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재웅

[단독] 50일 만에 통화한 '국선변호인'…유족 '밥값' 따진 공군

입력 | 2021-06-01 19:58   수정 | 2021-08-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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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 커 ▶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는 왜 언론이 보도한 뒤에만 가능한 건지, 진작 그랬다면 이 중사의 죽음을 막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군이 군을 수사 한다는 게 여전히 못 미더운 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이 중사가 삶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살펴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어서 신재웅 기잡니다.

◀ 리포트 ▶ 공군이 작성한 이 중사 사고 일지입니다.

사건 발생은 3월 2일, 3일 신고를 접수했고, 4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했으며, 9일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4월 7일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군검찰에 넘겼습니다.

겉으론 매뉴얼대로 진행됐지만 뒤에선 집요한 회유와 합의 종용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공군본부 검찰부에서 선임해준 국선변호인은 피해자 보호는 물론 사건 자체에 관심이 없어보였습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죄가 명백하기 때문에 CCTV 장면이 확보됐기 때문에 그냥 국선변호사 선임을 해도 될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국선변호인은 우리 아이를 케어하지 않았어요.″

공군 스스로 밝힌 국선변호인과 피해자의 통화는 단 두 차례.유족들은 국선변호인이 이 중사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도 답변이 늦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조사 날짜가 정해진 지 보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은 조사에 못간다고 하는가 하면, 대리로라도 보내줄 수 없냐는 질문엔 5월 16일까지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피해자 진술조사가 있는 날 자기가 결혼을 한다는 이유로 자기는 못간다고해요. 변호인으로써 이 날짜는 여기 가야하니 미뤄야하겠다는 그럴 능력이 없나요? 그래야 하는데 혼자 가라고 하니 애가 또 불안해진거에요.″

이 중사가 사망하면서 유족들은 구속수사를 촉구했지만 국선변호인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조치요? 뭐요? 이럽니다.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도망갈 수 있지 않습니까 (했더니)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요. 헛웃음도 하고″

최초 조사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일부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한 상황. 그런데도 당초 군검찰은 가해자 조사를 사건발생 석 달뒤에나 하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이 중사가 사망한 뒤에도 가해자 조사는 예정보다 고작 나흘을 앞당겼습니다.

검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 사유가 안 된다고 유족에 전해왔습니다.

이 중사 사망뒤 나온 공군의 보고 문건에는 피해자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때문에 조사를 미뤘다며 마치 이 중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 돼 있었습니다.

공군의 매정한 태도는 유족에게도 계속됐습니다.

말로는 유족이 원하는대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 중사의 부검이 끝나자 마자 나가라고 했습니다.

유족 식사마저 몇 인분인지 따졌습니다.

[故 이 중사 부모]
″유족이 누구누구이니까 누구누구만 밥을 주겠다. 3개만 주겠다. 나머지는 니네가 알아서 해결하라. 그걸 우리더러 계산을 하라고..″

공군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 유족들은 새로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새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에게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조서 등 기본적인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체 자료가 없다면서 주지 않았습니다.

[김정환/피해자 측 변호인]
″국선 변호인을 군 법무관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한 사무실에 검사와 변호사가 같이 있는 거죠. 그런 경우에 제대로 된 조력을 과연 받을 수가 있겠는가‥″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은 오늘에서야 이 중사의 유족들이 대기 중인 국군병원을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가 문전박대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C 뉴스 신재웅입니다.

================== [알려왔습니다] 故 이 중사 국선변호인 보도 관련 본 방송은 공군 내 성추행 사건 피해자 故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이 피해자와 단 두 차례만 통화했고, 피해자 신상 유출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국선변호인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당일 피해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총 7차례의 통화와 12차례 문자를 통해 피해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등 연락을 취했으며, 피해자 조사에 동행할 다른 국선변호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사전에 안내하는 한편,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영상편집: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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