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민

[제보는 MBC] '탈세' 고발했더니 보복 소송?…"내부 기강 확립"

입력 | 2020-12-03 20:21   수정 | 2020-12-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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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롯데 칠성 음료의 탈세 혐의를 세상에 알린 내부 고발자가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그의 고발로 롯데 측이 세금을 수백억 원 추징당한 이후 회사는 반대로 그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면서 형사 고발을 한 건데요,

롯데 측은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제보자는 명백한 보복성 고발이라면서 도움을 청해 왔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음료 업계 대표 주자 롯데칠성음료.

작년 1월, 이곳에 국세청 조사반이 들이닥쳤습니다.

매출 조작과 가짜 계산서.

세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전직 롯데칠성음료 영업 사원]
″지점 마당을 꽉 채울 정도로 가짜 판매를 잡아서 야적을 해 놓는 상황이었고…″

작년 8월, 국세청은 롯데칠성음료에 세금 493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과태료도 20억 원 매겼습니다.

대기업의 악성 세금 포탈이 세상에 드러난 건 2006년부터 이 회사에 다녔던 전직 영업 사원의 내부 고발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김 모 씨/롯데칠성음료 탈세 신고자]
″담당 과장 와 가지고 ′제보 때문에 회사에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더라, 조심해라′…″

고소장까지 날아왔습니다.

[김 모 씨/롯데칠성음료 탈세 신고자]
″하루 이틀 지나 가지고 검찰청 조사관이 전화가 왔더라고. 고소당했다고.″

김 씨가 판매대금 1억 원 정도를 가로채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는 게 고소 이유였습니다.

회사 측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김 씨는 절대 개인 빚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비정상적인 영업 관행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회계 처리였다고 설명합니다.

전산상 농협이라고 입력하고 실제로는 도매점에 팔라며, 그렇게 안 하면 ″우리만 바보 된다″, ″실적을 못 채우면 지점장이 불려 간다″는 회사 측의 압박.

결국 영업 사원들은 가짜 실적을 만들고 개인 돈으로 채워넣었다고 합니다.

[전직 롯데칠성음료 영업 사원]
″전산으로는 판매한 걸로 입력이 다 돼 있고. 개인 돈으로 그 미수를 처리를 해야 되는 거죠. 악순환이 반복이 되는 거죠, 판매를 멈추지 않는 이상.″

실제로 이런 문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회사 측이 돈을 갚아준 사례도 있었습니다.

재작년에도 영업 사원들이 판매 압박으로 생긴 빚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자 사측은 3억 6천만원와 1억 원 가량을 대신 내줬습니다.

그때는 회사가 책임을 졌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내부 고발을 하기 전과 후라는 차이뿐입니다.

[김 모 씨/롯데칠성음료 탈세 제보자]
″회사 임원도 와서 ′손해 없도록 해 주겠다, 법적으로 할 생각이 없다′…그리고 난 뒤에. 저는 보복이라고밖에 안 보이죠.″

롯데 측은 2년 전 돈을 갚아준 건 직원의 ′협박′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미수금과 대출금을 주지 않으면 국세청 등에 판매 자료를 갖다 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재벌기업이, 영업 사원 한 명의 음해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돈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뜻일까.

회사 측은 법적 조치를 통한 내부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면서, 보복 소송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가 재취업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있어 지난해 6월부터 법적 조치를 준비했었다고 했습니다.

불법을 바로 잡기 위해 용기를 냈던 전직 영업 사원은 ′공룡 기업′과의 싸움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김 모 씨/롯데칠성음료 탈세 신고자]
″제가 수차례 얘기했어요. 저 진짜 죽을 것 같다고. 너무 힘들다고. 지금 저한테는 남은 건 그냥 실직에, 아직 제가 1억 원 넘게 빚을 갖고 있거든요…″

롯데칠성음료는 내부 고발자를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며 법정에 세우기 위해 초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 취재: 방종혁 / 영상 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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