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미희

"겨울이 따뜻해서"…북한산 뒤덮은 '매미나방 애벌레'

입력 | 2020-05-21 20:28   수정 | 2020-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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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날씨가 좋아서 가까운 산으로 등산 가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유독 따뜻했던 날씨 때문에 ′매미나방 애벌레′가 급격하게 많아지면서 등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김미희 기자가 현장을 가봤습니다.

◀ 리포트 ▶

한창 녹음이 내려앉은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

푸른 하늘에 멀리 들리는 물소리가 시원합니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손가락 굵기 만한 벌레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난간을 넘어 등산로를 유유히 활보하고 있습니다.

매미나방 애벌레입니다.

등산로 표지판은 이미 지난주부터 점령했는데 지도를 제대로 보려면 한번 쓸어내야 합니다.

소나기 빗방울처럼 뚝뚝 하늘에서 떨어지다 보니 무심코 나무 밑을 걷다가는 애벌레를 뒤집어쓰기 일쑤입니다.

[양현자/등산객]
″정신없어. 그냥 막 무서워요. 그래서 지금 모자를 이중으로 이렇게 쓰고…거미줄을 타고 내려와, 거미줄을 타고. 이런 식으로.″

[박상현/등산객]
″한 두마리가 아니야. 사람이 인력을 잡을 수가 없어. (산)내려오는데 한 50분 잡는데 오늘은 2시간 걸렸어요. 이거 잡느라고.″

먹성도 좋아, 한번 지나간 나뭇잎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성한 잎이 남아 나질 않을 지경입니다.

국립공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떼어내고 털어내고 있는데, 올라가면서 한번 쓸고 나면 내려올 때는 다시 깔리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도 애벌레가 천지에 깔려, 잠시 주차한 취재진의 차량에도 어느새 애벌레가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매미나방은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서식하는 ′독나방′으로 특히 애벌레의 털은 독성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나 가려움증을 일으킵니다.

이 매미나방 애벌레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식생과 급격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겨울이 유독 따뜻해 애벌레 유충이 죽지 않았고, 국립공원이라 화학 방충제 사용도 할 수 없어 개체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민웅기/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수작업으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고요. 화학적 방제는 2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저희가 지양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주 치악산과 소백산 등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이어지고 있어, 기온이 더 오르는 이달 말쯤에는 전국적으로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김미희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 영상편집: 송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