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지인

'화재경보기 의무화' 4년 됐지만…"옆집에 불났다고?"

입력 | 2021-02-23 20:32   수정 | 2021-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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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주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났는데 90대 노부부가 빠져나오지 못 하고 결국 숨졌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서 대피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최근 이런 고령층의 화재 사망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4년전부터 집집마다 화재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정작 설치는 잘 안 되고 있고 의무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지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주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났습니다.

90대 노부부는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부부는 모두 치매를 앓고 있었고, 특히 할머니는 혼자 거동조차 어려웠습니다.

[노부부 유가족]
″(할머니가) 걸음 못 걸었지요. 그래서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요 근래엔 그것도 잘 못하셨어요.″

이웃 주민들도 불이 난 걸 몰라 신고도 빨리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순덕/인근 주민]
″나는 몰랐어요 혼자 자고 있으니까, 여긴 자면 아무 것도 안 들려요.″

[민영순/화재 빌라 이웃 주민]
″<경보음 같은 게 안 울렸나요?> 그런 것 전혀 없었죠. 내려가서 보니까 그렇게 됐던 거죠.″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화재 사망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소방당국은 만약 화재 경보기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연기만 나도 곧바로 경보음이 울려 대피할 시간이 생기고,

소리가 워낙 커서 옆집에서 신고를 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치경/광진소방서 홍보교육팀장]
″경보음이 (크게) 울려 주변에 여러 사람들한테 상황을 전파해서 화재 초기에 진화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지난 2017년부터 모든 주택에 대해 화재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화재경보기는 마트나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1만 원 안팎이면 살 수 있고, 천장에 붙이기만 하면 돼 설치도 간단합니다.

하지만 아직 의무화 사실도, 설치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김순복]
″지금 와서 말을 하니까 그게 필요하구나 (싶네요) 방마다 달면 어디다 달어? <천장에요> 벽에다? 그런데 누가 달아요?″

[이순덕]
″우리가 달긴 뭐,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 우리가 달아요.″

화재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된지 4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다보니 지어진 지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는 여전히 경보기가 설치가 안 된 곳들이 더 많았습니다.

특히 아파트와 달리 개인주택과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건 40%에 불과합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청이나 정부가 이런 부분 홍보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알면서도 사실 설마 불이 나겠냐 싶어서 사실상 안 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설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자체와 소방당국의 지속적 점검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 영상편집: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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