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동훈

숨기고 싶은 '이태원' 외출…학원 강사 9명뿐?

입력 | 2020-05-15 19:54   수정 | 2020-05-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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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 목동에 있는 한 대형 영어 학원의 원어민 강사들이 연휴 기간 이태원에 다녀온 걸 뒤늦게 고백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에만 천 개 넘는 학원에 원어민 강사들이 있는데 자진 신고를 딱 9명 했습니다.

결국 교육 당국이 강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정동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 어학원입니다.

불 꺼진 어두컴컴한 입구를 방역 수칙이 적힌 입간판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건물 관리인]
″문을 닫았는데요. 닫았습니다. 지금.″

원어민 강사 3명이 연휴 기간 이태원 일대를 다녀온 사실을 뒤늦게 공지하며 급히 문을 닫은 겁니다.

경기도 일산의 또 다른 학원 또한 2명의 원어민 강사가 이태원을 다녀왔다며 문을 닫는 등, 오늘 하루 원어민 강사를 고용 중인 학원들의 일시 폐업이 잇따랐습니다.

강사들이 이태원을 다녀오고도 혹시 내 아이 앞에 서지 않았을지 부모들은 속이 탑니다.

[학부모]
″지금 많이 불안하죠. 수업을 했다고 하고 하니까 이미 아이들 사이에 퍼졌는데 무증상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하지만 이 같은 일시 폐업은 원어민 강사의 동선이 드러났을 때만 마지못해 이뤄지고 있을 뿐입니다.

서울 시내 학원의 원어민 강사 수는 4천 5백여 명, 그러나 교육당국에 이태원을 다녀왔다고 신고한 학원과 강사 수는 불과 9곳, 9명 뿐입니다.

비슷한 수의 학교 공교육 원어민 교사 가운데 이태원 방문 신고자가 366명인 것에 비하면 신고가 없다시피 한 겁니다.

일부러 방문 사실을 숨긴 원어민 강사가 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학부모]
″학원에서 바로 자기네들은 조사해가지고 (강사들이) 간 적이 없다, 안심해라 이렇게 바로 메시지를 주기는 했어요. 근데 원체 이태원이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고…″

결국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원어민 강사가 일하는 걸로 신고된 학원 1천2백곳을 반씩 나눠, 학원을 일일이 방문해, 사실상 강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솔직히 자료를 잘 학교처럼 내지를 않아요. 우리가 직접 가서 그걸 확인하는 의미. 숨어있는,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지만, 방문 실태 조사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질 지, 학부모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 영상편집 : 위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