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정연

폭염·산불과 사투 중인데…"총리는 하와이 휴가 중"

입력 | 2019-12-20 20:17   수정 | 2019-12-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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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호주 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두 달 넘게 산불까지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호주 총리가 가족들과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정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숲을 집어삼킨 시뻘건 불길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칩니다.

[소방대원]
″불똥이 여기까지 튀고 있어요. 불길은 60~70미터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호주 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지난 10월 초 시작된 산불이 여전히 잡히지 않고 타오르고 있습니다.

[월레미/산불 피해 주민]
″10~15분 사이에 불길이 미친듯이 타올랐어요. 마치 불폭풍이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화재 진압을 하러 가던 소방관들이 차량 사고로 숨지는 등 지금까지 사망자만 8명에 달하고, 주택과 건물 2천 5백 채가 파괴됐습니다.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시드니 등지에서는 숨을 쉬기 어려운 지경이고, 전국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치인 41.9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런데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주부터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총리의 행방을 묻는 질문이 쏟아지던 중, 총리가 가족들과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산불로 집을 잃은 어린이까지 총리 관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분노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이지/산불 피해 아동]
″너무 실망했어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런데 총리는 여기 있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이 나라를 탈출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모리슨 총리는 오늘 성명을 내고 ″산불 피해를 본 호주인 누구든지 나의 휴가로 불쾌해졌다면 깊이 유감″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해외 순방 일정 때문에 휴가가 이번 달로 앞당겨졌고, 휴가 중에도 계속 산불 보고를 받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모리슨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영상편집 :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