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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스며든 '봉 발언'…영화에 대한 감사와 존중

입력 | 2020-02-13 07:33   수정 | 2020-02-1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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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수상소감부터 인터뷰까지 영화광 봉준호 감독이 남긴 말들이 화제인데요.

중3때부터 감독을 꿈꿨던 소년의 열정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감독상을 수상한 순간 봉준호 감독의 입에선 한 거장의 이름이 나왔고, 최고의 칭찬에 감격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거장의 표정은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가 한 이야기입니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상 스콜세이지 감독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 다시 설명했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데이비드 톰슨이 쓴 스콜세이지에 관련된 책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밑줄을 치면서, 쳐놨었던 그런 문구였어요. 오늘 같은 이런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되게 기뻤습니다.″

이번 수상식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얼마나 빠져 살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동료 감독들과 트로피를 나누고싶다며 거론한 텍사스 전기톱이란 실은 1974년 만든 호러영화이고,

[봉준호/′기생충′ 감독]
″텍사스 전기톱으로 (상을) 이렇게 5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존중하는 동료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에겐 마치 준비한듯 형님이란 한국 표현을 붙였습니다.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된 뒤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라며 자신의 상태를 영화 ′인셉션′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거장 히치콕은 항상 빼놓지 않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영화가 보여주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되게 제압하고 싶어요. 히치콕이 늘 그랬던 것처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말의 명화같은 외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꿨다는 소년 봉준호…

[봉준호/2013년]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들을 엄청 많이 봤었죠. 병적으로 집착하면서… 영화를 너무 알고 싶었죠.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되돌려보기도 하고.″

감격의 수상 소감들 곳곳에는 또다른 거장 지금의 봉준호를 만든 모든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깊이 담겨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