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동욱

[투데이 현장]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위기 극복 '장수기업'

입력 | 2020-12-21 07:39   수정 | 2020-12-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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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살아 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석유 파동과 외환위기, 또 올해 전국을 휩쓴 코로나19 사태까지, 위기를 넘어서며 수십 년을 이어온 중소기업들이 있습니다.

위기를 겪은 뒤 오히려 더 성장하기도 했다는데요.

코로나 위기 시대, ′100년 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을 정동욱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5년 4월, 천년 고찰 낙산사까지 삽시간에 삼켜버린 강원도 양양 산불,

[2005년 4월 5일 뉴스데스크]
″초속 20m가 넘는 강풍 탓에 진화작업도 속수무책입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잿더미 속에서 겉만 조금 탄 채 멀쩡히 발견된 금고, 금고는 안에 있던 불교계의 고서적 등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냈습니다.

금고는 일본 제품이 최고라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린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회사는 창업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화재 네 달 전 핵심 기술자인 CEO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제품 개발이 줄줄이 중단된 겁니다.

혁신은 그러나, 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투박한 상업용 금고를 벗어나 일반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1가구 1금고 시대′를 열자″는 아이디어가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김영숙/선일금고 대표]
″진짜 회사에 엄청난 위기를 겪게 됐죠. 그랬을 때는 우리 종업원들한테 다 모이게 해가지고 우리 새로운 시작을 한 번 해보자.솔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부리를 부러뜨리고 새 부리를 돋아나게 한다는 솔개처럼 사운을 건 과감한 투자는 2008년 세계 최초로 가정용 디지털 금고의 출시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침입자 얼굴을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스마트 금고로 진화했고, 지금은 소비자 마음대로 금고의 모양과 색까지 고를 수 있는 맞춤형 비스포크 금고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집 밖과 대화가 가능한 도어폰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한 중소기업.

비디오폰과 홈네트워크 시스템까지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2008년 외환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존폐기로에 몰렸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경영 위기를 회사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도어용 비디오폰 기능이 중심이던 기존 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해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하는 신제품을 내놨고

″가습기 켜줘.″
(가습기를 켭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생체 인식 분야의 다른 기업들과 협업해 ′스마트홈′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열었습니다.

연구개발 조직도 5년 차 이하 주니어들이 아이디어를 주도하는 젊은 조직으로 바꿨습니다.

경영을 계속 혁신하면서 투자 실패로 발생한 600억원의 손실은 8년 만에 전액 상환됐습니다.

[변우석/코맥스 대표]
″유동성 위기가 왔었고 그것을 다른 방법이 아닌 매출로 극복해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고요. 고객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고객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저희가 놓치지 않았고 매순간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것이…″

개발한 제품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자 주력 시장을 과감히 바꾼 곳도 있습니다.

일본산에 전량 의존하던 염색용 잉크를 어렵게 국산화했지만 섬유산업 쇠퇴로 매출이 급락하며 찾아온 위기.

살아남을 궁리를 하다 볼펜용 잉크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기존 잉크의 단점을 개선한 반고체 형태의 중성 잉크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는데, 시장을 개척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불량이 생기면 10배를 보상한다는 과감한 약속으로 신뢰를 얻어가자 매출은 서서히 늘었고,

[민홍기/유엔아이 대표]
″보상을 해준다 신뢰성을 딱 쌓고 나니까 신뢰를 갖고 자기네들이 테스트를 해주고…″

세계 1위 업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 쥐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창업에 나서는 기업의 수는 100만 개 수준, 그 중 40%는 1년 안에 문을 닫고,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합니다.

살아남는 것부터가 힘겨운 과제인 냉혹한 시장, 기업이 장수하는 데엔 나름의 비결이 있습니다.

[이유재/서울대 경영대학 학장]
″(장수 기업이 되려면)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을 하는 것이죠, 낙관론자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 기회가 보여진다고 할 때는 과감하게 리스크 테이킹하는 것이…″

중소기업중앙회는 매년 새롭게 발굴된 명문장수기업들의 위기 극복 노하우를 차세대 CEO 스쿨 등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전수한다는 계획입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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