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폭우도 폭우지만 댐들의 방류 문제로 곳곳에서 불만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전북 진안의 용담댐이 그중에 하나 인데요.
너무 많은 물을, 갑작스럽게 방류 하는 바람에, 하류 지역인 금산과 영동, 옥천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는 겁니다.
과연 방류량과 방류시점이 적절했는지 김태욱 기자가 데이터를 토대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용담댐이 방류량을 10배 가까이 늘려 초당 2천9백톤을 쏟아내기 시작한 건 토요일인 지난 8일, 정오 무렵.
이렇게 방류된 물은 오후 4시쯤, 댐에서 직선으로 약 25km, 차량으로 약 35분 거리인 충남 금산군의 한 도로를 달리던 화물차를 갑작스럽게 덮치기 시작했습니다.
"빠져, 빠져. 야… 야…가지 마."
갑작스런 물난리에 운전자와 승객들은 로프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탈출합니다.
[강승완/구조 참여 주민]
"범람해서 너무 깊어지니까 미처 차가 못 빠져나오고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방류량을 늘리고 불과 4시간만에 하류지역인 금산, 영동, 옥천 등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난리가 난 건데 이런 상황에서도 용담댐은 다음날 새벽까지 쉬지않고 3천톤에 가까운 물을 방류합니다.
이렇게 10배나 많은 물을 갑자기 방류하려면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텐데, 과연 그랬을까?
방류량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용담댐은 이미 하루 전날인 7일 오전부터 초당 유입량이 크게 늘기 시작해 불과 7시간만인 오후 3시엔 무려 14배인 4천톤을 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댐수위도 상시만수위에 불과 30cm, 말 그대로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
하지만 초당 4천톤씩의 엄청난 물이 유입되며 물이 만수위를 향하고 있는데도, 댐측은 방류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평소와 비슷한 초당 3백톤씩으로 유지했습니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
"(전북 무주 남대천에서) 1천 톤 가량의 물이 막 내려가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다가 용담댐이 4백 톤을 얹어서 주게 되면 1천5백톤이 내려가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그걸 좀 피해보고자…"
쉽게말해 피할 수 없는 일부 범람을 막겠다며 방류량 증가를 참고 또 참았다는 건데, 이러다 다음날 무려 10배나 한꺼번에 늘려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금산에만 주택 460가구와 인삼밭 등 농경지 470ha가 잠기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댐 제한수위와 저수율도 30년전 설정된, 지나치게 높은 수치 그대로 유지한 것도 위험을 키운 이유가 됐습니다.
저수율은 물론 방류량과 방류시기를 치밀하게 결정하지 못하면서 한마디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영상취재: 김준영·황인석 (대전) / 영상제보: 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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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태욱
방류량 살펴보니…7시간 담아두다 한꺼번에 '콸콸'
방류량 살펴보니…7시간 담아두다 한꺼번에 '콸콸'
입력
2020-08-11 20:04
|
수정 2020-08-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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