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혜인

원룸 보증금 빼 월급 나눠주고‥자영업자 비극 잇따라

입력 | 2021-09-13 20:11   수정 | 2021-09-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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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23년차 맥줏집 사장, 또 치킨집 사장 생계의 절벽에 내몰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들 정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셔요″

노란색 통제선으로 가로막힌 맥줏집 문, 누군가 쪽지를 붙여놨습니다.

문 앞엔 국화 한 송이도 덩그러이 놓였습니다.

지난 7일 맥줏집 건물 지하방에서, 50대 여사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20대 후반에 시작한 맥줏집, 한때 가게를 서너곳까지 늘릴 정도로 잘 되던 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변 상인]
″예약이 하루 종일 밀려있고 그랬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고 매출이 줄기 시작해 가지고, 직원애들도 걱정이 돼 가지고, “사장님 이 정도면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

가게 앞에는 이렇게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는 안내장이 붙어있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공과금조차 못 내면서, 직원들이 일부를 대신 내줄 정도였습니다.

10명이 넘던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줄여, 마지막까지 남은 건 딱 한 명.

석달 전 사장은 자신의 원룸 방을 뺀 보증금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줬습니다.

대신 자신은 가게 지하 단칸방에서 지내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주변 상인]
″살다가 집을 내 놓고 애들 월급 주고… 지하에 쪽방같은 사무실 있거든요. 거기서 이제 사시다가…″

23년이나 한 동네를 지켜 온 맥줏집,

온라인 추모공간에선, 과거 이 집을 거쳐간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둘 나타나, ″힘들 때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편안하게 쉬세요″ 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 주인도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주변 상인]
″사모님이 오셔가지고 문을 두드리면서 우리 남편 살려달라고. 내가 엊그제 ″요즘 힘드시죠?″ 그러니까 ″네, 힘들어요″ 그러시더라고.″

또 지난 1월에도 대구의 한 꼬치집 주인이 가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전국 차량 시위를 열었던 자영업자비대위는 또 다른 피해 사례도 파악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나경운/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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