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양관희

어른들의 재개발 보상금 싸움에…갈 곳 잃은 아이들

입력 | 2021-03-08 20:33   수정 | 2021-03-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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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구의 한 어린이 집에 평소처럼 아이들이 등원을 했는데, 갑자기 문이 닫혀서 졸지에 부모와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법원이 재 개발 사업의 철거 대상인 어린이 집 건물에 대해서 강제 집행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양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천 4백 세대가 들어설 대구의 한 재개발 구역입니다.

덩그러니 남은 2층짜리 어린이집 건물 앞을 법원 집행관과 용역이 막아섰습니다.

철거를 위해 강제 집행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평소처럼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켰습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등원을 못 하고 있어요. 애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서. 직장에 데려간 엄마들도 있고 갑자기 휴가 낸 엄마들도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를 집으로 그냥 데려왔고, 일하는 엄마들은 급작스레 휴가를 내야 했습니다.

이곳 원생들은 모두 60명입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어린이집을 못 가고 엄마들 출근 못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황한 학부모들은 일단 구청에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
″자기네(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애들이 적응을 잘 못하니까 다른 원에 보내는 게 싫고. 이 사람들 전부 다 전원 거부 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했어요. 4월 말까지 끝까지 있겠다고...″

원인은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 탓입니다.

20억 원을 보상금으로 달라는 어린이집 측과 8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조합 측이 맞서다 끝내 강제 집행으로 이어진 겁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주변에 땅값이 배로 오른 거예요. 원장님 입장에서는 이걸 유지하려고 하니까...″

이 재개발 구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어린이집 측은 지난 1월, 명도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앞서 법원은 어린이집에 두 차례에 걸쳐 퇴거명령 계고장을 보냈고, 계고장의 기한은 만료된 상황입니다.

어린이집 측은 다음 달쯤 새로 짓는 건물로 옮기겠다며 조합에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조합 측은 어린이집이 그동안 아이들을 볼모로 많은 보상금만 노려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혀, 애꿎은 아이들만 갈 곳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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