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온라인 수업이 선생님과 화상으로 실시간 소통하기도 하지만 어떤 학교는 그냥 동영상을 틀어줍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생한테 유치원용 만화를 틀어 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겠죠.
무엇이 부족한 건지 이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부천 한 초등학교의 온라인 수업.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교실 대신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들리나요?)
″네~″
이 학교는 올해부터 전과목의 온라인 수업을 실시간 화상으로 실시합니다.
[선생님]
″′가′는 보니까 정면에서 본 아파트의 모습이고 ′나′는 어디에서 본 모습이에요? (위, 위) 위에서 본 모습이죠.″
잠깐이라도 집중하지 못했다간, 바로 티가 납니다.
[선생님]
″마무리 영상 궁금해요? (네.) 대답을 안 한 친구가 있어서 다시 물어볼게요. 궁금해요, 여러분? (네.)″
[제하린/부천 계남초등학교 4학년]
″(실시간 수업이) 집에 있는 게 아니라 학교에 있는 것 같았어요. (친구들) 목소리도 들리고, 이야기도 하고 그래서…″
학부모들도, 이렇게 수업하면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장현진/학부모]
″5교시면 5교시, 6교시면 6교시 전체적으로 (수업을) 다 해주시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집중하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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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들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100% 실시간으로 해온 온라인 수업.
다른 학교들은 어떤지 알아봤더니,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먼저 서울의 한 초등학생.
온라인 수업 5교시 중 2시간만 실시간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동영상을 봅니다.
실시간 수업 땐 곧잘 집중했던 학생이, 동영상 시간이 되자 간식을 먹고 들락거리더니, 결국 휴대전화에 손을 댑니다.
[초등학생]
″지루하고 심심해요. 학교에 가 있거나 줌(실시간) 수업을 들으면 계속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는데, 여기서는 의견이나 이런 걸 들을 수 없으니까…″
동영상 수업을 틀어놓고 잠을 잔다거나, 수업창을 작게 띄워놓고 게임을 하는 경우도 다반삽니다.
[학부모 A씨]
″(아이가) 100% 게임으로 빠져요. (수업)창 열어놓고 출석체크만 하고서 막 ′롤′게임을 하다가 또 들어가고…친구들하고 같이 이러더라고요.″
보다 못해, 아이 방에 cctv를 설치한 부모도 있습니다.
[학부모 B씨]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집중을 못해요. 그냥 (수업) 틀어놓고 딴짓하고, 유튜브 링크 열고.. 줌(실시간) 수업을 최대한 늘려주셨으면 너무 좋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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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수도권의 또다른 초등학생.
오늘은 두 시간이 동영상 수업인데, 학교에서 올려준 동영상을 클릭했더니 둘 다 8분만에 끝나버립니다.
[학부모 C씨]
″(원래) 40분 수업을 듣는 건데, 저런 8분짜리 영상을 보고 그냥 끝…그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적 결손도 엄청 커지는 것이고…″
동영상 내용도 문젭니다.
3학년 체육수업 영상을 클릭했더니,
″유치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유튜브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선 꼬마버스 타요가 나오는 동요 모음이 1시간 내내 이어집니다.
학부모들은, 어느 학교는 내실 있는 실시간 수업을 하는데, 왜 자기 애들은 이런 영상을 봐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학부모 C씨]
″문의를 하면 교육부에서는 ″지역교육청 결정 사항이다″, 지역교육청에서는 ″학교장의 결정 사항이다″…전체적으로 (수준을) 맞춰주지 않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고…″
일선 학교에서는, 실시간 화상수업을 늘리자는 교사들과, 거부감을 보이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계약직 교사]
″여섯 명의 선생님 중 줌으로 수업하려고 하시는 분은 한 분 뿐이었어요. 교육부에서 딱 못을 박아서 ′몇월부터는 줌을 얼마만큼 해야 한다′ 이런 공문만 내리면 되는데, 그런 게 명확하지가 않으니까 굳이 그걸 해야 하느냐…″
그렇다면 교육부는 그동안 무얼 한 걸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올해 초 내려보낸 온라인 수업 지침 공문들입니다.
실시간 수업 최소 횟수나 시간을 정하거나, 실시간 수업이 전체의 90% 이상, 하루 1번 이상 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한 교육청은 단 3곳 뿐.
나머지 교육청들은 노력, 확대, 활성화 같은 추상적 표현만 해놨습니다.
[교육당국 관계자]
″(선생님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하게 이끌어 주시느냐…교과 내용이나 아이들 특성, 상황에 따라 적절히 해주시는 것을 발휘하길 바라는 상황인 거예요.″
그나마 각 학교가 이런 공문을 받은 건 개학이 코앞인 지난달.
겨울방학 중이었습니다.
[현직 교사]
″교사들이 문의를 했어요. ″그거 당장 쌍방향 수업 가능하겠냐?″라고 물어봤을 때, 교육청에서의 대답은 ″불가능할 겁니다. 적어도 7월까지는″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그러면 안될 걸 알면서 이걸 내려보낸 이유는 뭘까요?)
″면피용이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렇게 시행을 했어. 결국 교사가 안 했어″..″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 2년째.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별다른 준비 없이 새 학년을 맞으면서,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는 어느 학교, 어느 교사를 만나느냐에 달린 ′복불복′이 되고 말았습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영상취재 : 최경순, 강종수, 김재현, 최재훈 / 영상편집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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