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조명아

무너진 코리안드림…이역만리서 '극단 선택'

입력 | 2020-04-10 06:48   수정 | 2020-04-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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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열악한 노동 환경에 사람들의 냉대와 외로움까지…

이주노동자들은 냉혹한 현실에 내몰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데요.

한 이주 노동자의 쓸쓸했던 삶을 조명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유난히 밝은 미소를 띠고 있는 31살 네팔인 노동자 얌구말 림부 씨.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 지난 2017년 5월 경남 밀양의 한 사과농장에 취업했습니다.

고향엔 아내와 두 딸이 있었고 3년간 한국에서 번 돈을 차곡차곡 모아 고향에 땅도 많이 사놨습니다.

[이웃주민]
″나도 돈 많이 벌었고 나도 (네팔에) 사장님만큼 땅을 많이 사놨다. 되게 좋아했어요, 되게. 되게 좋아했는데…″

그랬던 그가 지난 2월 15일, 자신이 일하던 농장의 창고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 네팔인 노동자는 2년 10개월간 창고 옆 숙소에 살며 이곳 사과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침대와 TV가 전부인 1평 남짓한 공간은 한국에서 쉴 수 있는 유일한 집이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고된 노동도 힘에 부쳤지만, 혼자 지내야 하는 외로움과 향수병이 이 림부 씨를 더 힘들게 한 걸로 추정됩니다.

[얌구말 림부 씨 동생]
″형이 회사 일이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네팔노동자는 모두 43명이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차별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전문 상담 절차 등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영섭/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본국의 언어로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통역, 번역 등을 더욱 확충해서 문제를 느끼는 노동자들이 언제라도 의료 상담이나 이런 걸 받을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 60만명 시대.

이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