회에서 4일 교육을 받은 뒤 1시간 필기시험만 보면 딸 수 있을 정도로 자격을 취득하기 쉽습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소방점검이 정밀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성국/소방시설관리사]
″기술적 능력이 없고 점검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부실하게 점검해서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경우가 있고...″

현행법은 건물주 가족은 물론, 건물주도 직접 소방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